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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낭 넘길 수 있었지만…'메르스' 경험한 의사가 29번째 환자 발견

고대안암병원 교수 "당연히 해야 할 의심을 하고, 대처했을 뿐"

유수인 기자입력 : 2020.02.17 09:45:54 | 수정 : 2020.02.17 10:50:43

고려대 안암병원 로비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국내 29번째 코로나19 감염자를 발견한 고려대 안암병원 의료진이 5년 전 메르스 사태 당시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질병관리본부와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29번째 확진자(82ㆍ서울 종로구)는 지난 15일 낮 12시쯤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의료진은 심근경색을 의심했해 흉부X선을 찍고 심근경색 검사를 했다. 40대의 응급실 이모 교수(응급의학과 전문의)는 X선상에서 미약한 폐렴 증세를 확인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진행했다. 여기서 바이러스성 폐렴을 잡았고, 오후 4시 격리를 한 뒤 코로나19 검사를 요청했다.  

흉통 환자는 기본적으로 X선 검사를 한다. 그래서 의례적인 절차로 여기고 그냥 넘길 수 있다. 하지만 X선 사진을 본 이 교수에게 뭔가 느낌이 왔고, 추가 검사로 들어간 것이다.

이 교수는 환자를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로 판단했다. 즉시 응급실 내 음압격리병실로 옮겼고 신종 코로나 검사를 했다. 자정을 넘겨서 양성 판정이 나왔고, 16일 오전 1시 45분 국가지정격리병원인 서울대병원 격리병실로 옮겨졌다. 

병원측은 서울대병원으로 환자를 옮기기 전 응급실을 폐쇄했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과 청소 인력 등 36명과 당시 응급실에 있었던 환자 6명도 격리됐다. 29번 환자는 이 병원에서 14시간 가량 머물렀지만 4시간 만에 격리돼 병원 내 접촉자가 줄었다. 

당시 환자는 협심증 약을 처방받고 증세가 나아지고 있었다고 한다. 환자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고, 열이나 기침 같은 신종 코로나 증세가 없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손호성 고려대안암병원 부원장은 “이 교수는 메르스 때 환자를 진료했는데, 그 경험이 이번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장은 “환자가 협심증 약에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응급실에 오면 X선은 루틴(일상적)으로 찍는다. 그런데 이 교수가 X선을 유심히 봤다. 뭔가 심상치 않아 CT를 찍었고 폐렴이 나오자 격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교수가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며칠 후 확진했을 테고, 그러면 메르스처럼 병원이 뚫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 교수에게 정말 훈장을 줘야 한다. 폐렴 의심도 아니고 흉통이라 심근경색이구나 했던 환자다. 응급실 안에서 해결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만약 이 환자가 병실 올라가서 한 일주일 있었다면 메르스 때처럼 됐을지 모른다”라고 했다.

그는 “이 환자(29번 환자)의 등장으로 의료기관의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 가슴이 아파서 들어왔는데 폐렴이고 신종 코로나라니 병원마다 ‘우리 병원이었으면 검사했을까’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며 “병상 가동률이 96%를 넘는 일부 대형병원들은 폐렴 환자 1인실 격리를 두고 ‘여건이 안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 환자가 나오면서 ‘이제 폐렴 환자는 무조건 격리하고 검사해야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다. 어찌 보면 29번 환자인 A씨가 쓴약이 된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천병철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A씨를 발견한 응급실 의료진이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발열이나 기침 증상도 아닌 흉통으로 응급실에 간데다 X선 검사에서 약한 폐렴이 발견된 걸 가지고 혹시나해서 검사를 해봤다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때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오자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이 의사에게 상을 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29번째 확진자를 발견한 해당 교수는 현재 자가 격리된 상태다.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의심을 하고, 대처했을 뿐”이라고 말하며 중앙일보 취재진과 통화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교수는 병원 관계자를 통해 “접촉자 중에 환자가 나올지도 몰라 조심스럽다. 대단한 일을 한 게 없다”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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