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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포드 V 페라리’ 포드는 이해 못할 레이서 세계

‘포드 V 페라리’ 포드는 이해 못할 레이서 세계

이준범 기자입력 : 2019.11.21 18:53:44 | 수정 : 2019.11.21 18:58:27

한국 관객에겐 낯선 이야기다. 1960년대 초반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가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르망 24시 레이스’ 우승에 도전하는 영화 ‘포드 V 페라리’(감독 제임스 맨골드)는 웬만한 우주 배경 영화보다 멀게 느껴진다. 다행히도 친숙한 배우 맷 데이먼, 크리스찬 베일이 있다. 두 사람의 친절하고 훌륭한 안내가 시대와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리면 심장도 같이 뛰는 영화적 체험과 152분의 긴 러닝 타임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안정감 있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포드 V 페라리’는 세 명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매출 감소에 빠진 자동차 회사 포드를 다시 부흥시키려는 헨리 포드 2세(트레이시 레츠)와 르망 레이스 우승자 출신인 캐롤 쉘비(맷 데이먼), 타협하지 않는 열정의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가 그 주인공이다.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포드 자동차를 우승시키겠다는 헨리 포드 2세의 주문을 쉘비가 이어 받는다. 르망 레이스 우승한 경험이 있지만 심장 질환으로 레이싱을 할 수 없게 된 쉘비는 까칠하고 직설적이지만 뛰어난 운전 실력을 갖고 있는 마일스에게 포드팀 레이서가 되길 제안한다. 하지만 포드 부회장 리오 비비(조쉬 루카스)는 포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일스를 제외하라고 지시하고 쉘비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영화 내내 자동차가 등장한다. 등장인물들도 자동차를 운전하고 자동차 얘기만 한다. 그럼에도 ‘포드 V 페라리’를 흔한 레이싱 장르의 영화와 궤를 달리한다. 영화는 거금을 투자해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자동차들의 속도 경쟁에 주목하지 않는다. 대신 자동차를 만들고 문제점을 고치며 더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영화에서 쉘비와 마일스가 마주치는 난관은 대부분 자동차가 아닌 사람 때문에 발생한다. 포드라는 거대한 회사의 요구와 생사를 오가며 초 싸움을 벌이는 레이싱 트랙의 멀고 먼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포드 V 페라리’는 포드보다 쉘비-마일스의 이야기에 무게를 싣는다. 포드의 지원을 받았고 포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대리인인 두 사람이 회사의 요구를 거절하긴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 쉘비가 어떤 사고방식으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마일스가 쉘비에게 어떤 영감을 주고 어떻게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는지에 집중한다. 두 사람은 보수적이고 대외적 이미지에 목숨을 거는 포드를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반기를 든다. 이 과정을 목적지를 향해 함게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여곡절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포드 V 페라리’는 쉘비와 마일스의 순수함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으면서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다툼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다. 태생부터 다른 사람들이 만났을 때 나타나는 필연적 부딪힘이다. 쉘비와 마일스의 순수함은 자동차와 레이싱을 향한 열정에서 기인한다. 두 사람이 살고 있는 레이싱 세계는 이해와 합의, 설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문제가 생기면 고민하고 생각하기 전에 먼저 달려들어 몸으로 직접 겪어봐야 해결할 수 있다. 그래야 더 빨리 치고 나가 우승에 가까워진다. 극 중 쉘비와 마일스가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쉘비는 신사적으로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고 사과하는 마일스의 얘기를 가만히 듣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다짜고짜 주먹을 날린다. 그렇게 두 사람은 대낮에 동네 잔디에서 뒤엉켜 개싸움을 벌인다. 몸을 부딪치고 소리를 지르며 각자의 감정을 쏟아내는 거친 화해 방식은 이들이 본질적으로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인지 잘 보여준다.

아날로그 느낌을 한껏 살린 영화 속 레이싱 장면은 긴장감보다는 현장감에 초점을 맞췄다. 승패에 집착하기보다는 레이서가 느끼는 감정과 주변 상황을 표현하려고 한다. 최고 시속 340㎞의 속도감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쾌감이나 짜릿함보다는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그 불안감을 견디는 레이서들의 마음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자동차 정비공 출신 고집불통 레이서로 완벽하게 변신한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력에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12월 4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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