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기사승인 2017-05-2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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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나침반]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글․이기형 대한소아내분비학회장(고려대 안암병원장)

[쿠키 건강칼럼] 신생아를 가진 부모들의 주된 관심은 아이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느냐이다. 일명 '먹놀잠'이라 불리는 이 패턴이 잘 지켜지고 유지되면 육아가 한결 여유로워지고, 그렇지 않으면 부모에게 잠깐 밥을 먹을 시간조차 주어지기 않을 만큼 힘겨운 육아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먹고, 놀고, 자고에 관심이 많던 부모들도 아이가 네 다섯 살이 되면 한글과 영어를 가르치는데 더 큰 관심을 갖게 되고, 초등학생이 되면 수 개의 학원에 아이를 등록시키며 공부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물론, 아이가 자라면서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것이 바른 성장을 위한 기본원칙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건강하고 생기 넘치는 아이로 자녀를 키우고 싶다면 더욱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 소아청소년들은 바른 성장을 위한 이러한 기본원칙을 잘 지키기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침식사를 5일 이상 먹지 않은 학생들이 28%를 넘었고, 과일, 채소, 우유 같은 권장식품 섭취 빈도는 매우 낮은 반면, 탄산음료, 패스트푸드 섭취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3~9세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이 34분으로 미국 119분에 비해 3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더욱이 전교조 경남지부가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권장수면 시간인 9시간 이상 수면을 하는 학생이 24.7%에 불과했다.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생활습관에 충실할 때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는 이를 위해 소아청소년기의 바른 성장을 위한 ‘하하스마일건강’ 실천하기 운동을 3년째 펼치고 있다. ▶하루 8시간 이상 푹 자기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기 ▶스마트폰, 컴퓨터, TV 사용 줄이기 ▶일조량은 충분히, 하루 30분 이상 햇빛 쬐기 ▶건강한 식단, 하루 세끼 꼭 먹기 등 5가지 약속을 지키자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 5가지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과 아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연일 나쁨이고, 더 자극적인 음식과 콘텐츠가 아이들을 유혹하며, 직접 육아에 참여할 시간이 적은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더 어렵게 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더 키가 컸으면’, ‘좀 아프지 않았으면’, ‘더 공부를 잘했으면’하며 진료실에 찾아오는 부모들에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권하는 가장 최우선의 처방이 바로 이 5가지 원칙이다. 어떤 근거 없는 치료나 처방도 이 원칙에 우선할 수 없다. 오히려 아이의 건강과 생활습관을 해칠 뿐이다. 

실제 진료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정상적인 성장패턴을 찾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키가 지나치게 평균보다 작은 아이는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약물요법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호르몬 투여가 만능은 아니다.

이 5가지 원칙을 함께 실천하지 않는다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한다 해도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아이가 아이답게,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아이 성장의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인 것이다.

하루 종일 신나게 밖에서 뛰어놀다가 ‘저녁 먹어!’하고 부르는 엄마의 소리에 겨우 집에 들어갔던 내가 어릴 적 풍경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바르고 씩씩하게 자라는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이 5가지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부모와, 학교와 사회가 다 함께 노력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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