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클로젯’ 하정우 “놀라게 하고 싶은 악동 심리… 뭘 싫어하는지 알거든요”

“놀라게 하고 싶은 악동 심리… 뭘 싫어하는지 알거든요”

기사승인 2020-0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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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등장하는 배우 하정우의 모습엔 공통점이 있다. 자기 분야의 일을 잘 해내는 리더이면서 무겁고 딱딱하지 않은 인물. 항상 그의 평온했던 일상이 깨뜨리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쓰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오는 5일 개봉하는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에 출연하는 하정우도 비슷하다.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아이를 잃어버린 그는 사건에 깊숙이 휘말리게 된다. 하지만 기존 작품과의 커다란 차이점이 하나 있다. 관객들을 놀라게 하고 무서움을 주는 공포영화라는 점이다.

‘클로젯’은 김광빈 감독이 4년 동안 준비한 장편 데뷔작이다. 그 과정에는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가 함께 했다. 김광빈 감독이 윤 감독과 하정우의 데뷔작인 영화 ‘용서받지 못할 자’의 스태프로 참여했던 인연 덕분이다. 최근 서울 삼청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의 완성도에 만족해하며 ‘클로젯’을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렸다.

“김광빈 감독은 2년 전에 윤종빈 감독과 같이 만났어요. 그때는 오랜만에 얼굴 보는 자리였어요. 김 감독이 윤 감독을 찾아와서 시나리오 봐달라고 하더라고요. 전 그 자리에 우연히 들러서 ‘오랜만이다. 잘 지내고 있어’라고 말했고요. 윤 감독이 한 번만 더 고치고 가지고 오라 그래서 전 그냥 옆집 얘기 듣듯이 했죠. 근데 윤 감독이 ‘형이 해보는 건 어때. 신선할 것 같아’라고 제안했어요. 읽어봤더니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게 촬영하기 1년 8개월 전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이 시나리오 회의를 했죠. 김남길이 캐스팅되고 마지막 3개월 동안 시나리오 얘기를 하면서 같이 준비했어요.”

‘클로젯’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연상원은 딸과 단둘이 지내는 건축설계사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초등학교 입학 전인 딸 이나를 홀로 키우고 있다. 사고의 충격을 안고 있는 것이나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건 상원과 딸 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상원은 어쩔 수 없이 딸에게 소홀해지지만 그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정우는 이 과정을 ‘진짜 아빠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상원 자체가 딸을 대하는 데 있어서 어색한 사람이에요. 출장도 많았고 기러기 아빠처럼 산 거죠. 딸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몰라요. 사고로 아내를 잃고 갑자기 딸을 맡아야 하는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고 생각해요. 김광빈 감독님과 감독님 아버지도 그랬대요. 어렸을 때 아버지는 해외에 계셔서 떨어져 살았는데 1년에 한 번 만나면 어색하기 짝이 없었대요. 아버지와 아들이지만 동네 슈퍼 아저씨보다 어색해서 이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혈연이지만 충분히 어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경훈(남길)을 만나면서 어떻게 아버지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지 깨닫기 시작하죠. 그 이후도 좀 더 나은 아빠가 되기 위한 여정이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은 상원이 진짜 아빠가 되는 첫 시작이 아니었나 싶어요.”

사실 하정우는 공포영화를 못 본다고 털어놨다. 가장 마지막으로 본 공포영화가 실수로 본 영화 ‘주온’(2003)이었다고 할 정도다. 그래도 ‘클로젯’은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공포영화를 보지 않는 배우가 굳이 공포영화의 주연을 맡을 이유가 있을까. 하정우는 오히려 더 무서운 지점을 잘 안다고 했다.

[쿠키인터뷰] ‘클로젯’ 하정우 “놀라게 하고 싶은 악동 심리… 뭘 싫어하는지 알거든요”

“더 놀래켜 주고 싶은 악동 심리 같아요. 제가 당하고 싶지 않은 만큼 뭘 싫어하는지 정확히 알거든요. 벽장문을 열었는데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장면이 나오면 너무 무섭지 않나요. 사운드 칠판에 손톱 긁는 느낌을 대체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클로젯’의 음악 선율도 약간 좀 재수없죠. 김광빈 감독이 공포영화에 대해 오타쿠 수준으로 잘 알아요. 시나리오 회의를 할 때 특정 영화의 어떤 장면을 레퍼런스를 갖고 설명하더라고요. 전 그 장면만 봐도 섬뜩했어요. 감독이 이 장르에 완전히 특화됐다는 점 때문에 ‘클로젯’을 잘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후반작업도 정말 잘 해냈더라고요.”

‘클로젯’에 출연하게 된 것에는 감독과의 개인적 친분 이외에 많은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출연한 장르와의 차별성과 개인적인 재미도 있었다. 그가 운영하는 제작사에서도 ‘클로젯’과 비슷한 공포영화를 준비 중이다.

“장르를 먼저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신과 함께’나 ‘1987’, ‘PMC: 더 벙커’ 등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보다 움직임이 가볍고 건조한 영화를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클로젯’을 만나게 된 거죠. 결과적인 얘기지만 ‘백두산’과 ‘클로젯’의 저는 결이 달라요. 상반된 인물이죠. 그렇게 생각하니까 나름대로 균형이 맞춰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정말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기획되는 작품이 그렇지 않잖아요. 그렇게 하려면 저예산으로 기획하고 제작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영화 ‘겟 아웃’을 정말 흥미롭게 봐서 당시에 이 유행이 한 번 오지 않을까 생각도 했어요. 회사에서 준비하는 다음 영화도 저예산의 비슷한 장르예요. 남길이를 주연으로 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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