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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진통제, 아픈 부모님과 나눠먹었다?

'교육 부족' 환자들도 관리 사각지대...자칫하다 불법 속으로

전미옥 기자입력 : 2020.01.03 05:00:00 | 수정 : 2020.01.03 09:36:22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를 아픈 부모님과 나눠 먹었다는 환자도 있습니다. 정말 몰라서 오남용과 불법에 노출되는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최근 마약류 전문의약품의 관리 부실이 지적된 가운데 처방 환자들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종범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를 가족과 나눠 먹었다는 환자들이 나올 정도다. 환자들에 본인 복용하는 약에 대해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약류 의약품의 위험성을 잘 몰라서 오남용에 노출된 환자가 생각보다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마약류관리법(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기반으로 마약·향정신성의약품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추세이지만, 환자 대상 교육에 대한 관심은 미비한 상황이다. 일부 의료기관이 환자 교육에 나서기도 하지만 통일된 양식은 없다. 

최 교수는 "진료실에는 남편이 처방받은 마약성진통제를 부인이 먹었다거나 아들이 아픈 부모님에게 건넸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불법이라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인데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는 환자분들을 보면서 이분들이 정말 모르시는구나 하고 아차할 때가 많다"며 "일부 악용하는 환자도 있지만, 단순히 보통보다 '센 약'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약류의약품은 오남용 시 과의존문제뿐만 아니라 호흡곤란, 심혈관계질환, 심하면 사망을 야기하는 등 잠재적 위험성을 안고 있다. 통증 질환의 경우 진료지침에 따라 일반 진통제가 안 드는 심각한 통증에 마약성 진통제를 적용하고, 약물별로 강도를 조절하는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 가족이나 이웃과 나누어 복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마약류의약품을 타인에게 양도 및 교부할 경우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 처방받고 남은 약도 반드시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정확하게 교육 및 안내하는 시스템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마약류의약품은 함부로 쓸 약이 절대 아니다. 시작은 쉽지만 그 다음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진도 다른 치료를 충분히 했는지 고민한 다음에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적재적소에 썼을 때 장점이 상당하지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술이나 항암치료 시에는 환자들에게 부작용에 대한 동의서를 받는다. 그런데 잠재적 위험성이 있는 마약류의약품에 대해서는 동의를 받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환자들도 제대로 알고, 어느 정도 책임을 함께 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 교수는 진료실 내 마약류의약품 처방환자를 대상으로 주의사항을 알리고, 서약서를 받고 있다. 병원 약제팀과 협력해 처방받고 남은 약도 약제실로 반납하도록 안내한다. 그는 "병원 내에서는 의료진이 안전관리를 할 수있지만, 처방을 통해 병원 밖을 나간 의약품은 결국 환자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환자들이 위험성과 주의사항을 제대로 안다면 오남용 위험을 줄이고, 치료에도 확실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최종범 교수가 마약성 진통제 처방 환자들에게 받고 있는 서약서.

해당 서약서에는 마약성진통제에 대한 설명과 부작용 및 합병증을 담고 있다. 또 마약성진통제를 사용한 치료과정과 보관과 관련해 환자들이 지켜야할 의무사항을 명시돼있다.

구체적으로 ▲담담의사가 정해준 양을 올바르게 복용하고 마음대로 증량 또는 감량하지 않겠습니다 ▲마약성진통제와 함께 알코올을 과다하게 섭취하지 않겠습니다 ▲시판약을 포함해 현재 복용하고 있는 모든 약물과 복약상황을 보고하겠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함으로써 졸음이나 집중력 저하를 느낀 경우에는 자동차운전이나 위험한 작업을 하지 않겠습니다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를 가족이나 친구를 포함한 타인과 공유 또는 양도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마약류의약품 처방 서약서를 받는 것은 환자들에게도 중요하지만, 의료기관과 의료진을 보호하는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미국통증학회(American Pain Society)는 마약류의약품의 과잉처방 조장과 관련한 소송에 시달리다 파산한 바 있다. 최 교수는 "미국의 경우 학회가 마약류의약품 처방범위를 과도하게 넓게 규정한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의혹들이 터지면서 문제가 됐다. 피해 환자들이 제기한 소송비용이 감당이 되지 않으니 결국 공중분해된 것"이라며 "물론 우리나라는 마약류의약품 사용빈도가 낮고, 처방도 훨씬 보수적으로 하는 등 분위기는 다르지만, 미국의 사례를 통해 오남용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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