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 불가능한 건강보험 국고지원 ‘20%’

기사승인 2020-02-2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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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 불가능한 건강보험 국고지원 ‘20%’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부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재정지원을 해왔다. 본격적인 지원은 2000년 통합 국민건강보험 출범부터다. 이후 제도개선을 거듭하며 2007년 국민건강보험법 108조에 따라 해당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를 정부예산 중 일반회계에서, 국민건강증진법 부칙 2조에 근거해 6%를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는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법에서 정하고 있는 20%를 실제로 채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장 국민건강증진기금이 6%를 절대 충족할 수 없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6%로 규정은 돼 있지만, 건강증진법상 기금의 재원인 담배부담금 예상수입액의 65%를 넘지 못하도록 단서를 달아두고 있어 지원액이 3%를 넘지 못하는 구조다.

여기에 일반회계(국고) 또한 ‘예상수입액’의 일정비율로 지원규모를 정하고 있어 실제수입과의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기획재정부가 ‘예상수입액’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가입자 수 및 가입자 소득의 증가율을 누락해 ‘과소편성’하는 문제를 되풀이하고 있어, 14%를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국고와 기금을 모두 포함한 정부의 지원금을 실제 건강보험료 수입과 비교할 경우 2008년 12.3%, 2009년 14.1%, 2010년 13.5%, 2011년 12.6%, 2012년 12.1%, 2013년 12.4%, 2014년 12.8%, 2015년 12.6%, 2016년 11.0%였다. 심지어 2017년에는 매년 건강보험 수입증가에 따른 지급액의 자연 증가분조차 따라가지 못해 실제 보험료 수입의 9.7%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같은 과소지원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의 적정부담을 약속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2019년도 예산안의 경우 예상보험료 수입대비 국고지원액 규모는 10.3%로 책정됐다. 기금과 합치면 13.6%에 그쳤다. 2020년도 예산안에서도 기금에서의 지원금 약 2.9%를 합쳐 14.06%에 머물렀다. 

정부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13년간 투입한 국고지원금 총액은 법으로 정한 20%에 못 미치는 연평균 15.3% 수준에 불과하다.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미지급액은 약 24조 5374억원이다. 더구나 예상 수입이 실제 수입보다 규모가 작아 국고지원규모가 높게 책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지급액은 2020년 말이면 2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반회계를 떠나 담뱃세 예상수입이 적어 건강증진법 단서조항에 따라 6%를 채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평균 2.9%가 최대”라며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20%를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울러 복지부의 이러한 입장은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국회에서도 공감을 얻었다.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박종희 수석전문위원은 “담배부담금 지원비율이 실제 3% 내외 밖에 안 돼 규정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기금에서의 지원상한을 삭제하거나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부는 지원비율을 낮추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보건의료단체들은 일련의 불가피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보건의료·시민사회 단체들은 국고지원은 ‘국가책임’의 다른 말로 정부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고지원 20%를 맞추지 못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보험 보장률 70% 달성이라는 공약을 실현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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