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이터널’ 폐기한 엔씨…‘프로젝트TL’은 왜 나왔나

/ 기사승인 : 2017-11-0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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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이터널’ 폐기한 엔씨…‘프로젝트TL’은 왜 나왔나



엔씨소프트가 기존 개발 중이던 PC온라인 게임 ‘리니지 이터널’을 백지화하고 신규 프로젝트를 새로 선보였다.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간판 타이틀인 ‘리니지’의 정식 후속작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지난 7일 엔씨소프트는 신작 소개 행사 ‘디렉터스 컷’을 개최하고 ‘프로젝트TL’과 ‘리니지2M’, ‘아이온 템페스트’, ‘블레이드 & 소울 2’ 등 내년부터 선보일 4종의 게임을 소개했다.

리니지2M과 아이온 템페스트, 블레이드 & 소울 2는 지난 6월 선보인 ‘리니지M’ 뒤를 잇는 모바일 신작으로 신규 플랫폼에 대한 엔씨소프트의 본격 공세를 알리는 타이틀이다.

반면 프로젝트TL이라는 가제로 공개된 신작은 1998년 ‘리니지’, 2003년 ‘리니지2’의 뒤를 잇는 PC온라인용 정식 후속작이다. 리니지 시리즈는 지난해까지 엔씨소프트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 대표 흥행작으로 리니지M부터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 등 모바일 게임까지 계보가 이어진다.

앞서 2014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 정식 후속작으로 리니지 이터널이라는 타이틀을 공개한 바 있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등과 유사하게 호쾌한 액션성을 강조한 핵 & 슬래시 스타일 MMORPG로 개발됐으며 지난해 비공개 베타테스트(CBT)까지 진행했다.

프로젝트TL은 리니지 이터널을 사실상 폐기하고 다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기존 게임 ‘길드워’와 같은 엔진으로 개발되던 것을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 4’ 기반으로 전면 선회하고 게임 내 물리법칙부터 배경 효과, 전투 방식까지 완전히 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리니지 이터널에서 처음 선보여 주목을 받았던 여러 캐릭터를 돌아가며 플레이 할 수 있던 ‘멀티 히어로’ 시스템은 완전 폐기됐다. 디아블로를 비롯해 웹젠의 ‘뮤레전드’ 등 핵 & 슬래시 게임에서 주로 차용하는 채널 구분 방식도 버리고 기존 리니지의 오픈월드를 다시 구현한다.

리니지 이터널 공개 당시 주목을 받았다가 무산되다시피 한 ‘멀티 플랫폼’에도 다시 도전한다. PC온라인을 원천 소스로 모바일 등 다른 플랫폼까지 확장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각기 다른 플랫폼을 연동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선보이지는 않는다.

엔씨소프트의 이 같은 결정은 리니지 이터널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이뤄졌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기존 리니지 이터널로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엔진부터 바꾸고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리니지 이터널은 지난해 12월 진행한 CBT 이후 기존 공개된 영상에 비해 전투의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는 점 등으로 이용자들의 혹평을 받았다. 캐릭터 움직임 등 세부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지루하다’, ‘실망스럽다’는 등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리니지 이터널의 개발 리더십을 교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젝트TL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PC온라인 게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리니지 이터널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비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에 비해 침체된 국산 PC RPG 시장에 굵직한 타이틀을 선보임으로써 신작에 목마른 이용자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현재 국내 PC온라인 게임 시장은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등 외산 게임이 장악하고 있다. 국산 게임으로는 블루홀의 서바이벌 슈팅 ‘배틀그라운드’가 이례적으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을 뿐이다.

특히 MMORPG 장르로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웹젠의 ‘뮤레전드’ 외 이렇다 할 타이틀이 없는 상태다. 그나마 스마일게이트가 개발 중인 ‘로스트아크’가 기대작으로 꼽히지만 리니지 이터널보다도 오랜 개발 기간을 거치고 있다.

프로젝트TL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이처럼 침체된 국산 PC게임 시장에 오랜만에 신작 RPG가 출시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애초에 리니지 이터널은 실체를 알 수 없는 타이틀이었다”며 “그 동안 제대로 된 후속작을 선보일 여유가 없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는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시장에서 고전해온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정식 후속 타이틀에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는 시각이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2015년 넷마블게임즈에 매출액 기준 2위를 내준 이후 올해까지 모바일 시장 공략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내년 중 프로젝트TL의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