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낙지 상수’ 별명 생긴 기막힌 사연

기사승인 2011-09-28 1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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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국회의원 전원의 정치자금을 처음으로 집중 해부한 국민일보의 보도에 독자와 시민들은 뜨거운 반응을 전해왔다.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제도를 개혁하고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체 자료 공개 신선”=특히 국민일보 홈페이지(www.kukinews.com)에 국회의원의 지난해 정치자금 지출내역 전체를 공개한 것에 독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었다. “취재팀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거나 “계속 파헤쳐 달라”는 성원이 줄을 이었다.

재치 넘치는 이들은 취재팀이 기사로 다루지 못한 내용까지 찾아내 촌철살인의 풍자를 만들어냈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는 ‘낙지 상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 네티즌이 홈페이지 자료를 분석해 그가 지난해 30번 넘게 낙지집 2∼3곳을 찾아가 정치자금으로 식사를 즐긴 사실을 찾아낸 것이다. 안 전 대표의 낙지집 지출내역은 그림으로 만들어져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었다.

소셜네트워크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트위터에서는 “우리 동네 국회의원 정치자금 내역을 살펴보자”며 국민일보 홈페이지 링크를 알려주는 글이 손에 손을 거쳐 전파됐다. 페이스북의 탐사기획팀 페이지(fb.com/kukminnews)에도 많은 이들이 찾아와 관련기사에 ‘좋아요’를 눌렀다. 소셜네트워크의 반응은 다시 국민일보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소개되면서 국회의원의 정치자금을 시민이 감시해야 한다는 여론을 확산시켰다.

◇“월급은 뭣에 쓰고…”=정치자금 시리즈 기사를 별도로 모아 놓은 사이트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주로 의원들이 사사로운 곳에 정치자금을 쓴 실태를 고발한 기사에 독자들의 반응이 몰렸다. 의원들이 내세운 논리를 날카롭게 반박한 내용에는 추천이 이어졌다.

“정치인들은 밥을 먹어도, 잠을 자도, 사우나를 해도, 의정활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불리해지면 ‘정치인은 사생활도 없냐’는 식으로 변명한다. 동료 의원은 두둔하고 자기들 세비 인상에는 무조건 찬성, 국민복지에는 국가 재정이 부실하다며 무조건 반대. 선거 때면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하고 당선되면 국민들에게 눈을 부라린다.”(봄여름갈겨울)

“국회의원은 받은 월급은 뭣에 쓰고 사적인 일에 후원금을 쓰고 다니는 건가?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부자인가. 정말 한심스럽다.”(머루와다래)

“최저생계비로도 황제의 식사를 할 수 있다던 그 인물이 100만원짜리 안경을 정치자금으로 샀다. 나 참. 이발소 마사지는 또 뭐임?”(외계생물)

“세금으로 지은 국회에 자기 방도 있고, 여러 시설이 많을 텐데 또 돈을 들여 호텔을 이용하는 게 이해가 안 됨.”(캠아저씨)

“나도 한때 모지구당 운영위원이었지만, (당시에도) 정치자금이란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도 정치자금이 깨끗한 정치를 위한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길 한다.”(웅스천하)

◇“내년 4월이 두려울 것”=시민들은 정치 불신을 토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권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정치인의 문제는 정치인을 뽑아준 시민들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향송’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시리즈 기사 댓글에서 “경상도 한나라당, 전라도 민주당, 충청도 선진당. 뭐 깃발만 꽂으면 되는데, 의원들이 유권자를 무서워하겠냐”며 “어차피 저 사람들은 저런 짓을 해도 다시 공천만 되면 당선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 선거 때는 당만 보고 무조건(경상도-한나라당, 전라도-민주당) 찍어선 안 된다”며 변화를 예고한 댓글들도 있었다. ‘청안’이란 네티즌은 “(당이 아니라) 사람 보고 표를 줘야 한다. 특히 3선 이상 된 정치인은 잘 분석한 후 투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나라에선 국회의원쯤 되면 이 정도는 부끄러운 일도 아닐 것이다. 순수한 마음에 후원한 다수의 국민들은 이런 기사를 보고 치를 떨고 있다. 다가오는 4월이 잔인할 만큼 두려움으로 다가올 것이오. 분명 기억하고 있겠소이다.”(하나될그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저런 방만한 행태를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자신을 구속하는 법을 만들 리가 있겠나.”(안효준)

“부정 사용한 정치자금은 회수하고 그 몇 배의 액수를 국회의원 세비에서 계속 공제를 해야 한다.”(ironman)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