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 뛰며 범죄 영상 추적하는 그들

김양균 / 기사승인 : 2018-07-01 0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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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의 구성원은 대부분 20대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한사성은 상근 활동가 5명을 포함, 10명 안팎의 인원으로 피해자 지원은 물론, 여론을 통한 불법 유출 영상 근절을 위한 폭넓은 활동을 펴왔다.

그러나 불법 유출 영상의 추적자들의 일상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였다. 지난 26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4층에 위치한 한사성 사무실을 방문했다. 4층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누군가 손짓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방문 전 통화를 했던 리아 활동가였다. 사무실은 다른 시민단체들과 나눠쓰고 있었다. “월세가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굳이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현재 활동가들의 월급은 50만원이 조금 넘는다. 리아 활동가는 지난해 연봉이 70만원이라고 했다. 사실상 범죄 영상 근절에 전부를 걸고 있는 셈이었다. 무엇이 이들을 지금의 쉽지 않은 길로 이끈 것인지 궁금했다.

50여 만 원 월급으로 활동여성인권 위해 의기투합

- 한사성 멤버들과 이전부터 교류가 있었나.

리아 활동가=내 경우에는 일찍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많이 접해, ‘소라넷의 존재를 중학생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그곳은 화장실 몰카부터 시작해 여성들에게 약을 먹여 강제로 성폭행하는 영상 등이 만연해 있던 곳이었다. 그렇지만 심지어 진보 성향의 커뮤니티들조차 소라넷 형님들로 부르며 칭송하는 분위기더라. 당시만 해도 나 같은 개개인이 싸워 바꿀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 최근 몇 년간 우리사회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뭔가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한사성 활동가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의기투합하게 됐다. 구성원 대부분은 20대다.

여파 활동가=반드시 여성인권문제를 다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20~30대는 디지털 성범죄는 여성이라면 당사자로서의 관계를 갖는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접할 수밖에 없는 당사자성이 있다고 본다.

- 몇 명이 활동하고 있나.

리아=현재 한사성은 5명의 상근 활동가와 3~4명의 비상근 및 인턴 활동가가 디지털 성범죄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 한사성과 활동가들에 대한 공격은 없었나.

리아=그동안 폭력적인 남성 문화로 인해 일반인 여성들이 그 폭력의 하층부에 빨려 들어간 작금의 상황이 안타깝다. 단 한명이라도 국산 야동으로 불리는 범죄 영상을 소비하는 한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범죄 영상의 유포와 소비를 해선 안 된다는 우리의 의제가 과연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어떻게 불법 영상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활동을 혐오하고 조롱할 수 있지란 분노 말이다. 그렇다고 괴로운 수준은 아니다.

- 황망한 루머도 있다고 들었다.

리아=페미니스트라는 이들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거나 양예원씨가 잘못을 했느냐, 안했느냐고 따질 때 솔직히 답답하다. ‘웹하드랑 MOU를 맺으려 한다’, ‘돈을 벌어 게이들에게 나눠주려 한다’, ‘홍대 버스킹하는 남자를 데려다 월급을 준다등 말도 안 되는 소문들도 있더라. 심지어는 우리를 정치적 운동권 집단으로 보는 듯한 시선이 있다. 전부 근거 없는 루머일 뿐이다. 우린 평범한 개인들이다.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다 같이 동참하고 힘을 보태면 좋을 텐데 안타깝다. 언젠가는 진심을 알아주지 않을까.


- 관련해 여성인권에 대해 적대적 혹은 공격성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왜일까?

여파=여성 인권이 너무 낮아 여성을 아예 인식조차 못하는 게 현 우리사회의 수준이 아닐까 싶다.

-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리아=기반이 없는 것에 종종 어려움을 느낀다. 경험 부족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코자 적극적으로 타 단체와의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업무협약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역시 가장 큰 어려움은 활동비다.

- 주머니 사정 이야기를 해보자. 활동 여건이 여러모로 어려울 것 같은데.

리아=작년 연봉이 자그마치 70만원이었다.(웃음) 현재 상근인원들은 50여 만 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난 혼자 생계를 꾸려야 하기 때문에 계속 알바를 하며 버텼다. 주말알바를 하며 일주일 내내 일을 하다 보니 한번은 크게 앓은 적이 있었다. 주말 하루라도 쉬려고 평일 오후 알바를 구해서 오후 6시까지 한사성에서 일하고 이후에는 밤까지 카운터 알바를 했다. 동료들도 마트에서 갈치를 팔거나 화장품 판매를 했다. 다들 빠듯한 생활을 하니까 주변에서 잔소리를 듣는 것 같다. ‘도대체 무얼 하고 다니느냐부터 정신 차려라’, ‘결혼이라도 하라고 말이다.

- 이거 참, 쉬운 상황은 아니다.

리아= 후원자 100여명이 우리의 든든한 힘이 된다. 한사성 개소 이후 활동비가 ‘0’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여파=한사성 운영은 후원으로 이뤄지긴 하지만, 장기적인 활동을 위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 안정화는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구책을 간구 중이다. 정기 회원 모집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 해외와의 연대가 꽤 활발한 것 같다.

리아=국내 사이트에서 대만 불법 유출 영상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고, 한국 피해 영상물이 대만과 중국에 퍼지는 경우가 있었다. 때문에 수사나 삭제 등에 있어 대만 여성인권단체와 협력을 하고자 한다. 미국 CCRI와도 협력관계를 맺었다. 이는 해외 불법 포르노 사이트가 미국에 계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경찰이 미국에 수사 협조를 했을 때, 그들이 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코자 CCRI와 함께 미국 연방법 개정을 위해 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하고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 여가부로부터 활동 지원 등은 없나.

리아=한사성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가감 없이 하고 싶다. 운동단체로써 정체성을 잃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어떤 방식으로라도 정부 기관의 영향을 받게 된다면, 우리의 운동성에 혹시 모를 영향이 있지 않을까. 만약 여가부의 직접 지원이 있다해도 이 부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 같다.

- 불법 유출 영상을 자주 접한 활동가들의 스트레스도 상당할 텐데.

여파=폭력의 현장을 계속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자주 동료들과 대화를 통해 어려움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에는 집단 상담을 받았는데, 간접 트라우마 외상 검사를 하니 평균 이상으로 나오더라. 한국트라우마연구교육원과 MOU를 맺고 피해자와 활동가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고려 중이다. 기금이 마련되면 간헐적인 집단 상담 지원을 할 예정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