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300시간, 후배는 3년...갈등 속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자격'두고 선후배 충돌..."선배들이 떼쓴다" VS "치과계 우여곡절 합의 이해해달라"

기사승인 2018-12-04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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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300시간, 후배는 3년...갈등 속 ‘통합치의학과’

치과분야 가정의학과인 ‘통합치의학과’를 둘러싼 치과계 갈등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미 올해부터 통합치의학 전문의 자격부여 및 교육이 시작됐지만, 치과의사단체와 일부 치과계 학회, 전공의들 사이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 대한치과대학병원전공의협의회(이하 치과전공의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경과조치를 당장 폐기하라”고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에 촉구했다.

전문의 수련을 받지 않은 치과의사들이 통합치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경과조치’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016년 12월 보건복지부는 통합치의학과를 정식 치과전문과목으로 인정하고, 관련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 모집되는 ‘통합치의학과’ 전공의는 기존 다른 치과전문의 수련과정(인턴1년+레지던트3년)과 달리 총 3년의 교육수련과 전문의 자격시험을 거쳐 2020년 배출된다.

문제는 ‘통합치의학 전문의 경과조치’다. 과거 치과 전문의제도가 없던 2008년 이전 치과대학을 졸업한 치과대학 교수나 치과의사, 그리고 통합치의학과 신설 이전 자격자들에게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자격시험을 응시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이다. 경과조치는 대학교수, 전문의과정 기수련자, 그리고 2020년 2월 28일 이전에 치과의사 자격을 취득한 자를 대상으로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 전공의단체와 일부 치과계 학회들은 반발하고 있다. 치과의사 선후배 간 형평성에 맞지 않고, 자격 취득을 위한 보수교육(300시간)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제도 시행 이전부터 일었던 잡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치과전공의협의회는 “통합치의학 전문의 경과조치는 포퓰리즘에만 근간을 둔 근시안적 정책”이라며 “경과조치에서 규정하고 있는 300시간의 교육이 현재 전공의들이 거쳐내는 요건들과 동등하다고 할 수 있나. 정상적인 4년의 수련과정과 300시간의 교육이수를 동일한 자격으로 묶어 인정하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며 평등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가장 큰 모순점은 수련을 받지 않은 치과의사들 중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대상을 ‘2020년 2월 28일까지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경우’로 임의로 한정지은 것”이라며 “전문적인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일정기간 임상경험을 쌓은 치과의사들은 전문의가 될 소양과 실력이 충분하다는 것인가. 일찍 의사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선배들은 전문의가 되고, 후배들은 안 된다는 것이냐”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들은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 수에 비해 치과의사 전공의 정원은 절반에 불과하다. 때문에 90%의 학생이 전공의를 선택할 수 있는 의과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선배들이)현실은 무시한 채 단지 먼저 치과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정규 수련과정도 밟지 않고 전문의 자격을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석환 치과전공의협의회장은 “특히 미수련자에 대한 경과조치는 말이 되지 않는다. 치과협회가 인기를 얻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300시간 교육은 본질적으로 인턴 1년에 레지던트 3년 수련받는 전문의들과 동등하지 않다”며 “치협의 진정성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수교육을 중지하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재 헌법재판소에서는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경과조치’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는 헌법소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대한치과보존학회, 전공의단체 등이 제기한 것이다.

박정원 대한치과보존학회 총무이사는 “정규 수련을 받지 않은 치과의사에게 300시간 교육만 받으면 전문의 응시자격을 주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심지어 300시간 중 70%는 온라인 교육에 그쳐 전문성을 인정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실하다”며 “전문의 자격남발은 국민 건강권의 측면에도 맞지 않아 다시 생각해봐야할 문제”라며 헌법소원 취지를 밝혔다.

다만, 학회는 전공의단체와 달리 제도의 전면 폐지보다는 수정·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박 이사는 “과거 전문의를 하고 싶어도 못했던 분들이 있었고, 임상경험에 있어 훌륭한 분들이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부실한 제도로 국민들의 건강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자격을 준다면 어느 정도 가치를 보장해야 한다. 전문 치과의사로서 진료 퀄리티나 적정한 교육기간, 통합치의학과 명칭 등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불만을 이해한다면서도 ‘치과계 합의사항에 협조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윤 대한치과의사협회 이사는 “경과조치(2020년까지)를 통해 통합치의학 전문의 자격을 얻는 대상자를 모두 합해도 만 명이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치과의사 3만 명 중 반도 안 되는 수”라며 “기존 치과의사는 모두 전문의가 되고, 지금 학생들은 50%만 겨우 전문의가 될 수 있다는 건 어폐가 있다. 또 300시간 교육도 합의를 통해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치과전문의제도 안착을 두고 지난 수십 년간 진통이 있었다. 이번 통합치의학과 문제도 우여곡절 끝에 얻어낸 치과계 합의사항이다.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지만 이제 과거의 문제보다 전문의제도가 잘 안착돼 국민에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치과계 합의사항에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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