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의·명클리닉] "가슴 큰 체형이라고 유방암 위험 높아지는 거 아니다"

기사승인 2019-06-21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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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인터뷰: 글로벌 명의·명클리닉] 서울성모병원 유방암센터 박우찬 교수

한국인 유방암 환자의 5년 평균 생존율이 90%를 넘기면서, 생존 환자들의 합병증 및 삶의 질 관리에 한층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가 발표한 ‘2018 유방암백서’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새로 발견된 국내 여성 유방암 환자는 총 2만2468명이었다. 지난 2000년 대비 약 3.6배가 늘어난 숫자다.

 하지만 이들 10명 중 약 6명(59.6%)은 2016년 기준으로 발암 단계인 0기 또는 1기에 유방암을 조기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유방암을 완전 극복, 치료 후 정상인으로 살게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 박우찬 교수(유방외과)는 23일 “정기 건강검진의 생활화와 더불어 발암 초기에 유방암을 조기 발견,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암 치료 후 삶의 질 관리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8년 가톨릭의대를 나온 박 교수는 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과장을 거쳐 현재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장 및 유방외과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방암·갑상선암 수술과 내분비계 질환 치료법 개선과 관련한 기초 및 임상 연구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다수 발표했다. 그 공로로 한국유방암학회와 대한갑상선학회가 주는 학술상을 각각 수상했다.

 박 교수에게 유방암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박우찬 서울성모병원 유방암센터 교수(유방외과)가 유방암 진단 환자에게 향후 수술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다음은 박 교수와 일문일답 내용.여성성의 상징, 유방에 생기는 암의 특성은?

  “유방은 자궁과 함께 여성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꼽힌다. 주 기능은 젖을 만드는 일이 다. 젖을 만드는 젖샘 구조인 소엽과 만들어진 젖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구조물인 유관으로 형성돼 있다. 그 사이 공간은 지방과 혈관, 림프관 조직 등으로 채워져 있다.

 유방암은 원칙적으로 이들 모든 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젖을 배출하는 통로에 암이 생기는 침윤성 유관암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이밖에 젖샘 소엽에 생기는 암(침윤성 소엽암)이 약 10%의 비율로 발견되고 있다.”

 -유방암 발생 빈도는?

 “유방암은 한국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다. 여성암 1위에 유방암이 올라있다.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 수는 지난 2005년 이후 연평균 4.5%씩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2018년에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2016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선 총 22만9180명의 신규 암 환자가 발견됐고, 이중 9.5%인 2만1839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33.3%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 30.2%, 60대 16.1% 등의 순서였다. 

 2012~2016년 사이 국내 유방암 환자들의 5년 상대생존율(같은 연령대의 일반인과 배교했을 때)은 92.7%로 조사돼 있다.”

 -가슴이 크면 유방암에 걸리기 쉽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인가?

 “유방 내 조직간 암 발생 비율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조직이 많을수록 즉, 유방의 크기가 클수록 암 발생 위험도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체형이 크면 대개 유방도 큰 편이다. 그러나 유방암이 상대적으로 큰 체형에 많은 것은 아니다. 

 유방의 크기와 유방암 발생 위험 사이에는 별 상관관계가 없다. 다시 말해 유방의 크기는 유방암 발생위험과 큰 관계가 없다. 유방이 크다고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반대로 유방이 작다고 암 발생위험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고(高)위험연령인 40세 이후에는 유방의 크기와 관계없이 여성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노화나 폐경과 관련이 있다는 뜻인가?

 “어느 정도는 그렇다.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는 갱년기에 접어드는 40~50대 연령층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일본이나 중국도 마찬가지다. 

 물론 유방암은 폐경 여성에게도 나타난다. 동양 여성과 다르게 미국과 유럽 나라들에선 60~70대 유방암 환자가 흔하다. 우리나라도 해를 거듭할수록 이 추세를 쫒아가는 형국이다.

 머잖아 미국 등과 비슷한 분포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식생활 습관의 서구화와 운동 기피 등이 불러온 부작용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치밀 유방일수록 암 발생 위험이 높다고 들었다.

 “서양인의 경우 그렇다. 치밀유방이란 지방조직이 적어 유선이 밀집된 형태의 유방을 가리킨다. 유방이 큰 서양 여성의 경우 유선 사이에 지방 조직도 많다. 유선의 분포는 물론 뜻밖의 혹이 생겼어도 분별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이유다.

 반면 동양인은 상대적으로 유방의 크기가 작고 지방조직도 많지 않아 치밀유방이란 이유만으로 이상 여부를 판단하기가 애매한 점이 있다. 실제 치밀유방이라도 검사결과 정상 판정을 받는 이들이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 여성이 치밀유방일 경우 유방X선 촬영에 이어 초음파 검사를 추가해 다른 문제가 없는지 더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유방에 암이 생기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따라서 정기검진을 하지 않으면 초기에 발견할 길이 없다. 암이 조금 더 진행되면 통증이 없는 혹으로 발견되기 시작한다. 유방이 크고 비만한 여성들은 어느 정도 커질 때까지 만져지질 않아 꽤 진행된 상태에서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40세 이후에는 반드시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 유방검사를 해보라고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유방의 통증은 대부분 암과 관련이 없다. 일반적으로 멍울 같은 촉감이 없는 유방 통증은 체내 호르몬의 변화나 그때의 몸 상태를 반영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유두에서 피가 나오는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유방암과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발암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또 진행성 유방암의 경우엔 유방 피부가 오렌지껍질처럼 두껍게 변하기도 하고, 일부분이 안쪽으로 당겨져 울퉁불퉁 함몰된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나아가 유방암이 겨드랑이 림프절로 번지면 뭔가 뭉친 듯이 림프절이 단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기가 오듯 유방이 찌릿찌릿 아픈 것은 위험신호가 아닌지?

 “유방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흔히 배란기에 유방이 뭉치고 부우며 통증이 발생하는 것도 호르몬의 장난이다.

 폐경 여성이 때때로 유방통을 느끼는 것 역시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갱년기 전후 유방통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너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도 유방이 아플 수 있다. 유방이 아프다다고 다 암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유방암 진단은 어떻게 하나?

 “촉진 등 진찰을 통해 유방에 생긴 혹이 악성인지 여부를 알기란 쉽지 않다. 유방에 생긴 혹이 암인지를 알려면 적절한 유방검사가 필요하다. 크게 X-선을 이용하는 유방촬영술과 초음파 기기를 이용하는 유방초음파검사, 두 가지가 있다.

 유방촬영술은 유방 조직에 비정상적으로 발생한 석회화 병변을 찾아내는데, 유방초음파 검사는 유방에 비정상 혹이 생겼는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유용하다. 만약 유방암이 의심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두 검사를 모두 시행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유방에서 발견되고 만져지는 멍울은 대부분 암이 아닌 양성으로 판명된다. 악성일 때눈 손으로 만졌을 때 딱딱하게 느껴진다. 또 겉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불규칙하게 울퉁불퉁하면서 경계가 불분명한 듯이 느껴진다.”

 -정기검진은 언제부터?

 “20대에는 유방암이 드물다. 30세 이후부터는 다달이 생리 후에 자가 검진을 실시하고, 40대부터는 매년 병원을 방문, 정기 유방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거나, 유방암 유전자 변이를 가진 고위험군은 검진 시작 시기를 이보다 더 앞당겨 시작해야 한다.” 

박우찬 서울성모병원 유방암센터 유방외과 교수(왼쪽 3번째)팀이 유방암 절제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3기 이하 유방암은 수술이 원칙이다. 유방을 벗어나 다른 부위로 번진 4기 이후엔 사실상 수술이 어렵다. 이때는 항암화학요법 등 전신적인 치료가 우선이다. 물론 항암화학요법이나 내분비요법을 먼저 시행해 일단 암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하기도 한다.

 수술은 여성성의 상징인 유방을 가능한 한 보존해주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불가피하게 유방을 모두 절제해야 하는 경우에도 환자 측과 수술 전 협의를 통해 암 절제 수술과 동시에 유방을 복원하는 유방재건 성형수술을 시행한다.

 환자마다 치료 방법과 종류 및 시기는 모두 다르다. 수술 후 방사선치료 및 화학요법, 내분비요법, 표적치료 등이 진행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종양 조직 표본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시행, 재발 위험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수술 전후 화학요법을 시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불필요한 치료로 고통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암 절제와 재건성형 수술을 동시에 하는 이유는?

 “유방암 수술을 하면 신체적으로 좌우 균형감을 잃게 된다. 결국 자세 변화로 체형마저 변하기 쉽다. 여성성의 상징인 유방을 잃게 됐다는 상실감으로 인해 자신감 결여에 우울증까지 겹쳐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 수술과 동시에 유방을 다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유방재건 성형수술은 뱃살 등 자가 조직을 이식해 볼륨을 살려주는 방법과 보형물을 이용해 유방 모양을 복원해주는 방법이 있다. 어느 방법이든 환자들이 아주 만족해하는 수술이다.”

 -재건성형 수술이 재발 여부 추적에 방해가 되진 않는가?

 “물론이다. 유방재건 성형수술을 받더라도 수술 후 암 추적관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수술 후 추적검사는 일반 진찰보다는 초음파, CT, MRI 등 영상의학 검사로 이뤄진다. 따라서 수술 받지 않은 쪽은 물론 수술 받은 쪽 유방을 살피는데도 지장이 없다.

 보통 유방암이 재발할 때는 유방 조직에 발생하므로 다른 부위에서 떼어다 붙인 재건 조직이나 보형물에는 안 생긴다고 생각하면 된다. 더욱이 유방재건 성형수술이 유방암 재발을 부추긴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다.

 재발 위험성은 암을 지각 발견, 적절한 치료를 제때 못 받은 경우에 높아지는 것이다. 재발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절제 즉시 재건보다는 암 치료 후 경과를 봐가며 재건 시기를 조정하는 ‘지연 재건’을 선택한다.”

 -유방암 치료가 임신에 미치는 영향은?

 “유방암 치료법 중 수술과 방사선 치료는 가임력을 저하시키지 않는다. 임신에 여향을 미치는 치료는 항암화학요법과 항암내분비요법이다.

 일반적으로 항암제를 사용하면 난소기능도 함께 저하돼 생리가 없어지고 폐경이 앞당겨질 수 있다. 결국 배란이 안 되니 임신도 어렵게 된다.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호르몬치료제 역시 대부분 여성호르몬의 생성 또는 기능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므로 사용 중에는 임신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항암 치료 후 임신을 원할 때는 치료 중 난소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선택하거나 치료 전 미리 난소나 난자를 얻어 동결보관하는 방법으로 치료 후 불임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치료 후 재발 위험은?

 “보통 암의 재발 위험 또는 완치율은 5년 상대생존율로 비교한다. 같은 연령대 비슷한 일반인과  암환자의 생존율을 비교하는 방법이다. 유방암의 5년 평균 상대생존율은 92% 이상이다. 위암 대장암 등이 70% 정도, 간암 폐암 췌장암 등이 30%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높은 생존율이다.

 재발 위험은 병기에 따라 다르다. 재발 시 대부분 5년 이내 나타나지만, 5년 뒤에도 재발할 수 있는 게 유방암이다. 특히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경우 호르몬 수용체 음성 유방암에 비해 5년 내 재발 위험성이 낮은 반면 5년 후 재발 위험은 되레 더 높아져 5%나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을 때도 발암 및 재발 위험이 높아진다고 하던데?

 “대표적인 것이 BRCA1, BRCA2이라는 유전자다. 유명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멀쩡한 가슴을 도려내고 대신 보형물을 심는 유방재건 성형수술을 받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유전자는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유전자로, 변이가 생길 경우 유방암이나 난소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예컨대 BRCA1 유전자 변이가 있는 여성은 70세까지 사는 동안 유방암에 걸릴 위험도가 55%, 난소암은 40%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RCA2 유전자 변이에서는 이 위험도가 각각 47%, 17% 정도다.

 우리나라 보고에서는 BRCA1 변이가 있을 때 유방암 발생 위험도가 70%, 난소암은 25%쯤 된다. BRCA2 유전자 변이는 각각 66%, 11% 정도인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이런 유전자 변이가 있는 남성도 예외가 아니다. 남성이라도 이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평생 유방암 발생 위험도가 5~6%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유전자 변이가 생길 위험이 높아 유전 상담이 필요한 사람은 △젊은 나이(40세 미만)에 유방암 진단받은 경우, △유방암이나 난소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양측성 유방암 환자, △남성 유방암과 상피성 난소암 환자, 난소암과 유방암이 같이 온 경우 등이다.” 

 -유방암 예방수칙은?

 “아직까지 유방암이 왜 생기는지 명확하게 규명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한 예방법은 없다고 하는 게 맞다.

 우선 임신과 출산, 모유수유를 권장하고 피임약이나 여성호르몬제의 사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체중조절과 함께 비만을 예방하고, 술과 담배는 끊기를 바란다.

 음식은 균형 있게 골고루 섭취하되 육류 위주의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밤샘 근무나 과도한 스트레스도 피하는 것이 좋다.

 발병하더라도 가능하다면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30세 이후부터는 매달 자가 검진을 실천하고 40세 이후엔 정기적으로 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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