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를 선수답게’…한화생명e스포츠는 무엇이 다른가

한화생명e스포츠 '캠프원'을 가다

기사승인 2020-01-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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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를 선수답게.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 한화생명e스포츠(한화생명)의 운영 철학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한화생명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내에서 선수단 복지에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팀이다. 창단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내로라하는 명문 구단들을 뛰어넘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보유했다. 이는 팬들 사이에서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한화생명이 왜 이토록 선수 복지에 공을 들이는지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비판 여론도 있다. 몇 시즌 째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자 시설에 투자할 돈으로 스타급 선수를 영입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화생명의 생각은 확고하다. 호화 복지의 개념보다는 프로 선수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익 및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구단의 시각이다. 

‘프로게이머’를 향한 사회의 통념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e스포츠 산업이 날로 성장하고, 선수들의 영향력도 커졌지만 여전히 ‘게임 좀 잘하는 애’로 취급받기 일쑤다. 게이머 딱지를 떼고 ‘프로 e스포츠 선수’로서 대우 받으려면 당장 구단부터 변해야 한다. 이러한 철학이 투영된 공간이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e스포츠 트레이닝 전문 센터 ‘캠프원’이다.

지난 16일 쿠키뉴스와 캠프원에서 만난 손대영 감독은 “캠프원 시설은 중국 리그(LPL) 어느 팀과 견주어도 최고”라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손 감독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RNG를 포함한 다수의 LPL 명문 팀에서 활약했다. 올 시즌부터는 한화생명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손 감독의 확신처럼 캠프원은 국내 e스포츠 구단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실제로 접한 캠프원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쌓인 일도 술술 풀릴 것만 같은 공간이었다. 숙소와 분리된 연습실, 안마 의자와 대형 TV, 소파 등을 보유한 휴식 전용 공간은 넓고 쾌적했다. 수십 년 경력을 자랑하는 조리사가 자리한 식당과 명품 머신이 즐비한 피트니스룸은 명성대로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연습실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라커룸이었다. 사실 홈과 원정의 뚜렷한 구분이 없고,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 e스포츠 특성상 라커룸은 생소한 공간에 가깝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프로 스포츠 구단이라면 모두 라커룸을 갖고 있다. 경기장으로 떠나기 전에 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마음을 다 잡고, 자신이 프로 선수라는 사실을 다시금 돌아보길 바랐다”라고 공간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한화생명이 운영하는 대형 버스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대부분의 구단이 소형 밴을 이용해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반면, 한화생명은 버스 좌석 간격을 넓힌 선수단 전용 버스를 이용해 경기에 나선다. 누군가는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화생명은 이러한 요소가 게이머와 프로를 나누는 사소하면서도 큰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선수단은 한화생명의 내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올해부터 한화생명 유니폼을 입게 된 ‘신입생’들은 입을 모아 구단의 배려에 만족감을 표했다. 

T1과 젠지 등 명문 구단을 두루 거친 ‘하루’ 강민승은 “정말 편하다. 특히 휴게실이 좋다. 안락해서 정말 쉬는 느낌이 든다”고 웃었다. 이어서는 최근에 있었던 일화 하나를 설명했다. 강민승은 “선수들의 요청사항을 빠르게 피드백 해주시는 점이 좋다”며 “최근 한 선수가 화장실에 비데를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일주일도 안 돼서 세 개가 더 추가됐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큐베’ 이성진은 “구단 버스가 특히 좋다. 밴을 타고 다닐 때 불편하고 힘들었는데 마음 편히 쉬면서 경기장과 캠프원을 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식당 밥이 말도 안 되게 맛있다. 내가 고기를 좋아한다. 요새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실패할 위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리헨즈’ 손시우 역시 “필요한 것, 부족한 것은 없는지 계속해서 물어봐 주신다”며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연습에만 매진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구단의 행보가) 과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배가 불러야 잘 하는 선수들도 많다. 한화생명은 부족한 것 없이 연습‧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는 최고의 e스포츠 구단”이라고 평가했다. 

‘선수를 선수답게’…한화생명e스포츠는 무엇이 다른가

한화생명의 지원은 단순히 물질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어학, 세무 관련 교육 등을 진행하는 ‘라이프 스쿨’로 선수들의 미래 설계를 도운 한화생명은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하에 단체 운동을 실시한다. 쿠키뉴스가 캠프원을 찾은 이날도 선수들이 평소보다 일찍 기상해 정해진 운동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강도 높은 운동이 1시간 동안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선수들을 지도한 장 준 트레이너는 “e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회사원보다 컴퓨터 사용 시간이 1.5배 이상 높기 때문에 척추의 굽힘과 측만증에 노출되기 쉽다”며 “협응근을 키워 통증을 완화하고 체형을 교정하는 방향으로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속성만 가진다면 선수 생활 연장은 물론이고 은퇴 후에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생명은 향후 선수들의 ‘멘탈 케어’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구단 관계자는 “리그 내 많은 선수들이 성적에 대한 부담감, 무분별한 비판으로 인해 심리적인 문제를 앓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학생‧직장인을 기준으로 해 게임 중독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선수단에 적합한 분들을 찾기 쉽지 않다. 그래도 꾸준히 섭외를 시도해 선수들을 도우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물론 최우선적인 목표는 프로 구단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성적’이다. 성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헝그리 정신이 없다’는 불편한 오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손 감독, ‘노페’ 정노철 코치의 지도하에 무한 경쟁에 돌입한 한화생명이다. 케스파컵을 통해 희망도 봤다. 다 가진 한화생명이 성적까지 잡는다면 선수들 사이에서 ‘꿈의 구단’으로 거듭나는 건 그리 먼 일은 아닐 터다.

문대찬 기자, 문창완 기자 mdc0504@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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