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금 폐지 현실화… “부당을 바로잡은 것”

김성일 / 기사승인 : 2017-10-1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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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금을 고수하던 사립대가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교육당국의 압박을 못 견디고 단계적 폐지에 합의했다. 대신 정부지원 확대로 재정을 채울 수 있는 여지를 잡았다. 이로써 이미 입학금을 없애기로 방침을 정한 국공립대를 포함해 전국 대부분의 대학이 입학금 폐지에 동참하게 됐다. 대학의 입학금 폐지 수락은 부당함을 주장한 학생들의 목소리에서 비롯됐다. 일종의 고정 수익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대학에 맞서 학생들은 소송 등을 전개하며 불합리성을 규탄했다. 학생들은 입학금 폐지가 대학의 그릇된 처사를 바로잡아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과정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 결국 백기 든 사립대… 폐지 합의

지난 13일 오후 회장단 회의를 연 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징수 근거 등이 없어 숱한 논란을 부른 입학금을 폐지하기로 교육부와 합의했다. 

그간 원광대 등이 개별적으로 입학금 인하 계획을 내놓긴 했지만, 이처럼 사총협 차원에서 교육당국과 공식적 합의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총협과 교육부는 입학금 폐지 기간을 놓고 짧게는 5년, 길게는 8년으로 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입학금 폐지로 인한 재정 손실이 크다는 사립대들의 입장을 감안한 조율이다.

입학금 폐지는 입학 관련 업무에 필요한 실제 비용을 산정한 뒤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단계적으로 없애나가면서 이어진다. 

실비 계산은 3명의 사립대 측 대표와 교육부 관계자가 맡기로 했다. 교육부는 현행 입학금의 약 20% 정도만이 입학 업무와 직결되는 비용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비 외 80%를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축소할 경우 내년 신입생은 올해보다 16%가량 줄어든 입학금을 내게 된다. 올해 사립대 학생 1인당 평균 입학금이 77만3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12만원 정도를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대신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확대된다. 교육부는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자율협약형 재정지원 사업 등에서 구체적 인센티브 지급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신미경 교육부 대학장학과장은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사총협 총장단이 이달 안에 간담회를 열어 (입학금 폐지에 대한) 합의사항을 최종 확정하고 사립대 발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사립대가 징수 폐지 절차에 들어가면서 국공립대총장협의회가 8월 정기총회를 통해 입학금 폐지를 결정한 이후 57일 만에 전국 대부분의 대학이 입학금 인하 및 폐지에 동참하게 됐다.

사립대 동참 여부는 사실상 ‘입학금 폐지 운동’의 마지막 분수령이었다. 사립대 학생의 1인당 평균 입학금은 77만3000원으로, 국립대(14만9000원)의 5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학생이나 학부모가 입학금 부담이 감소했다는 것을 체감하려면 사립대의 동참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사립대들은 등록금 인상 규제로 인한 재정 부실 등의 이유를 들어 입학금 유지 방침을 고수해왔다. 연간 입학금 수입이 일시에 사라지면 재정압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켓시위, 캠페인, 반환소송 등 입학금을 거부하는 학생들의 단체행동이 이어지고, 징수가 부당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커지면서 사립대의 주장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대학입학금 단계적 폐지’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문재인 정부의 압박도 사립대의 입학금 포기 선언을 앞당겼다. 

◇ “입학금과 무관한 입학금”… ‘고정 수익’ 부여잡은 대학

국내 대학이 학생을 상대로 입학금을 걷기 시작한 것은 1951년 문교부령으로 제정된 ‘학교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면서부터지만, 당시에도 입학금을 내야 하는 이유는 불분명했다.

현행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도 ‘입학금은 학생 입학 시 전액을 징수한다’는 조항만 달려 있을 뿐 산정 근거 등에 대한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이렇다보니 대학들이 임의로 정한 입학금의 규모도 편차가 크다. 입학금을 아예 안 받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100만원이 넘는 돈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입학금의 집행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는 대학들로서는 근거는 없지만 관례에 따른, 일종의 주머닛돈처럼 고정 수입원으로 활용한 게 사실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4년제 사립대 156곳의 입학금 수입 총액은 2436억원에 달한다. 입학금만으로 대학당 15억원가량의 수입을 올렸다.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낸 이 돈은 어떻게 쓰였을까.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사립대 입학금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입학금 가운데 33.4%가 대학의 일반 운영비로 사용됐다. 이어 신·편입생 장학금으로 20.0%, 홍보비로 14.3%를 돌렸다. 정작 입학 관련 업무에 들인 돈의 비율은 14% 수준에 불과했다.

입학금 사용처 항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통해 대학이 교비로 지출해야 할 비용을 입학금으로 충당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실태조사는 156개 사립대 중에서 80곳이 참여해 이뤄졌다.

나머지 대학들은 단순 총액만 공개하거나 회신조차 주지 않아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남았다. 입학금을 둘러싼 문제제기는 사실상 꽁꽁 싸매는 데 급급한 사립대가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조은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대학들이 입학금으로 썼다고 밝힌 홍보비가 대체 어떤 용도였는지, 장학금을 왜 입학금으로 충당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 “입학금이 실제 홍보나 장학금에 쓰인 게 맞는지도 모르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 실태조사는 대학의 답변 등을 바탕으로 진행됐다”면서 “입학금의 14% 정도가 관련 업무에 쓰였다는 것조차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대학들은 앞에서는 등록금을 동결했다며 생색을 내다가도 뒤로는 자의적으로 금액을 정할 수 있는 입학금을 편법의 수단 삼아 인상해 재정을 채웠다”고 덧붙였다.

◇ “‘징수 부당’ 드러난 마당에 5년이나 더 내란 말인가”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입학금 폐지 수락에 학생들은 “대학의 부당한 처사가 바로잡힌 것일 뿐”이라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폐지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의 적립금 등을 따져보면 즉각 폐지해도 재정적으로 무방한 대학들이 상당수 있다는 주장이다.

8일 유은혜(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사립대 결산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전국 4년제 사립대 중 144개 대학이 8조82억원의 누적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등 ‘적립금 쌓기’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입학금을 과잉 청구하는 대학을 비판하던 전국 15개 대학 학생 9,782명은 지난해 10월 법원에 입학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송에 참여한 학생들은 “입학금이 수업료와 구별되는 것이 분명한데도 입학 업무에 소요되는 비용 외의 것을 근거도 없이 과잉 징수했다”며 “대학이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학생들에게 부당한 비용을 전가한 불법 행위”라고 규탄했다.

학생들의 이유 있는 주장은 입학금 폐지 여론에 불을 붙였다. 입학금 문제는 지난 5월 대선 과정에서 비중 있는 사회 이슈로 부상했고, 당시 후보들의 공약으로 이어졌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법적으로 입학금 징수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반환 및 폐지 운동이 확산됐다”면서 “대학들도 입학금이 수업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고, 동결된 등록금 등의 보완재로써 입학금 걷기가 지속돼 왔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대학은 교육 시장 안에서 명백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교육기관으로서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단적인 예로 입학금 문제가 거론되곤 했다. 계속된 입학금 논란 속에서 대학은 “학생보다 돈을 택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가장 큰 구성원인 학생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장상희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대학이 회계 장난을 하며 학생을 수입원 또는 수단으로 바라보는 현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자 지원을 바라며 정책에 부응하는 대학의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등록금 동결·인하 기조에 입학금, 전형료 등 대학의 기타 수입원들을 함께 줄여나갈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조은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학생 및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 경감 차원에서 입학금 폐지는 당장 실현 가능한 유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입학금 폐지는 곧 대학의 투명성 제고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