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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신승훈 “자만하지 않겠다. 하지만 자부심은 있다”

신승훈 “자만하지 않겠다. 하지만 자부심은 있다”

이은호 기자입력 : 2020.04.08 08:00:00 | 수정 : 2020.04.07 21:57:25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유튜버가 된 기분이에요. ‘‘구독’, ‘좋아요’ 눌러주세요’라고 해야 할 것 같고….” 모니터 너머로 가수 신승훈이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그에게도 온라인 화상 인터뷰는 낯선 경험이었다. 계획대로라면 호텔 연회장을 빌려 기자회견을 열었어야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신승훈은 ‘비접촉’ 인터뷰를 택했다. 30주년을 기념한 스페셜 음반도 애초 지난 3월16일 내려다가 발매 일정을 보름여 미뤘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려던 전국투어 콘서트의 서울 공연 역시 연기됐다. 대신 신승훈은 오는 6월 13~14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투어 서막을 올리기로 했다.

공들여 준비해오던 프로젝트가 외부 요인에 의해 흔들릴 때, 당사자가 느낄 상실감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신승훈은 몇 번이나 “아쉽고 속상하다”며 씁쓸해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감에 깊이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삼으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달 선공개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일상을 잃은 이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며 코로나19 시국의 위로가로 떠올랐다. 항간에선 ‘지금 사태를 예상하고 쓴 곡이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신승훈은 “작년 8~9월쯤 써뒀던 곡”이라며 “‘힘든 줄 몰랐는데, 이 곡을 듣고 우는 걸 보니 사실 내가 힘들었나 보다’라는 댓글이 특히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평소 신승훈이 후배 가수들에게 자주 해주는 조언이라고 한다. “데뷔 10년, 11년 차쯤 된 친구들이 저를 자주 찾아와요. 20년 넘게 활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요. 저는 언제나 마지막에 ‘네가 지금 하는 고민, 6개월 후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거야.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말하곤 하죠.” 데뷔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크게 히트시키며 승승장구해왔던 신승훈에게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주문이 필요했던 때는 있었다. 특히 음악에 관한 고민이 컸단다. “제가 슬픈 발라드를 부르면 ‘노래가 다 똑같다’고 하고, 스타일을 바꾸면 ‘왜 그런 노래를 해?’라고 하고…. 또 제 목소리가 익숙해져서인지 사람들이 더이상 신승훈의 음악을 얘기하지 않는 때도 오더라고요. 그로 인한 힘듦이 있었죠.”

8일 오후 6시 공개하는 ‘마이 페르소나스’(My Personas)는 ‘신승훈표 발라드’를 아우른 음반이다. 신승훈은 “나의 분신은 음악이라고 생각”해 음반 제목을 이같이 지었다. 타이틀곡은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와 ‘그러자 우리’ 두 곡으로, 뮤직비디오는 각각 남자와 여자의 처지에서 이별을 표현했다. 이 외에 작사가 양재선이 ‘인간 신승훈’을 보며 가사를 쓴 ‘늦어도 11월에는’, 신승훈이 “마음속의 타이틀곡”으로 꼽은 ‘내가 나에게’와 후배 싱어송라이터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워킹 인 더 레인’(Walking in the rain·원곡 모리아)와 ‘사랑, 어른이 되는 것’(원곡 더필름) 등 모두 8곡이 음반에 실린다.

“신인 시절에 ‘큰 획을 그으려 하지는 않겠다. 대신 점은 찍겠다. 계속 찍다 보면, 언젠가는 그 점들이 하나의 선으로 보일 날이 오지 않겠냐’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나름대로 30개의 점을 찍고 나니, ‘신승훈’이라는 하나의 선이 있긴 있는 것 같아요. 데뷔 30주년 소회를 물으신다면, 과거의 영광을 대견히 여겨달라고 답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저는 여전히 신곡으로 여러분과 만나고 있다는 걸, 신승훈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보이지 않는 사랑’,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아이 빌리브’(I Believe) 등 발라드곡을 주로 히트시켜 ‘발라드 황제’라고 불리지만, 신승훈은 이를 “애증의 표현”이라고 했다. 발라드곡만 드러나 뉴 잭 스윙(‘로미오&줄리엣’), 맘보(‘내 방식대로의 사랑’), 디스코(‘엄마야’) 등 여러 장르에 도전해온 노력이 흐려져서다. 신승훈은 ‘국민 가수’라는 애칭도 ‘예전의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그저 “괜찮았던 뮤지션, 아티스트”로 기억되면 더욱 바랄 게 없다는 것이다.

신승훈은 오는 6월부터 전국을 돌며 공연한다. “이번 음반에 대한 반응은 공연 이후에 듣고 싶다”고 할 만큼, 신승훈은 이번 공연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음반 작업 당시부터 공연 연출을 상상하며 곡을 쓴 데다, 코로나19로 투어 일정이 미뤄져 공연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더욱 늘어난 덕분이다. 그는 공연 진행 순서도 완전히 바꿨다. 시작부터 “무모할 정도”의 무대로 “큰 박수를 받을 만한 연출”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50대의 중견 가수에겐 창작욕이 끊이지 않는다. 신승훈은 이미 다음 음반에 실릴 노래도 2곡이나 만들어놨다.

LP, CD, 테이프, 디지털 음원을 모두 겪었고, 가수 남진, 서태지와 아이들, H.O.T., 동방신기, BTS의 전성기를 모두 지켜본 가수. 신승훈은 지난 30년을 돌아보며 “스스로가 대견스럽다”고 했다. ‘늦어도 11월에는’에서 신승훈은 자신의 현재를 9월에 비유한다. 왕성하게 꽃을 피워내는 시기는 지났지만, 운치가 있는 시기라는 게다. 그는 인생의 겨울도 두려워 않는다. 언젠가 자신 몸의 이파리가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는 날이 오더도, 이제 그조차 즐길 수 있는 연륜을 갖게 됐다고 신승훈은 말했다. 

“제 음악의 강점은 모나지 않음과 친숙함, 그리고 신뢰도에 있다고 생각해요. 제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신승훈 노래는 이상해’라고 말할 만한 곡은 만들지 않았거든요. 돌아보면, 등에 떠밀려서 뭔가를 하거나 쉬운 길을 찾진 않았어요. 잊히는 거, 두렵죠. 서운하고 서럽겠죠. 하지만 누군가는 저를 기억할 거라고 믿어요. 여러분이 이렇게 제 얘기를 들어주시는 것도, 제가 제 것을 지키고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자만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자부심은 품고 있습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도로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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