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블랙리스트 만들어서 요양병원 강퇴하는 이유는요?”

/ 기사승인 : 2018-09-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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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요양병원 입원 암환자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해 입원진료비 전액 삭감

# 난소암 재발 환자입니다. 재발이 됐는데 수술도 못 하고 항암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치료 도중 부작용이 심해져서 밥도 못 먹고, 면역력이 떨어져 항암 치료를 지속할 수도 없었을 때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 요양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 후 정기 검진 결과, 혹이 작아졌다고 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요양병원에서 퇴원하라고 했습니다.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입원 진료비가 통으로 삭감돼 저를 더 치료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 소식을 듣고 심평원을 방문했더니 이의신청을 하라고 했습니다. 이의신청하니 결과는 1~3달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서 저를 받아주지 않으니 집에 갔습니다.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할 시기가 와서 병원에 가니 종양 크기가 다시 커져있었습니다. 이의신청 결과를 확인해보니 받아들여지지 않았더라고요. 종양 크기가 작아졌다가 퇴원 후 다시 암이 커져 수술할 상황이 된 건데, 심평원이 제대로 심사한 거라고 할 수 있나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왜 강퇴(강제 퇴원)를 당해야 하나요? 무슨 근거로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재활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해 입원진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전액 삭감하자 암 환자들이 언론 앞에 나서 울분을 토했다. 요양병원 강제 퇴원 후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난소암 환자 A씨는 영상을 통해 이같이 호소했다.

한국암재활협회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200만명의 암 환자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고 있는 심평원 조치의 부당성을 규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심평원은 광주 전남지역과 경기도 등 암 전문요양병원의 보험급여 심사과정에서 암 재활환자의 경우 ‘신체기능저하군’으로 입원의 필요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입원진료비 급여를 전액 삭감했다. 신체기능저하군은 환자분류표 7개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의료 행위나 약제에 대한 급여 기준을 준수하는지 심사하는 기관인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급여를 삭감한다. 건강보험에 청구할 수 있는 의료비가 삭감되면 삭감되는 부분은 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한다.

신정섭 협회 대표는 “현재 국내 암 환자들은 무려 200만명에 달하고, 2016년 한해만 27만 8000여명의 암 환자가 새로 생겨났다. 이들 중 5만 2000여명이 대학병원 등 급성기 병원에서 수술 및 항암치료 후 지속적인 의학적 케어를 받고자 요양병원에 입원치료 중이다”라며 “그런데 심평원은 이들의 요양병원 입원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입원진료비를 전액 삭감, 암 환자들이 강제퇴원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심평원의 이같은 조치로 경기도 한 요양병원에서 강제 퇴원한 암 환자 가운데 3명은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법원도 ‘암은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며, 재발가능성이 커 암 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은 적법이다’라고 했고 대법원도 ‘심평원의 입원적정성 평가는 객관적인 자료로 보기 어려워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고 판결했는데 심평원은 계속해서 이런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며 “더구나 심평원은 삭감 기준과 근거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전국 요양병원들을 상대로 이같은 조치를 점점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리에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환우들도 참석했다. 뇌암(교모세포종) 환자 강종관 씨는 환자분류표를 ‘암환자 블랙리스트’에 빗대기도 했다. 강 씨는 “제주도에서부터 왔다. 교모세포종이다. 2010년 2월 수술을 했고, 아직까지 살아있는 게 기적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수술 후 오른쪽 편마비가 와서 오른손, 발 모두 못쓴다. 오른쪽 귀로는 듣지도 못한다. 안면마비가 와서 말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며 “진료받으면서 삶의 질 올리기 위해 실비보험도 들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심평원 리스트에 의해 강제 퇴원을 당했다. 몸이 이렇게 아픈 환자를 어떻게 강퇴를 시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제대로 걷지도 못해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안 그러면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넘어진다. 그런데 통원을 하라니. 전 정부가 만든 문화계 블랙리스트처럼 암환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진료받아야 하는 사람을 퇴원시킨다”며 “게다가 내 돈으로 실비보험 가입해 병원에 다니려고 하는데 왜 퇴원을 시키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토로했다.

강 씨는 “최근에 심리적으로 압박받다 보니 몸이 더 안 좋아졌다. 이명이 생겨서 이비인후과에 가니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한다. 요즘 신경 쓰는 게 있냐고 묻더라. 심평원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옥정애 씨는 “처음 들어보는 심평원, 그리고 무작위 삭감. 그게 그렇게 무서운 거더라”라며 “갑자기 갈 데가 없어졌다. 암이 뇌로 전이되면서 왼쪽 편마비가 왔는데, 보행이 안 되니 일단 생활이 안 된다. 한 손으로는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화장실도 가기 어렵다. 더웠던 여름,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꺼내먹기도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옥 씨는 “가족들이 있지만 24시간 나를 돌볼 수 없는 상태다. 가족들이 괜찮다고 하지만 내가 죽어야 하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미안하고 난감하다”며 “며칠 전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다가 뒤로 넘어진 일이 있었다. 지인들은 멀리 있고, 나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30분 이상 그러고 있었다. 다행히 아들이 집에 빨리 와서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많이 울었다. 왜 삭감을 당했는지 이유를 진짜 알고 싶다. 병원도 모른다고 한다. 어느 병원에서 날 받아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 같다. 우리 같은 사람 치료받게 하는 게 정부 역할인데 죽으라고 하는 것밖에 안 된다. 남편이 주간에 일할 때는 통원치료도 못 한다. 그렇게 되면 결론은 뻔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전라남도 광양에서 온 B씨는 “나도 한 달 치료받고 나면 다 괜찮아질 줄 알았다. 건강검진을 받다가 폐암 4기인 것을 알았다. 수술 후 후유증이 너무 커서 걷지도 못했고, 온몸에 진물이 났다”며 “요양병원이 아니면 진물이 나는 부위를 소독해주는 곳도 없더라. 그런데 7월 20일 삭감을 당했다. 암도 안 걸려본 사람들이 퇴원을 시켰다. 괜찮아지면 나가지 말라고 해도 나갈 거다. 빨리 치료받고 가족들 밥 차려주고 싶고, 애들 키우느냐고 놀러도 못 갔는데 놀러 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기평석 가은병원 병원장은 암 환자의 5년 평균 생존율이 70%가 넘는 현재 상황을 적용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평석 병원장은 “10년 전 암 환자의 5년 평균 생존율은 44%였다. 지금은 70, 80%가 넘는다”며 “이게 무슨 얘기냐면 예전에는 암에 걸리면 사망했지만 지금은 암에 걸려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10년 전 기준을 지금 적용하니 이런 갈등 생기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로 인해 암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이라고 낙인을 찍는 것 같다. ‘멀쩡히 걸어 다니는데 통원치료가 가능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암에 대한 이해가 정말 없는 것이다”라며 “암이 무서운 이유는 온몸에 암이 퍼져 말기가 될 때까지도 증상이 안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멀쩡히 걸어 다닌다고 비도덕적 환자로 만드는게 적절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신정섭 대표는 “국가가 암을 중증질환으로 규정해놓고 암 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둔갑시켜 요양병원 입원을 막고 치료도 못하게 하고 있는데 그 근거와 기준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암 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박탈하는 입원료 전액삭감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기존 삭감 대상사 전원을 구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와 함께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된 환자 98%는 암 환자다. 잘못된 분류표를 의료고도 내지 의료중도로 바로잡아 안정적으로 입원치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