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선 남자 아이도 HPV 백신 접종…비용효과성 ‘글쎄’

질병관리본부, 9~14세 여아 우선 접종 제안

기사승인 2020-01-06 10: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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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국가예방접종 대상 확대방안 연구

"남성 접종률 높여야 집단면역효과" 주장도

최근 사람유두종바이러스(이하 HPV) 백신 무료접종 대상 확대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9~14세 여자 아이를 대상으로 사람유두종바이러스(이하 HPV)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 질병관리본부는 HPV 백신 국가예방접종 대상 확대에 따른 비용-효과성을 비교하고, 그 결과를 ‘주간 건강과 질병’ 최신호에 공개했다.

HPV 백신은 HPV 감염에 의한 질환, 특히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6월부터 HPV 백신이 국가예방접종으로 도입돼 만12세 여아를 대상으로 무료접종을 실시하고 있으며, 2가와 4가 백신이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무료접종 대상 연령 확대, 9가 백신 도입 및 남아 대상 확대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미국, 호주 등에서는 9가 백신을 도입했고, 영국 등에서는 국가예방접종에 남아를 포함하기도 했다.

이에 연구는 국내 남성에서의 HPV 관련 질환 현황 및 질병부담을 산출하여 백신비용과의 비교우위성을 검토했다. 연구에 포함된 HPV 관련 질환은 암종(편도, 구강, 구인두, 항문, 외음, 질, 자궁경부, 음경 등), 양성/전암병변(성기사마귀, 후두, 자궁경부 이형성, 질 이형성, 외음 이형성) 등이다.

그 결과, 비용 투입에 따른 재정적 효과만을 고려했을 때, 남자를 접종 대상에 추가는 것은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히 보면, 2018년 기준 12세 남아 24만 명을 대상으로 HPV 백신을 접종했을 때 투입비용은 450억 원이 소요되는 반면 HPV 관련 질병비용은 200억 원으로, 절감 가능한 최대비용은 투여비용의 50%에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여아의 경우, 12세 여아 22만 명을 대상으로 420억 원을 투입했을 때 관련 질환비용을 최대 1600억 원, 약 4배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남아 및 여아에게 HPV 백신을 함께 접종할 경우, 46만 명에게 약 900억 원을 투입하여 HPV 관련 질환자는 최대 28만 명, HPV 관련 질환비용은 최대 1800억 원 감소(투입비용 대비 약 2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접종 대상을 현행 만 12세 여성에서 9∼12세, 12∼14세, 12∼18세, 12∼22세, 12∼26세 연령군으로 확대했을 때는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국내 상황에서 HPV 백신의 여아 연령 확대는 긍정적일 것으로 사료된다”며 “특히 투입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재정적 효과만을 고려했을 때 여아 접종 연령 확대, 접종률 향상 등의 전략이 이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남아로의 접종 확대 이익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비용-효과성 평가도 이루어져야 하며, 비용-효과성 평가를 위해서는 국내 성 역학 자료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또 예방접종 외에 성교육 강화 등과 같이 별도의 예방수단 필요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선 남자 아이도 HPV 백신 접종…비용효과성 ‘글쎄’

한편, 백신 도입 후 전 세계적으로 HPV 감염률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국은 약 50%, 호주는 약 76%, 스코틀랜드는 약 97.6%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만 12~13세 여성은 2회까지 무료로 접종할 수 있지만, 남성은 20~30만원의 접종비를 자비로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여성은 물론 남성의 접종률이 높아져야 집단면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남성은 HPV 감염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남성 접종을 장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남성의 백신 접종에 대한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호주 등 선진국은 남성 접종을 장려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보다 훨씬 빨리 HPV 감염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남성, 여성 모두 접종하도록 지원하고 있어 우리도 그렇게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HPV를 박멸하는 계획을 세운다면 남성에게도 백신 접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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