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개학 D-1] 대학·학원 이어 학교도...원격수업서 '줌' 왜 쓸까 

직관적인 툴과 무료강의 장점...그룹인원 20명 넘어가면 주의력 낮아질 수도

기사승인 2020-04-08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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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써보니 만족스러워요. 계속 쓸 거 같아요." 

학원을 운영하면서 강사를 겸하는 김모(36·여)의 말이다. 김씨는 지난 3월부터 줌 클라우드 미팅(ZOOM cloud meeting, 이하 줌)을 이용한 화상수업을 시작했다. 개학이 미뤄지면서 '교육 공백'에 따른 학부모의 요구 때문이다. 김씨는 줌으로 원격수업을 시작하면서 반을 5명 단위의 소그룹으로 쪼갰다. 너무 많은 인원은 모니터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김씨는 줌을 이용하면서 온라인에서도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김씨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신기해하고 좋아한다"며 "탭을 이용해 판서하듯 필기도 하고, 질문자를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중간 질문을 통해 수업을 잘 듣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답변을 할 아이를 지정할 수도 있어 생각보다 딴짓을 할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그는 "수업 준비에 예전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수업에서는 보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말하느라 목이 쉬기는 한다"며 "다만 생각보다 몰입감도 좋고, 아이들도 수업에 활발히 참여해 기존 수업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오는 9일부터 중3과 고3을 대상으로 온라인개학이 실시되면서 일선 중·고등학교에서도 줌을 이용한 강의가 이뤄진다. 이미 교육부에서는 교사들에게 줌이나 네이버 밴드, 행아웃 등 다양한 툴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그중 단연 많이 쓰이는 플랫폼은 줌이다. 이미 개강한 대학교에서나 학원에서 줌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줌의 인기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 크게 올랐다. 와이즈앱과 와이즈리테일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가진 한국인의 3월 앱 사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첫 번째로 증가율이 높은 앱은 마스크 재고량을 알 수 있는 '굿닥'이었으며 두 번째가 줌이었다. 줌을 사용하는 사람은 1월 3만명, 2월 18만명에서 3월에는 187만명으로 2월 대비해서 사용자가 939% 늘었다. 

정부도 줌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을 안내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전국 시도대표 17명과 함께 '1만 커뮤니티 임명식'을 줌을 통해 온라인으로 실행한 바 있다. 카이스트도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대전 유성지역 38개 중고교 교사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줌을 온라인 수업에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미 온라인으로 개강한 대학교에서는 줌을 이용한 강의가 활발하다. 서울대에서도 원격수업 활용 계획 예시로 줌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다. 스누라이프, 고파스 등 대표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줌으로 하는 수업에서의 의문점을 묻는 질문이나 후기가 자주 올라오고 있다. 이미 별도의 공지 없는 원격수업은 '줌'이라는 컨센서스가 이뤄졌다. 커뮤니티에서 강사로 근무하는 한 이용자는 "학생이 수업 시간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이름을 랜덤으로 부르며 질문하면 수업 몰입도가 높아진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학원 강사들이 모인 한 네이버 까페에서는 줌을 통한 화상수업이 어떤지 묻는 게시물에 만족감을 표시하는 강사들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한 강사는 "의견을 모아봤는데 만족도가 좋다"고 말했고 다른 강사도 "무료 프로그램으로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줌 화상수업에 대해 학생들도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 지역 맘까페에서도 원격수업에 대해 우려하는 질문에 "아이는 만족해한다"며 "화상에서 참여해도 아직까지는 비슷한 느낌이라고 한다"는 답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사용자도 "아이가 괜찮다고 해서 만족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교육자들이 줌을 많이 이용하는 이유로는 설치의 편리함과 무료 제공을 꼽는다. 줌은 홈페이지로 들어가 프로그램을 내려받고 회원가입을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구글의 행아웃이나 네이버 밴드,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등 다른 툴도 있지만 줌은 다운받으면 바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어 더 편리하다. 행아웃이나 팀즈 등은 좀 더 복잡하고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줌에서 수업을 하는 사람은 '회의 호스팅'을 누르고 회의 창을 만들면 된다. 이 회의창 주소를 복사해서 참여자에게 알려주면 된다. 참여자들은 회의 호스트가 보내주는 링크를 통해 들어가면 바로 강의에 참여할 수 있다. 노트북, PC, 패드, 스마트폰에서 모두 접속 가능하다. 화상채팅 화면을 그대로 녹화해서 mp4 파일로 저장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줌은 3명 이상의 참가자가 참여 시 40분까지 무료로 지원된다. 그 이상 강의를 이어가려면 월 14.9달러(한화 1만8000원가량)를 결제하면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참가자 300명이 넘어간다면 월 19.99달러(한화 2만4000원가량)을 내면 된다. 보통 초중고 수업이 40분~50분 남짓 하는 것을 감안할 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40분이 넘어가서 방이 사라져도 다시 초대하면 다시 40분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직관적인 툴이 장점이다. 거의 매뉴얼이 필요 없을 정도다. 오디오와 소리를 켜고 끌 수 있고, 화면을 공유할 수 있다. 로그인을 하면 컴퓨터 오디오로 참가할지, 비디오 영상으로 참가할지 선택할 수 있다. 누가 입장했는지 참가자 관리가 가능하다. 화면 공유를 클릭하면 화이트보드 등 화면이 나온다. 노트북 바탕화면이나 PPT, 스마트폰 사진 등 다양한 것을 모두 공유할 수 있다. 소리 공유를 하면 화면을 공유한 채로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영화를 틀어주는 등 영상 수업을 할 때도 유용하다. 

다만 소수의 인원이 아닌 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급 강의에서 줌이 효용성이 있을지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소수 정예 강의에서는 하나하나 학생을 부르고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다수를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는 학생 하나씩의상태를 체크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급당 20명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원격수업이 가능할지 효용성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보안성과 접속 안정성도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줌은 사이버 공격자가 화상회의에 무단 침입해 음란 영상을 업로드하는 등 일부 강의에서 문제가 나오고 있다. 일부 끊김 현상도 있다. 앞서 유은혜 장관과 교사와의 간담회에서도 끊김 현상이 발생하는 등 접속 안정성 측면에서 허점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20명이 넘어가는 그룹을 상대로 한 수업은 소수인원과의 수업과는 양상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성인과 달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 잘 이루어질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고 말했다.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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