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19’ 서울 방역에 구멍…신천지 유관 단체 놓쳤다

‘코로나19’ 서울 방역에 구멍…신천지 유관 단체 놓쳤다

기사승인 2020-02-28 18: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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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교주 이만희가 HWPL 대표…방역·폐쇄 대상서 빠져

-서초구청과 거리 200m 불과

-이단상담소 ”사실상 신천지, 회원수 10만명 넘어”

[쿠키뉴스]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기자 = 서울 서초구 한복판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유관 단체가 있음에도 정부 차원의 방역과 폐쇄가 이뤄지지 않았다. 

28일 쿠키뉴스 취재결과, 사단법인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방역과 폐쇄는 전무했다. 이날 HWPL 사무실은 인기척이 없었고 불도 꺼져있었다. 서초구청장 명의의 폐쇄명령서 등도 부착되지 않은 상태였다.

HWPL은 민간비영리기구(NGO)로 등록되어 있으나 사실상 신천지 ‘위장단체’라는 주장이 나온다. HWPL에는 신천지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이 이사로 등록되어 있다. HWPL 등기에는 7명의 이사가 등록돼 있으나 ‘이사 이만희 이외에는 대표권이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해당 기관의 회원 대다수는 신천지 신도로 알려져 있다. 

서초구 서초2동 동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주소지에 대해서는 방역을 아직까지 실시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인근 관계자들도 HWPL이 위치한 건물에 대한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건물 입주자는 “한 번도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신천지와 연관이 있었는지 몰랐다. 어떡하면 좋으냐”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입주자는 “매주 토요일 오후 7~8시마다 20~40대로 보이는 이들 십여명이 건물 입구에 떼를 지어 모여 있었다. 이 근방은 회사들이 쉬는 주말에는 한적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종교단체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고 덧붙였다.

신천지 유관 단체에 대한 ‘방역 구멍’은 어디서 발생했을까. 서초구청은 HWPL이 신천지 유관기관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서초구청의 신천지 관련 방역 장소에서 HWPL 주소는 빠져 있었다. HWPL 사무실과 서초구청 간의 거리는 약 200m에 불과하다. 신천지 또한 지난 22일 발표한 교회·부속기관 명단에서 HWPL을 게재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신천지 유관 단체가 서초구 방역 대상에서 빠진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특히 HWPL과 마찬가지로 신천지 산하 기관인 사단법인 세계여성평화그룹(IWPG)는 서초구가 지난 23일 방역을 실시하고 폐쇄한 상태다. IWPG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계평화의 근간’이 되겠다는 모토를 내세운 단체다. 이 총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으며 ‘신천지 2인자’로도 알려진 김남희씨가 과거 대표를 맡았다.

HWPL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논란 이후 사무실을 자체적으로 방역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1~2주 전쯤 사무실에서 자체적인 방역을 실시했다. 자택이나 외부에서 근무 중”이라며 “신천지와는 별개의 단체다. 대표가 같아 신천지 신도들이 많이 일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단독] ‘코로나19’ 서울 방역에 구멍…신천지 유관 단체 놓쳤다과거 신천지에 몸담았던 구리이단상담소 김강림 전도사는 “대다수의 신천지 신도들이 HWPL과 IWPG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신천지의 대규모 행사 등은 HWPL·IWPG 이름으로 진행된다. 사실상 신천지 단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신천지 청년들이 해당 단체들에서 활동을 한다”며 “HWPL은 회원수가 10만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8일 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총 2337명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기준, 서초구 확진자는 4명, 능동감시 대상자는 60명이다. 서초구는 반포3동에 거주하는 54세 남성이 이날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지난 26일 지하철 고속터미널역, 뉴코아아울렛, 인근 지하상가 등을 오간 것으로 조사됐다.

spotl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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