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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화 ‘빅쇼트’와 라임 사태…과신과 모럴헤저드가 낳은 비극

영화 ‘빅쇼트’와 라임 사태…과신과 모럴헤저드가 낳은 비극

유수환 기자입력 : 2020.02.14 06:00:00 | 수정 : 2020.02.13 17:52:18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증권업계를 출입하다 보면 투자상품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관련된 각종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대중문화도 마찬가지다. 수년 전까지 큰 관심이 없던 금융투자업과 관련된 영화, 드라마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이 가운데 지난 2016년 개봉된 헐리웃 영화 ‘빅쇼트’는 부동산금융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는 작품이다. 국내 개봉작인 ‘국가부도의 날’ ‘블랙머니’와 달리 관객에게 감정이입을 강요하지 않은 체 담백하게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것이 이 영화의 백미다. 

이 영화는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다룬 마이클 루이스의 2010년 논픽션 ‘빅 숏: 패닉 이후, 시장의 승리자들은 무엇을 보는가’를 원작으로 한다.

빅쇼트는 경제용어로 가격이 하락하는 쪽에 집중 투자를 하는 전략이다. 일종의 역(逆)투자(인버스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해하기 쉽게 얘기한다면 ‘대형 공매도’라고 보면 된다.

영화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혹은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부동산금융투자에 대한 기관과 투자은행들의 낙관적인 시각에 일침을 가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캐피탈회사 대표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는 2005년부터 세계 경제 위기가 올 것을 미리 감지하고 부채담보부증권(CDO)를 골드만삭스에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맺자고 제안한다. 한마디로 인생을 건 대형 배팅인 것이다. All or Nothing과 다를 바 없는 도박을 건 것이다. 신용부도스와프란 기업이나 국가의 파산 위험 자체를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파생금융상품을 말합니다. 만약 상대 국가 혹은 기업이 부도가 날 가능성을 대비해 거래 당사자 중 한쪽이 상대방에게 수수료를 주는 대신,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나거나 채무가 불이행될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보상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 즉 상대가 파산할 경우 ’잿팟(대박)‘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주인공의 배팅에 대형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코웃음을 쳤지만 결과적으로 당시(2008년) 세계 4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세계금융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최근 증권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도 이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사모펀드의 유동성 문제가 아니다. 즉 성과에 매몰된 업계 관계자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 안일한 리스크 관리, 그리고 금융당국의 대책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본다.

영화 ‘빅쇼트’에서 조명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단순히 부동산 시장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이 영화에서 핵심적인 소재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을 신용등급이 낮은 대상에게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 주는 것으로 당시 금융권 관계자들은 주택시장의 상승세를 낙관한 채 이를 파생상품으로 재구성하면서 덩치를 불려나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자 점점 주택담보를 갚지 못한 개인들이 늘어나면서 은행도 함께 도산 위기에 놓이게 된다. 또한 파생상품으로 재구성한 상품들까지 전이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도 규모만 다를 뿐이지 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2012년 설립된 운용사로 짧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1위의 헤지펀드사로 성장한다. 라임자산운용의 급격한 성장세는 이를 벤처마킹하려는 운용사들도 생겨나게 된다. 하지만 ‘꽃길’만 걸었던 것일까. 최근 논란이 된 헤지펀드가 담은 종목(기업)들의 다수가 부실한 재무구조를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실 기업에도 과감히 투자할 수 있던 배경은 높은 수수료가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손실이 나자 마치 ‘카드 돌려막기’처럼 펀드 돌려막기를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은행 등 금융사들은 라임운용 사모펀드를 보다 많이 팔기 위해 보다 많은 단기형 펀드 설정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용사와 판매사 모두 수익을 내기 위해 리스크 관리에는 소홀했던 셈이다. 

더군다나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내놓은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통해 사모펀드 투자 한도를 완화했다. 특히 운용사 설립 요건과 펀드 설립 절차도 간소화해 시장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 결국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 없이 규제만 완화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시장은 날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미 일부 증권사는 약 5~9조원이 넘는 자기자본을 보유하면서 국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도 이미 공모펀드를 추월한 상태다. 하지만 시장이 그만큼 커진 만큼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는 여건, 그리고 투자업에 대한 책임감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가 터지면 결국 손실은 투자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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