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옹산 사람들 [‘동백꽃 필 무렵’ 종영③]

‘옹벤져스’ 멤버들로 보는 ‘동백꽃 필 무렵’

기사승인 2019-1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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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산은 바다와 인접한 작은 마을이다. 사람들은 옹산 하면 게장을 떠올리지만, 그곳의 진짜 특징은 따로 있다. 이 마을에 사람이 좀처럼 나지도 들지도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 지지 않은 사실이다. 타지 사람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대신 오랜 시간 조석(朝夕)으로 얼굴을 보며 사는 사람들은 어느 집 된장 뚝배기 이 나간 것까지 다 알며 지낸다. 한때 이곳에 잠시 살았던 강종렬(김지석)은 옹산에 관해 “온 동네가 무슨 가족 같다”며 “막 친절하진 않은데, 뭔가 되게 뜨뜻하다”라고 기억한다.

드라마의 이야기는 이 묘한 마을에 외지인 동백(공효진)이 가게를 열며 시작된다. 타지에서 온 이들이 쉽게 정착하기 어려운 골목에서 동백은 아들 필구(김강훈)와 함께 6년을 보낸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동백에게 친절하지 않다. 동백에게만 물건값을 올려 받기도 하고 수가 틀리면 길에서 면박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동백은 까불이의 위협 속에서도 옹산을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 옹산의 사람들 또한 동백을 혼자 두지 않는다. 막 친절하진 않는데, 뭔가 되게 뜨뜻한 방법으로 말이다.

KBS2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이 옹산은 가상의 도시다. 하지만 드라마 속 옹산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얼굴로, 가끔은 우리가 들었으면 하는 말들을 해줬다. 옹산의 게장골목이 충청남도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면, 그곳에서 함께했던 사람들 덕분이다.

기억하고 싶은 옹산 사람들 [‘동백꽃 필 무렵’ 종영③]

준기네게장 CEO인 박찬숙(김선영)은 골목에서 가장 퉁명스럽지만, 가장 뜨거운 사람이다. 동백과 까멜리아를 고운 눈으로 보지 않던 그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동백과 부대끼고 치대며 어느새 정을 준다. 급기야 동백을 지키는 옹산 어벤저스를 결성할 정도다. “원래 동생 톡톡 건드리는 언니들이 남이 내 동생 건드리는 꼴은 못 본다”며 동백의 뒤를 캐는 기자를 혼쭐내는 장면에선 찬숙이 동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찬숙 역을 맡은 배우 김선영은 감칠맛 나는 말투와 촌스러운 패션, 섬세한 연기로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만들었다. ‘응답하라 1998’ ‘허스토리’ 등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개성 있으면서도 생활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김선영은 게장골목을 누비는 총천연색의 박찬숙으로 진면목을 보여줬다.

동네 사랑방인 떡집을 운영하며 동백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김재영(김미화)도 동백이 향미(손담비)를 잃고 까불이에게 위협을 당하자, 산더미 같은 시루떡을 가져다주며 그를 위로했다. 비록 “남은 음식을 버리면 지옥에서 먹어야 한다”고 툴툴거렸지만, 동백의 퇴근 시간을 묻기를 잊지 않았다. 재영 역을 소화한 배우 김미화는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 ‘우리가 만난 기적’ ‘은주의 방’ 등에 출연했다. 특히 ‘구해줘2’에서 헛된 믿음에 현혹되는 대구댁 역을 맡아 얼굴을 알렸다. 

동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눈물을 흘리는 동백을 보며 함께 울다가, 동백을 트레이닝 시키겠다고 나섰던 백반집 사장 정귀련을 연기한 이선희는 주로 연극과 영화에서 활동해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다. 아울러 무심한 얼굴의 정육점 사장 조애정을 연기한 배우 한예주, 옹산여상을 평정했던 양승희를 소화한 배우 김모아, 용식(강하늘)의 코를 닦아 키웠다고 주장하는 오지현 역을 맡은 배우 백현주 등이 옹산을 지키며 작품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KBS·에이탑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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