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 빛나는 은행원 뒤에서 한숨 쉬는 하청근로자

연봉 9000만원VS2800만원...은행. 처우 개선 의지 없어

기사승인 2019-05-01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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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날, 빛나는 은행원 뒤에서 한숨 쉬는 하청근로자은행은 최근 우리사회에서 취업하고 싶은 선망의 일자리가 됐다. 9000만원을 넘어서는 평균 연봉과 높은 복지에 발언권 강한 노동조합까지 누구나 일하고 싶은 근무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빛나는 은행원들 뒤에서 한 숨 쉬는 근로자들이 있다. 같은 은행에서 일하지만 금융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하청이라는 이름아래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의 경우 건물관리나 경비, 인력, 청소, 수위 용역 등을 모두 하청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은행 점포를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청원경찰들이 대부분 외부 용역을 통해 근무하고 있는 이들이다. 여기에 최근 은행들은 채용전반을 외부 업체에 위탁하거나 대출 현장심사의 위탁을 검토하는 등 하청 업무의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은행권에 하청 바람이 부는 것은 은행원의 높은 연봉과도 무관하지 않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은 9600만원에 달했다. 하나은행(9400만원), 우리은행(9200만원), 국민은행(9000만원)도 모두 9000만원 이상의 평균 연봉을 보였다.

반면 하청 근로자들에게 은행원들의 연봉은 그저 꿈의 연봉일 뿐이다. A은행 행우회에서 출자한 업체에서 은행의 중요서류 배송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모씨는 10년째 연봉이 2800만원이다. 김씨에게는 물가인상률에 따라 연봉이 인상되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김씨는 “근무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연봉은 단 한 번도 인상된 적 없다”며 “은행에서 입찰단가를 동결하면서 이마저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찰 단가가 10년째 동결돼 업체는 정규직을 내보내고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다”며 “정규직을 늘리는 은행과는 정반대”라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하청업체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 하청업체들은 대부분 단가를 동결하는 대신 직원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진 수익은 은행원들에게 배당으로 돌아간다. 

하청업체들이 은행원들의 모임인 행우회에서 출자해 만들어진 영향이다. 신한은행의 신한서브, 하나은행의 두레시닝, 우리은행의 우리P&S, 기업은행의 KDR한국기업서비스 등이 이러한 업체들이다.

하청업체 근로자 이모씨는 “하청업체는 은행의 퇴직 임원들이 경영은 맡고 있다. 이들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복지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퇴직했어도 은행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하청업체 근로자의 문제는 은행과 무관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원과 청원경찰, 청소인력 등과의 연봉 차이는 담당하는 업무에 따라 다른 것”이라며 “그 이외의 복지 문제는 같은 회사가 아니다 보니 이야기 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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