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패혈증약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항암제·구충제 성분까지 ‘약물재창출’ 활발

기사승인 2020-05-21 03: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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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전 세계 학계와 제약바이오업계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약물인 만큼, 다양한 기전의 항바이러스제가 임상시험에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이 2020 바이오코리아에 모여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임상시험을 개시한 약물은 대부분 ‘약물재창출’ 사례다. 약물 재창출은 당초 다른 질병의 치료를 목표로 개발 중이던 물질이 새로운 질병에 대해서도 치료 효과성과 안전성을 가지는지 확인하는 신약개발 방식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바이러스 치료제의 3가지 유형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물질들은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기전(Direct Antivirals) ▲면역력을 증강시켜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기전(Immune Boosters) ▲증상 발현 이후 염증을 줄이는 기전(Anti-inflammatory)이 대표적이다.

직접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은 ‘렘데시비르’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 약물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유효성 여부에 대해 상충하는 결과들이 거듭 발표되고 있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면역을 증강시키는 기전으로 대표적인 후보물질은 ‘인터페론 알파’다. 이는 인체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바이러스의 침입에 대처하기 위해 인체가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의 일종이다. 항암제로 사용되고 있는 ‘베바시주맙’도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니볼루맙’(제품명: 옵디보)과 ‘펨브롤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등의 면역항암제 성분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로 거론된다. 이들 약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여 인체가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증강시켜주는 원리다.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된 이후 염증 진행을 억제하는 기전의 약물로는 ‘아달리뮤맙’으로 불리는 항체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염증성 사이토카인 세포 속에 존재하는 잭(JAK)단백질을 저해하는 ‘바리시티닙’, ‘록소리티닙’, ‘토파시티닙’ 등도 코로나19 환자 대상 임상시험 중에 있다. 사이토카인 항체 치료제 ‘IL-6’과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토실리주맙’(제품명: 악템라)에 대한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하는 기전(Anti-spike proteins)의 약물들도 긴급히 개발 중이다. 바이러스 표면의 수용체가 인체의 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차단해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원리다. 다만, 이 같은 유형의 후보물질들은 아직까지 임상시험에 진입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이오 테라솔루션, 클리오 파마슈티컬스, 비르 바이오테크놀로지와 GSK, 브리 바이오,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 등의 다국적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개발을 시도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 중 셀트리온도 이 같은 기전의 약물 개발에 도전했다.

후보물질이 아닌, 제품화된 모습의 코로나19 치료제를 만날 시기는 언제쯤일까. 김미현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코로나19 치료에 특화된 물질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통상적으로 신약 개발은 10~15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으로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고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은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적으로 452건이 진행 중이다. 가장 많은 임상시험이 실시된 약물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며,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제품명: 칼레트라)와 ‘토실리주맙’ 순으로 임상시험 개시 건수가 많았다.

김 박사는 “변이를 쉽게 일으키는 RNA 바이러스의 특성을 고려해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코로나19뿐 아니라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를 지니는 약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시급한 과제로는 ▲동물실험 모델 확립 ▲대규모 생산시설 마련 ▲정부·학계·기업 공동 연구 환경 조성 등이 꼽혔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24개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으로 선별했다. 구충제 성분의 제형을 변경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재탄생시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연구소의 김승택 박사는 약물재창출을 위해 지난 2월17일에 질병관리본부로로부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분양 받았다. 이어 3주에 걸쳐 바이러스 특화 분석법을 개발·최적화해 48개 약물을 후보군으로 선발했다. 이 가운데 약효분석을 통해 24개 약물을 다시 추려냈는데, 바이러스 농도반응 분석 결과 ‘시클레소나이드’가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력과 낮은 세포독성을 지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시클레소나이드는 천식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물이다. 연구소는 이 약물이 바이러스 활성화를 저해하고, 스테로이드계 약물로서 염증을 감소시키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환자 141명을 대상으로 시클레소나이드에 대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연구소는 구충제 성분인 ‘니클로사마이드’에서도 낮은 세포독성과 활발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했다. 다만, 이 약물은 인체 흡수가 더디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소는 니클로사마이드의 제형을 인체 흡수가 원활한 유형으로 변경하는 연구를 대웅제약과 공동 수행하고 있다. 회사는 당초 난치성 폐질환 치료제를 위해 니클로사마이드의 새로운 제형을 개발 중이었다. 

줄기세포를 들고 나온 기업도 있다. 송순욱 SCM생명과학 부사장은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 ‘SCM-AGH’ 개발 근거와 계획을 소개했다. 이미 중국에서는 ACE2-MSCs라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45~75세 코로나19 환자 10명 대상 임상시험이 실시됐다. 시험에서 연구진은 실험군 환자 7명에게는 줄기세포 치료를, 대조군 환자 3명에게는 위약 치료를 실시했다. 줄기세포를 주입받은 환자들은 2~4일 내 증상이 호전됐다. 반면 대조군은 1명이 사망했고, 2명은 증상이 유지됐다. 연구진은 줄기세포 치료가 ▲폐세포 보호 ▲폐조직 섬유화 억제 ▲폐조직 재생 ▲면역세포 조절 기능을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송 부사장은 “자사는 중간엽줄기세포(MSC)를 고순도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지난 2011년 췌장염 치료에 대한 비임상실험 연구에서 MSC가 췌장효소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감소시키고,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맥주입된 줄기세포가 손상 된 췌장 주위에 분포하게 되는 현상을 관찰했다”며 “즉, 줄기세포 치료제를 코로나19 환자에게 정맥주입하면 손상된 장기들에 스스로 찾아가 분포할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혈증 치료제에 기대를 걸고 있는 기업도 있다.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는 코로나19의 급성 염증 억제를 위한 ‘ICP-NI’ 개발 사례를 발표했다. ICP-NI는 싸이토카인폭풍을 억제하는 중증패혈증 신약이다. 회사는 ICP-NI를 활용해 ▲급성 간염 모델 ▲급성 폐렴 모델 ▲폐경화 모델 비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급성 간염 모델에서는 한 마리의 실험체도 죽지 않았다. 폐렴 모델에서는 인터로킨과 인터페론6 등의 사이토카인이 79~128%까지 감소했고,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은 574% 증가했다. 폐섬유화 모델에서는 폐조직을 정상 형태에 가깝게 보호했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아울러 ICP-NI를 투약한 실험체들의 면역세포 수치는 T세포 104%, CD4+T세포 98%, B세포 96%, 대식세포 104%로 나타났다. 

조 대표는 ICP-NI의 가능성을 ▲염증 감소 ▲폐보호 ▲사이토카인 폭풍 억제 ▲면역체계 유지로 요약했다. 회사는 이 물질을 약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원숭이 대상 안전성 확인 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오는 3분기까지 비임상시험을 완료할 계획이다. 

줄기세포, 패혈증약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유전자 치료제를 활용한 코로나19 치료를 제시하는 기업도 나왔다. 이동기 올릭스 대표는 코로나19 RNA 간섭 치료제 개발 전략을 소개했다. RNA간섭기술은 유전자의 단백질 정보를 담은 작은 조각인 SI RNA를 세포 내에 진입시켜, 단백질 복합체인 RISC와 결합하도록 하는 원리다. 결합체는 세포 내에서 유전자 정보를 전달하는 mRNA를 절단해 바이러스 발현을 차단한다. 이 기술은 유전자의 염기서열만을 겨냥해 작용하기 때문에 유전자 구조에 따른 제한이 없다. 즉, 이론적으로 모든 유전자에 대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이 대표는 “자사는 코로나바이러스 RNA를 겨냥할 수 있는 여러 종의 cp-asiRNA를 확보했다”며 “생쥐의 폐조직에서 바이러스 억제력을 확인하기 위한 비임상시험을 미국의 모 회사와 공동 기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기도 삽관을 통해 생쥐의 폐조직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을 고안하고 있다”며 “올해 3분기까지 시험관내 시험, 비임상시험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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