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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성폭력 생존자에 손 내민 美 밴드 본 이베어

美 밴드 본 이베어 “성폭력 생존자와 함께 성 평등으로”

이은호 기자입력 : 2020.01.15 07:00:00 | 수정 : 2020.01.14 21:52:50

사진=본 이베어 SNS

“성폭력 생존자와 함께 성 평등으로” 미국의 포크 밴드 본 이베어는 지난 12일 서울 공연을 앞두고 SNS에 한글로 붙인 해시태그다. 본 이베어는 이 해시태그와 함께 “아시아 투어의 시작을 열 오늘 밤 서울 공연이 몹시 기다려진다”면서 “특별한 저녁을 기념하며, 우리는 여러분이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후원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역만리 타국의 밴드가 한국 성폭력 생존자들에게 관심을 호소하다니. 14일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들려준 얘기는 이렇다. 본 이베어는 정규 4집 ‘아이 콤마 아이’(i,i) 발매를 기념한 월드투어에서 각국의 비영리 여성 인권 단체를 후원하는 프로젝트를 펼쳐왔다. 특히 가정폭력과 성폭력 문제에 집중해온 밴드는 내한을 앞두고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공연 티켓과 머천다이즈를 묶은 패키지를 경매해 그 수익금을 한국성폭력상담소에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본 이베어 쪽 관계자들과 세 차례 만나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본 이베어의 성 평등 캠페인 ‘투 에이 빌리언’(2 A Billion)의 일환으로 벌어졌다. 10억을 뜻하는 ‘빌리언’은 전 세계 여성 인구의 약 3분의 1, 다시 말해 약 10억 명의 여성들이 신체적 혹은 성적 폭력을 당했다는 세계보건기구의 2017년 발표에서 따온 것이다. 캠페인이 시작된 건 2016년. 당시 본 이베어는 정규 3집 ‘22, 에이 밀리언’(22 A Million)을 낸 뒤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하고 있었다. 이들은 호주 시드니의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학대당한 여성들을 위한 쉼터에 기부해달라’고 호소했는데, 공연이 끝날 때까지 약 1만1000달러(약 1274만원)가 모였다고 한다. 본 이베어는 이 같은 호응에 영감을 받아 투 에이 빌리언을 기획했다.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에 따르면 2018년 본 이베어가 투 에이 빌리언을 통해 후원한 금액은 단체당 평균 7000달러(약 811만원)였다. 지난해 시작된 ‘아이 콤마 아이’ 투어는 이전 투어보다 규모가 커져 투 에이 빌리언도 ‘꽃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연 공연을 통해 본 이베어는 6만5000달러(7530만원)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밴드의 프런트맨 저스틴 버논은 빌보드를 통해 “음악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음악에는 판매 순위나 경쟁을 뛰어넘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걸 잊기 쉽다”면서 “그러나 음악은 사람들을 용기 있게 만들고, 그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도록 할 힘을 가졌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평등을 위한 본 이베어의 걸음은 한국 공연으로 시작된 이번 아시아 투어에서도 계속된다. 본 이베어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이어 ‘보이스 업 재팬’(Voice Up Japan·일본), ‘홀라백! 자카르타’(Hollaback! Jakarta·인도네시아), 어웨어 싱가포르(AWARE Singapore·싱가포르), ‘프리덤 레스토레이션 프로젝트’(Freedom Restoration Project·태국) 등 단체에 경매 수익을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투 에이 빌리언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경매’(auction) 탭을 선택하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변화는 한 명의 사람, 하나의 목소리, 한 번의 행동에서 시작될 수 있다.’(Change can begin with one person, one voice, and one action.)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본 이베어가 한국성폭력상담소를 SNS에서 언급한 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SNS 유입자 수도 크게 늘었다”면서 “본 이베어와의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성폭력 문제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요하게 대두되는 이슈라는 걸 알릴 기회이자, 해외의 팬들에게 한국의 성 평등 운동 단체를 소개하고 그들과 구체적인 연대의 장을 만드는 고리였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 사진=본 이베어 SNS·프라이빗커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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