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천국,불신지옥 불편하지만 말해야돼”…명동 노방전도 정숙자씨

기사승인 2009-11-25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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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천국,불신지옥 불편하지만 말해야돼”…명동 노방전도 정숙자씨


[쿠키 사회] 지난 23일 서울 명동 한복판. 쌀쌀한 바람을 투명한 천막을 방패삼아 막으면서 끊임없이 찬양과 캐롤을 부르는 여자가 있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고 적힌 한글·한자 플래카드에는 붉은 십자가가 강렬하다.

지하철 안이나 시내 중심거리에서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노방전도 성도다. 상당수 시민들은 ‘요란한’ 그들의 출현에 인상을 찌푸리고 일반 성도들도 그들의 선교 방식에 역효과를 우려한다. 그래도 전도사들은 개의치 않다는 듯 당당하게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친다.

이들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올지가 궁금해 천막안에 들어가봤다.


인기척을 느낀 그녀는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만 한다. 하지만 기자와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주의 깊게 살피니 그녀의 무릎 위에는 점자판이 놓여 있다. 시각장애인이었다.

정숙자(47)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명동선교교회 집사 직분으로 직업은 안마사다. 그녀는 손끝과 입을 통해 불신자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을 불어넣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전도에 대해 “영혼을 하나님께 드리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전도를 얼마나 자주 나오나.


“주일 빼고는 거의 매일 나온다. 한 번 나오면 보통 3시간 이상 나와서 전도한다.”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어렵지 않나.


“답이 눈에 보이지 않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면 어려운 점이다. 하나님 보시기에 어떨까,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내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가 있는데 미치지 못할 때 하나님께 죄송하다. 그래서 더 기도한다. 내가 하나님 대신 하는 일이지만 하나님이 직접 그 영혼을 만져달라고 기도한다. 하나님 일이 쉬울 수만은 없다는 생각으로 한다.”

-전도를 시작한지 얼마나 됐는가. 특별한 계기라도.


“5~6년 전부터 한 것 같다. 하나님을 믿어야 천국에 간다는 것을 아는데 몰라서 못 믿는 분들에게 기회를 드려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나오게 됐다.”

-일반 성도들조차 전도효과를 못미더워 한다. 효과가 있다고 보는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안마하면서도 외국인한테 전도를 많이 한다. 그러면 처음 안마를 시작했을 때와 달리 1시간 쯤 후에는 그 사람의 태도가 다르다. 다만 지혜롭게 해야 한다. 손님들은 주로 ‘내가 왕’이라는 의식이 강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손님이 기분 좋도록 좋은 말로 감정을 띄워준다. 그리고 그 사람이 기분 좋을 때 한마디씩 복음을 던진다. 기회가 됐다 싶을 때 복음을 말하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 가면 먹힐 때가 많다.”

-이 전도를 관할하는 팀이 있나.

“그렇다. 우리는 초교파적으로 나와서 전도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교회나 선교회가 관장한다. 피켓이랑 의상은 사무실에서 제작하기도 하고 개인이 만들기도 한다. 유니폼 입는 사람들은 포인트를 주기 위한 것이다. 외국인을 위해서 외국어를 새긴 옷을 입는다.”

-싫은 내색을 하는 시민은 없나.

“더러 있다. 기독교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안다. 모든 일에는 반대하는 세력이 있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하나님 복음이기 때문에 상대가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한다. 그래도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면 우리의 의견을 주장해야 될 때도 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면 몸싸움이라도 벌어지나.


“노점상들이 싫어할 때가 있었다. 이 자리가 좋다보니까 여기에서 장사하고 싶어서 불평하는 노점상이 있었지만 과격한 시민은 그렇게 많지 않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어감이 거부반응을 줄 수도 있는데.

“예수를 알면 천국에 가지만 불신하면 지옥에 간다는 사실을 모르고 죽으면 어떻게 하나? 천국 가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 영혼이 지옥에 가면 안 되기 때문에 불편한 얘기를 일부로 하는 것이다. 알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말을 전하면서도 불편한 감이 드나?

“그렇지 않다. 일반인의 상황에 맞춰서 전도하지 않고 하나님 중심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 일을 하기 때문에 사람이 기분 나쁠까봐 눈치 보는 것 보다는 나는 대언자니까, 하나님의 일꾼으로서 한다는 생각으로 되도록이면 내 자신의 의식을 줄여간다. 좋게, 부드럽게 하고 싶지만 그것은 답이 아니다. 그것은 내 말이지 하나님의 말이 아니기 때문에 되도록 성경을 기준으로 ‘하나님께서 어떻게 하시길 원하실까’를 생각한다. 혹시 독자 중에 안 좋은 이미지가 있었다면 버렸으면 좋겠다. 하나님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기가 가진 생각, 그릇, 지혜만큼 하는 것이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위안이 된다.”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지나가면서 외국인들이 고맙다고 인사도 하고 본인이 찬양을 한 곡 해보겠다는 사람도 있다. 반응이 꽤 있는 편이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헌금을 내는 분도 있다. 내가 부르는 찬양이 누군가 고통 중에 있는 그 마음을 터치했으면 좋겠다. ‘내가 예수는 안 믿지만 이 찬양을 들으니까 마음이 편안하네’ 하는 감정이라도 느껴서 조금씩 다가오는 마음이 있으면 한다.”

-전도하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이렇게 나와 있는 사람들이 무지하고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다 필요한 사람들이고 단지 모양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봐도 거부감이 느끼게 전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용어도 과격해서 때로 ‘이건 아닌데’ 싶기도 하다. 그래도 세상에서 술 마시는 것 보다 나와서 전도하는 것이 백번 아름다운 일이다. 그래서 그 모든 과정을 선하게 본다.”

-앞으로 이 일을 하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성경에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쁘시고 온전한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라’는 말씀을 왜 하셨나 생각해봤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의 마음이 강퍅해져 간다. 못 듣는 게 안타깝다. 귀가 좀 열렸으면 좋겠다. 하나님의 나라가 하루하루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지 않은가. 하나님께 돌아오는 열매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바람이다.

*취재후기

정씨에게 전도를 관할하는 교회의 위치를 묻자 전화를 해서 사람을 불러주겠단다. 전화를 마치자마자 본연의 임무로 돌아갔다. 고운 목소리로 캐롤과 찬양을 부르고 유창한 영어와 일어로 스피치를 이어간다. 전도관할 교회인 명동의 엘림교회에 가봤다.16㎡(5평)이 채 안돼 보이는 사무실안에는 간이침대와 컴퓨터 1대가 눈에 띄었다. 매주 15명 남짓하는 성도가 이곳에서 예배를 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수면실 쪽에서 기도 소리가 들려왔다.일부는 “이태원으로 전도나간다”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전도사들은 대부분 직업이 없이 24시간 전도에 전념한다. 목사가 대부분이지만 일반 성도도 포함됐다. 가장 힘든 부분은 당연히 재정적 측면이다.거리전도를 후원하지 않는 교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에 수천 수만명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 민족복음화와 세계 선교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이같은 고충을 덮고도 남는다. 모 전도사는 “하루에 명동에 걸어다니는 사람만 10만명”이라며 “우리의 소리를 들은 이들이 결국 하나님을 알 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인턴 이상미 기자, 사진작가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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