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질 신의료기술평가에 현장 목소리 반영될까

/ 기사승인 : 2017-11-16 0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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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의연, 업계ㆍ환자ㆍ시민 참여하는 신 평가제도 개편안 공개


AI(인공지능)나 3D프린팅 등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기술이 환자치료에 접목되면서 신의료기술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제도 또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실제 신개발 의료기기처럼 평가는 해야 하는데 논문과 같은 근거가 미흡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고, 시장진입이 차단되는 경우가 발생해왔다. 이에 업계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의 요구와 지적이 계속됐고, 평가를 담당하는 보건의료연구원(원장 이영성, 이하 네카)은 제도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생겼다.

네카는 그 일환으로 신개발 의료기기 시장진입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15일 연구결과 공개에 앞서 의료기기 업계의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연구는 신의료기술평가에 활용된 기존 평가방식으로는 제도권 진입여부를 평가할 수 없는 신기술에 대해 ‘삶의 질’, ‘남용가능성’, ‘윤리성’ 등을 포함한 가치평가를 도입하는 방안과 이를 논의하는 구조를 확대ㆍ개편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김석현 네카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하게 됐다”며 “문헌적 근거가 부족한 제품에게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가치평가를 반영하고자 했다”고 구상 중인 신의료기술평가 제도개선(안)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을 살펴보면 당장 신의료기술 신청단계부터 달라진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신의료기술평가 재상여부를 판단, 통보하는 절차를 없애고 모든 신청기술에 대해 소위원회를 구성해 심사방식이나 여부가 결정된다. 


소위원회 구성과 회의방식도 바뀐다. 기존에는 3명의 평가위원이 서면으로 자문을 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환자와 시민사회단체, 업계 관계자를 포함해 7~10명의 자문위원이 직접 만나 회의를 통해 접수일로부터 140일 이내 심의가 이뤄지는 ‘신속심의’와 280일 이내 심의하는 ‘심층심의’ 여부를 정한다.

심의과정도 변화가 있다. 해당 기술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가 완료되면 뒤를 이어 ▶질병의 심각성 ▶대체기술 유무 여부 ▶삶의 질 ▶윤리성 ▶환자 신체적ㆍ경제적 부담 ▶질병의 희귀성 ▶남용 가능성 등 해당 기술의 가치평가가 이뤄진다.

이후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안전성ㆍ유효성 평가결과와 가치평가 결과를 종합 검토해 최종 심의를 한다. 이 경우 도출되는 결과도 기존 4가지에서 ‘조기기술’ 결정이 제외된 ▶기존기술 ▶연구단계 ▶신의료기술 3가지로 줄어든다.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해 “관련 연구가 매우 적어 평가가 불가능한 경우 내려지는 조기기술 평가를 없애고 문헌적 근거 외 다른 요소를 추가 반영해 새로운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련의 변화를 접한 업계 관계자들은 환영에 앞선 우려를 표했다. 한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근거 생산이 어려운 신제품이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 고무적이지만 가치평가항목들이 오히려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며 항목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다른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가치판단 항목들을 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뤄지는 비용효과성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있는 것 같다”며 “네카와 심평원에 의한 2중 평가문제나 역할 중복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도 이어졌다.

업체들을 대변하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존의 평가체계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제도개선이 아닌 운영”이라며 신기술의 근거마련 및 조기 시장진입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을 거론하며 기존 제도의 원만한 운영이 선행돼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 본부장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제도을 개선해 운영 중 불필요한 부분이나 기술개발, 산업발전에 저해되는 점들을 최소화하고 합리화하려고 노력했지만 한계에 달했다. 체계적 문헌고찰 등 기존 연구체계를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신의료기술 평가 또한 보장성 강화정책과 일부 연계돼 있다. 하지만 아직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사안이 정해지지 않아 달라질 신의료기술평가의 범위와 방향이 분명하진 않다”면서 “다만 신속심사를 통해 인정되는 케이스가 많아지고 평균 시간도 많이 짧아질 것”이라고 긍정적 변화를 약속했다.

한편, 네카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개선에 대한 연구를 연내 마무리하고, 2018년 상반기 중 최근 3년간 평가신청이 있었지만 연구단계기술로 탈락한 기술 중 소위원회 검토결과 평가위원 간 이견이 없었던 사례와 이견이 존재했던 사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해 제도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