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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정맥아는 왜 청정라거가 될 수 없을까

청정맥아는 왜 청정라거가 될 수 없을까

조현우 기자입력 : 2020.01.22 09:49:26 | 수정 : 2020.01.22 09:49:29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이라는 말이 있다. 독이 있는 나무에서 나는 열매에는 독이 있다는 뜻으로 증거의 오염 여부를 따지는 형사소송법상 단어다. 독수독과라는 이 말은 비약하자면 ‘독이 없는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에는 독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이트진로의 ‘테라’ 표기에 대해 부당 표시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조치를 검토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자사 제품인 테라에 대해 ‘리얼 탄산’, ‘청정 맥아’, ‘청정 라거’라는 키워드로 TV 광고와 홍보 포스터 등을 통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테라는 지난해 누적 4억5000만병 판매를 넘어섰다. 이에 힘입어 3분기 기준 연결 기준 영업이익 67.9%, 당기순이익도 173.7%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이트진로 테라의 ‘청정맥아’, ‘청정라거’, ‘리얼탄산’ 등 광고표현과 관련, 부당한 표시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중 청정맥아와 리얼탄산은 업체의 소명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되는 단어는 청정라거다.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청정맥아가 문제가 없다고 소명된 이상, 청정맥아로 만든 제품에 ‘청정’ 단어를 붙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하이트진로 측은 법률자문사의 법률 검토를 통해 이같은 의견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식약처는 청정맥아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맥주의 구성 성분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원료만으로 제품 자체를 청정라거라고 표현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독수독과’의 해석을 두고 하이트진로와 식약처의 해석이 나뉘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나무에 문제가 없으니 열매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식약처는 별개로 각각 구분지어 확인해야한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표시·광고의 관한 법률을 통해 제재할 수 있는 부분은 크게 열 가지다.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도록 표시·광고하는 경우, 식품 등을 의약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제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경우 등이다. 

이밖에 다른 업체나 제품을 비방하는 경우, 객관적인 근거 없이 경쟁제품보다 자사 제품이 우월하다고 표시하는 경우,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사회윤리에 침해되는 표시 광고 등도 제재대상이다. 

식약처가 문제 삼은 것은 이 외에 ‘거짓·과장된 표시 또는 광고’와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 또는 광고’ 부문이다. 맥아는 맥주의 주원료이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만큼 청정맥아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청정라거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유다. 

식약처 측은 청정맥아를 사용해 만든 완제품 테라가 실증 작업을 거친다면 청정라거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 기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그러나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맥아가 실제 맥주에서 차지하는 부피는 적지만 원료로서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이라는 법령을 통해 맥주에는 맥아와 홉, 물을 제외한 다른 물질의 첨가를 금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기타 국가에서는 맥아 대신 밀 등 다른 원료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맥주’에 있어서 ‘맥아’는 뿌리와도 같다. 

독이 들지 않은 나무에서 열린 열매를 어떻게 판단하게 될지, 식약처의 결정은 식품·유통업계의 중요한 사례로 남게됐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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