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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차이니즈” 내건 음식점…스멀스멀 번지는 반중 정서

정진용 기자입력 : 2020.02.05 06:05:00 | 수정 : 2020.02.04 22:53:13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중국인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12번째 확진자(49·중국인)가 사는 곳이자 방문한 마트, 영화관이 위치한 경기도 부천시에서는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을 부착한 식당이 등장했다.

4일 낮 12시 부천시 CGV부천역점 인근. 부천 로데오거리로 불리는 이곳은 역과 가깝고 음식점이 밀집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번화가다. 이날은 한적한 분위기였다.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지난 1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간 CGV부천역점은 여전히 문이 닫혀 있었다. 지난 2일부터 휴업한 이마트 부천점은 이날 정상영업을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2번째 환자는 CGV부천역점을 2차례 방문했다. 또 부천시 소재 음식점(小串王왕중왕)과 의료기관(부천속내과, 순천향대학교부속 부천병원), 약국(현대약국, 서전약국, 부천종로약국), 대형마트(이마트 부천점)을 찾았다. 

인근 상인들은 신종 코로나로 장사를 거의 말아먹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CGV부천역점 건너편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직원은 “원래 부천 로데오거리는 걷다가 인파에 밀릴 정도로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서 “보통 때 같으면 테이크아웃을 기다리는 손님이 줄을 선다. 그런데 오늘은 (기자가) 첫 손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주 평균 150만원어치 정도 팔았는데 (확진자 동선 발표 이후) 20만원대로 떨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반중 정서는 최근 잇따라 국내에서 중국인 확진자가 나오고 접촉자 숫자가 늘자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날 12번째 확진자가 부천시, 강원도 강릉, 서울 남대문 등 열흘 동안 지역사회를 활보, 접촉자가 666명으로 추정된다는 발표가 나왔다. 또 지난달 21~25일 제주도를 관광한 중국 우한 출신의 관광객(52·여)은 같은달 30일 중국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이 해열제를 복용하며 제주도를 돌아다녔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감염 사실을 알고도 관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빗발쳤다.

서비스 직종 종사자들은 중국인 손님들을 꺼리게 된다고 털어놨다. 부천역 인근 한 의류매장에서 만난 점원은 “나도 모르게 중국인 손님들이 매장에 들어오면 마스크를 꺼내 쓰고 청결에 민감해진다”면서 “그런데 정작 중국인 손님들은 신종 코로나를 의식하지 않는 듯 옷을 거리낌 없이 만지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매장에서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중국 당국의 미흡한 대처 때문에 주변 국가들에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로데오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신모(23·여)씨는 “중국 정부가 처음부터 숨기지 말고 제대로 대응했다면 이렇게 사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특히 제주도에서 해열제를 먹고 중국인이 관광을 하고 돌아다녔다는 뉴스를 보고 화가 났다.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인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주듯 부천 대학교 근방의 한 음식점에는 “No Chinese”(중국인 사절)라고 쓴 안내판이 걸렸다. 해당 음식점 관계자는 안내판을 붙이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도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을 게재했다. 같은날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는 한국인 3명과 중국인 4명 사이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인들이 중국인을 향해 “중국으로 꺼져라” “중국인이면 마스크를 쓰고 다녀라”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 확산이 특정 민족이나 단체에 대한 혐오 ‘제노포비아’(Xenophobia)로 이어지는 흐름은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다. 특히 서양 국가에서는 반중 정서를 넘어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로 번지고 있다. 한국 국민과 교민들도 인종차별 피해의 예외가 아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은 중국인·한국인·일본인 등 동양계 학생의 수업 참석을 전면 금지해 논란이 됐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28·토트넘 핫스퍼) 선수는 지난 3일(현지시간) 경기 종료 후 언론 인터뷰에서 기침을 했다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것 아니냐”고 조롱 당했다. 

전문가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 감정을 표출하는 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박동천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교수는 “한국 사회의 반응은 신종 코로나라는 새로운 질병, 처음 당해보는 일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면서 “아무래도 이름이 우한 폐렴이다 보니 중국인이 ‘타겟’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평소 현정부에 갖고 있던 불만이나 중국인에 대해 쌓아두고 있던 악감정을 분출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동시에 중국인에 대한 혐오, 차별을 견제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중국인들이 불결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이제는 독자들이 차별을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한국 사회가 예전에 비해 성숙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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