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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임대료는 ‘인복’ 복불복…먼저 말 꺼내볼까 ‘전전긍긍’” [르포]

“임대료 인하도 인복 있어야…" 점주는 인건비 줄이며 참고 버티기 [르포]

한전진 기자입력 : 2020.04.02 04:32:00 | 수정 : 2020.04.01 22:59:59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한 오리고기 전문점 사장은 직장인들의 회식도 줄어 최악의 한 달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임대료 인건비 식재료 등의 고정지출이 가장 부담이다. / 사진=한전진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먼저 (임대료) 내려달라 말 꺼내기 어렵죠. 오는 8월 재계약도 있어 괜히 불편해질까 염려도 되고요. 건물주가 이 동네 가게 3개를 가지고 있는데, 누구 하나 얘기를 못하겠다 하더라고요. 방법이 마땅히 없으니 그냥 참고 버티는 거죠.”

코로나19로 피해를 보고 있는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착한 임대료 운동’이 시작 된지 약 한 달째. 식당 등을 운영 중인 점주들은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였다며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아직 임대료 인하를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몇몇 상인들은 “경제적 여유를 가진 착한 임대인을 만난 사람만 볼 수 있는 혜택”이라면서 “그저 인복(人福)에 기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사실상 임대료 인하 기대를 체념하고 있었다.

'착한 임대료 운동'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캠페인이다. 정부도 6개월 동안 임대료를 인하하는 임대인에게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는 등 이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지자체의 참여도 늘며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신모씨는 얼마 전 고민 끝에 어려움을 담은 문자를 임대인에게 보냈다. 내키지 않았지만 연일 떨어지는 매출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그는 “최근 50만원을 덜 받겠다는 임대인의 연락을 받았다”면서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캠페인이 진행되다 보니, 임대인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 달 간은 큰 도움을 받게 됐다”라고 호평했다. 

신씨는 이날 오후까지 두 명의 컷트 손님밖에 다녀가지 않았다고 울상을 지었다. 학생들이 주 고객층이었지만, 얼마전 휴교가 더 미뤄지며 한숨은 늘었다. 신씨는 “가게가 크진 않아도 임대료는 200만원 정도”라면서 “지금 상황에선 임대료 내는 것 조차 힘들다”라고 호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휴교로 인해 미용실 등의 타격도 심각하다. 한 미용실 원장이 최근 매출 기록부를 보여주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상황을 버티지 못해 결국 문을 닫는 매장들도 늘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다만, 신씨와 같은 경우는 나은 편에 속한다. 임대인에게 이야기를 꺼내도 거절 받는 일도 빈번하다. 최근 서울역 인근에서 김밥전문점을 열고 월 400만원의 임대료를 지출하고 있다는 한 점주는 “임대인에게 조심스럽게 언급 했으나, 자신의 대출 내역과 통장 잔고 등을 보여주며 ‘나도 어렵다’고 하더라”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어렵게 두 달 전 가게를 열었는데, 운이 없는지 코로나와 맞물리게 됐다”며 “정부 지원 대출 등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외에도 다수의 점주들은 임대인에게서 먼저 인하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버티겠다고 했다. 인근에서 죽 전문점을 연 강모씨는 "건물주와 오는 8월 재계약이 있는데, 자칫 이야기를 잘못하면 불이익이 될까 연락은 따로 안 하려 한다“라고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해당 건물주는 몇 달 전 다른 점포의 임대료를 오히려 올렸다. 그는 ”선의에 기대야만 하는 부분이라 답답하지만 별다른 방법도 없어 임대료 인하 기대는 사실상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충정로역에서 일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 씨 역시 “착한 임대인은 현실과 먼 이야기”라면서 “인하를 해준다 해도 잠시 뿐이고, 이점을 이유로 추후 임대료를 올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김씨는 아쉬운 대로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최근 종업원 2명을 내보냈다. 

한 식당 점주는 임대인에게서 인하 이야기가 나올때까지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겠다고 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한창 사람이 몰릴 시간임에도 텅 빈 미용실의 모습. / 사진=한전진 기자

반면 임대인들도 할 말은 있다. 임대료 인하에 나서고 싶어도 자신 역시 경제적 여건상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것. 건물과 상가를 거액의 대출로 유지하는 임대인의 경우도 많아, 이들 역시 세금과 이자, 공과금 부담이 큰 상황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폐업 매장이 늘면서 공실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임대료 인하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오히려 이들이 이중고를 겪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 중구의 한 부동산에서 만난 관계자는 “마음으론 (임대료를) 낮춰주고 싶지 않을 사람들이 어디 있겠나”라며 “‘착한 임대인’이 되고 싶어도 ‘제 코가 석자’라면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임대사업자의 대출금 이자를 낮춰주는 방법도 고려해 임대인들의 부담도 줄여야 하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한편 임대료에 대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호소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착한 임대료 운동’을 넘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달 26일 맘편히장사하고픈상임모임 등 8개 단체는 서울시청에서 “세액공제 등을 제외하면 현재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다”라며 “임대인들의 선의에만 기대하게 하지 말고, 정부와 지자체가 상생을 위해 나서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평소에는 직장인들이 저녁으로 끼니를 때우며 붐볐던 식당도 사람들이 급감했다. / 사진=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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