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아동 향한 복지부 장관과 언론의 ‘2차가해’

기사승인 2019-12-03 1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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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아동간 성폭력 의혹 관련,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의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복지부가 공식 사과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피해아동 부모의 비판까지 나오면서 현재는 장관 사퇴론까지 나오고 있다. 발단은 다수 언론보도로 알려진 것처럼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한 박 장관의 발언이었다. 이날 박 장관은 “어른들이 보는 관점에서 성폭력 관점으로 보면 안 되고 발달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는데 과도하게 표출됐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수의 언론이 비판에 가세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복지부는 관련 ‘언론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장관의 견해가 아닌, 아동의 발달에 대한 전문가의 일반적인 의견을 인용한 것이며, 사실관계 확인 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며 “피해 아동과 부모, 그리고 사건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는 국민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지 못한 발언으로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피해부모 주장을 종합하면, 박 장관의 발언처럼 아동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부분이 발견된다. 가해아동이 힘으로 피해아동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성인의 성폭력 기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물론 정확한 수사가 사실 여부를 판가름하겠지만, 장관이 앞서 아동 성 발달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은 사건을 축소시키는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 성폭력에 대한 우리나라의 실태를 보면, 성폭력 피해아동의 87.5%가 여아이며 성폭력피해 아동의 56%가 7세미만, 41%가 13세미만이다. 또 피해유형 중 56.1%가 성기추행, 51%가 신체추행, 강간이 9.3%로 보고된다. 

13세 미만 아동 상호간 성폭력은 청소년이나 성인 가해자에 의한 성폭력과 달리 가해 아동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 물론 10세 이상은 보호처분이 가능하지만, 우리 법은 처벌보다는 치료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고 ‘치료와 교육’이란 모호한 규정 때문에 가해 아동 부모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가해아동을 두둔하고 보호하는 경향이 많다.

이러한 법의 허점은 부수적 피해를 야기한다. 가해 아동의 인지와 정서, 행동발달 왜곡은 물론, 피해 아동 및 부모에게는 상실감과 무력감, 불신 등을 심게 된다. 비록 해바라기센터 및 다수의 아동청소년성폭력 상담소는 가해아동에게 ▲정확한 사건 정황 및 사실 파악 ▲1366·해바라기아동센터·성폭력상담소 등과 상담 ▲상담·치료·교육 ▲피해 아동에 대한 적극적인 사과 및 적절한 보상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하지만,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가해아동 및 부모가 이를 충실히 따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론, 성폭력상담소 등의 중재가 이뤄지지만 실행의 선택은 피해부모에게 달려있고 정부 차원의 근절 방안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가정간 소송 혹은 합의로 이어진다. 법적인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장관의 발언은 단순한 실언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앞선 지적처럼 관계기관을 향한 정치적 지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 피해아동 향한 복지부 장관과 언론의 ‘2차가해’

◇ 피해사실 노골화는 문제없나

언론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는다. 피해아동과 부모의 고통에 대해 부처의 장으로써 무책임한 말을 했다는 점에서 비판에는 큰 이견이 없고, 강한 설득력도 갖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다수 언론 보도는 다분히 감정적이다. 또 공통적으로 사고 지역과 기관, 아동의 나이를 적시할 뿐 아니라, 피해 사실을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피해아동을 구체화시켜 피해를 강조하고, 이를 통해 장관 발언의 부적절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말의 비판을 위해 피해사실을 노골화하는 기이한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동청소년 성폭력에 대해 장관의 말이 정부의 인식을 드러낸다면, 피해자 보호를 간과하는 언론보도는 우리사회의 시선이 어떠한지를 나타낸다. 전자가 무책임함이라면, 후자 역시 2차가해와 다르지 않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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