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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은 실패했다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은 실패했다

김양균 기자입력 : 2020.03.26 00:01:00 | 수정 : 2020.03.25 18:32:31

[쿠키뉴스] 김양균 기자 = “정부는 2017년부터 범정부 합동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만들었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 조직을 신설하고, 성폭력처벌법 등 여섯 개 법률을 개정하는 등 제도를 정비해왔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가 등장하고 있어 신속한 추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24일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이 최근 사회적 공분을 낳고 있는 이른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내놓은 답변 중 일부다. 기시감이 든다. 2017년 비동의 불법영상 유출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었을 때도 이와 유사한 발표가 당시 정현백 전 장관 차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범죄는 진화한다. 디지털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영악하게 악용하는 이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디지털 발전을 멈출 수 없으니 처벌을 강화해 경각심을 주거나 선제적 예방 조치가 있어야 범죄의 대응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게 또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3년간 성폭력처벌법 등의 개정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았음을 국회 안팎에서 목도한 바 있다. 부처 간 협력도 항상 좋았다고는 할 수 없다. 법무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 등과의 협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권한보다 협조를 구해야 하는 여가부의 상황에서 아직 존재하는 부처 간 장벽이란, 실무자의 입에서 단내가 나게 만들었으리라. 

비단 이 사건의 책임이 여가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3년 전 경찰은 비동의 불법찰영 영상 삭제와 관련해 해외에 서버가 있어 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 수사 의지를 의심받았었다.  텔레그램 역시 서버가 해외에 있는 외산 서비스라는 점에서 n번방 사건 초기, 과연 경찰이 얼마나 전향적 태도변화가 있었을지 나는 묻고 싶다. 

그럼에도 여가부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성, 청소년 보호가 여가부의 주력 분야 아니던가. 여가부는 다시 여러 부처와 합동으로 관련 두 번째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한다. 이른바 ‘제2차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이다. 대책이 아직 수립되지도 않았거니와 대책과 시행은 또 다른 이야기다. 첫 종합대책이 제대로 작동됐다면, 불과 3년 만에 범정부 대책이 다시 나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책의 방향은 처벌 대상 확대 및 처벌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상대적으로 피해자 보호는 이전 대책과 큰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다. 처벌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가해자들에 대한 공분을 의식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 장관은 입장 말미 다음과 같이 밝혔다. “피해자 여러분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불법영상물이 삭제되고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정부가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공무원까지 연루된 마당에 정부가 피해자 곁에 있겠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건 비단 나뿐인 걸까.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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