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 땐 일괄 사퇴"...검진위 압박 의혹

세계는 C형간염 '박멸' 시동거는데, 번번히 무산된 국가검진...원인 놓고 분분

기사승인 2019-12-13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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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C형간염의 국가검진 도입이 무산된 배경에 국가검진위원회 소속 의료계 인사들의 압박이 있었다는 의혹이 나온다. 국가건강검진 항목 선정이 일부 의료계 의견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간경변증, 간암 등 중증 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높은 C형 간염은 혈액을 매개로 전염되는 감염성 질환이다. 별다른 증상이 없는 탓에 환자들이 감염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특히 2015년 '다나의원 집단감염 사태'로 C형간염 감염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국민적 혼란을 불렀다.

다행히 '완치'가 가능한 치료제가 있어 대한간학회 등에서는 국가검진을 통해 숨은 C형간염을 찾아 치료하면, 추가 전파를 막고 C형 간염 '박멸'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예방약은 없지만, 조기진단만 되면 95%이상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 세계보건기구(WHO)도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를 목표로 전세계 각국의 계획 수립과 적극적 시행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안은 국가건강검진심의위원회의 정식 심의 안건에도 오르지 못한 채 제외됐다. 이와 관련 의료계에서는 국가건강검진위원회 소속 의료계 인사들과 관련된 소문이 파다하다. 공정하지 않게 평가됐다는 것이다.  C형간염의 국가검진 도입 필요성은 대중에 잘 알려졌지만,  도입이 무산된 이유는 모호한 탓이다. 급기야 검진위 위원들이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안이 통과되면 총괄 사퇴하겠다며 압박을 넣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대한간학회, 국가건강검진항목분과소위원회는 지난해 7월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검진위 소속 의료계 인사들이 'C형간염을 국가검진에 도입할 경우 반대 성명을 내겠다', '국가검진위원회서 총괄 사퇴하겠다', '안건이 그대로 통과하면 조심해야할 것' 등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서 실랑이가 일었다는 것. 이들은 C형 간염 유병률이 국가건강검진 항목기준인 5%보다 낮고, 비용효과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같은 입장을 공고히 했다.

그런데 국제 사회가 C형간염 '퇴출'이라는 새 기준과 목표를 제시한 상황에서 과거 기준을 잣대로 적절성 여부를 판단한 것은 설득력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인구의 C형간염 유병률은 1% 미만(0.6-0.8%)으로 건강검진항목기준인 5%보다 낮다. 다만, 이 원칙은 C형간염이 발견되기 이전의 기준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표된 C형간염 검진 비용 효과성 연구에서는 유병률이 0.07% 이상만 되어도, 고위험군 특정 연령대 검진보다 전국민 평생 1회 항체 검사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또한 올해 8월 미국의 질병 검진 가이드라인을 권고하는 미국 질병예방위원회(USPSTF)고 18세 이상 79세 이하 모든 성인을 C형 간염 항체 검사 대상으로 확대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뚜렷한 증상이 없고, 공중 감염 전파 위험이 있는 C형 간염의 특성을 고려해 검진 대상을 개정한 것이다.

C형간염 국가검진의 '비용효과성' 부문도 정부용역연구를 통해 효과가 충분하다는 결과가 나온 상황이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의 '한국의 최근 C형 간염 현황과 대책'연구에 따르면, 국내 40-65세 인구를 대상으로 국가검진체계(피검사)에 포함해 일생에 1회 C형간염 항체검사를 2년 동안 시행하고 선별된 환자를 치료 를 할 경우,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현재 상태에 비해 비용효과증가비가 질보정수명 1년당 미화 7435불(872만원)로 추산됐다. 이는 우리나라 GDP 수준에 따른 지불의사금액 한계치인 2만 7212달러보다 낮으므로 비용효과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 연구에 따르면 C형간염 퇴출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없는 경우 2030년까지 누적환자 및 사망자 수가 비대상성 간경변증은 1만 8829명, 간세포암종은 2만 4084명, 간이식 대상자는 798명, 간질환 관련 사망자는 1만 864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대한간학회는 현재 있는 국가검진에 C형간염 검진을 단발성으로 포함하자는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10만명당 C형간염에 의한 사망 32건과 간암발생 24건을 감소시킬 수 있고, C형간염 박멸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단체도 의문을 제기한다. C형간염 건강검진 도입에 따른 장점이 충분한데도 무산된 근거를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다.  윤구현 간사랑동우회장은 "수년째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이 추진됐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그런데도 검진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는 사람은 공무원 뿐,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알려진 적이 없다"며 "정부는 C형 간염 검진이 비용대비 효과성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 검사비는 인당 4000원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 이해되지 않는다. C형간염 전파를 방치했을 때 감염 환자 수 증가에 따른 약값이 더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이같은 의혹에 국가검진위원회 소속 검진평가위원 A씨는 "국가검진 항목 기준에 따라 사심없이 평가했다. 검진위는 각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일부는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가치평가를 통해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당시 C형간염은 기준에 통과하지 못했고, 국가검진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이 났다"며 "기준에 맞지 않는 질병이 국가검진에 들어가선 안 되기 때문에 위원회에서 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검진 항목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게 적용된다. 미국의 경우 주사형 마약 사용으로 인해 C형 간염 환자가 늘고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검진 대상을 확대 권고한 것이고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다르다. 그 또한 국가검진시스템이 아닌 주치의 진단을 통해 검진할 수 있다는 권고"라며 "학술적으로 토론을 청해온다면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따져볼 용의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검진평가위원 B씨도 "각 분야에서 국가검진 등재를 요청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모두 국가검진에 도입할 수는 없다.  위원회에서 검토한 결과 무증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C형간염 검진은 비용효과성이 불확실하다는 결론이다. C형간염 검사는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확진까지 비용이 많이든다. 비용효과성 연구의 전제에서 오류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과장은 "검진항목 심의 절차에 따라 C형간염은 검진도입이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이 난 이후 의료계의 의견을 주고 받고자 따로 마련한 모임에서 양쪽의 주장이 오간 것"이라며 "C형간염 퇴치사업에는 국가검진 외에도 대국민 홍보 캠페인, 고위험군 대상 사업 등 다양한 수단이 있다. 그 중 국가검진을 통한 방법은 유병률이 낮고, 비용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C형간염이 우려되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감염여부를 확인하고, 치료를 지원하는 별도의 퇴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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