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정신건강 '빨간불'...자살 고위험군 어떡하나

설리, 구하라 등 유명인 자살...2030 여성 '베르테르 효과' 우려

기사승인 2019-12-0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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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정신건강 '빨간불'...자살 고위험군 어떡하나최근 설리, 구하라를 비롯해 유명인들의 자살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민 정신건강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명인의 자살 사건은 집단 전체 구성원에 영향을 미친다. 평소 선망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모방 자살, 일명 '베르테르 효과' 때문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유명인 자살사건 이후 2개월간 자살자수가 평균 606.5명 증가한다고 분석한다. 삼성서울병원 연구도 유명인 자살 사건으로 인한 모방 자살이 하루 평균 6.7명 나타난다고 보고한 바 있다.

◇2030 젊은 여성 정신건강 빨간불  

실제 진료실 등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련의 자살 사건 이후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자살 관련 문제로 병원을 찾는 빈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노대영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평소 우울했거나 자살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유명인의 자살 사건을 보면서 동요되곤 한다"며 "특히 최근 여성 연예인들의 자살사건 이후에는 비슷한 연령의 젊은 여성들이 자살 문제로  진료실에 오는 경우가 확연히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진 것이 많고, 행복하게 살았던 사람도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끄는 것이다. 평소에 좋아했거나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인물의 자살일수록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했다.

주변인의 자살 위험성을 미리 알기는 쉽지 않다. 죽을 의도를 갖지 않아도 자살시도를 할 수 있는 등 개인 또는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전에 자살시도를 한 과거력이 있는 경우는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되도록 혼자두지 말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있도록 챙기는 것이 좋다.

그 외 자살 징후는 ▲자살이나 죽음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대외적 활동을 기피하거나 평소 자주 만나지 않던 사람들을 일부러 챙겨서 만나러 다닌다 ▲죽음에 관한 시를 쓰거나 낙서를 한다 ▲사후세계에 관심을 보인다 ▲술을 평소보다 자주 마신다 ▲평상시와 달리 주변을 정리한다 ▲소중하게 간직하던 물건을 나누어 준다 ▲식사량과 수면양이 평상시에 비해 지나치게 줄거나 늘어난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2~3가지 이상 모습을 보이는 경우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노 교수는 "자살 위험성을 미리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자살시도 과거력이 있었거나 충동성향이 있는 경우는 유의해야 한다. 어제까지 잘 지내다가도 오늘 충동이 생겨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되도록 보호자 등 주변 사람들이 옆에 있어 주는 것이 좋다"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주저하기 보다는 오히려 편하게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치료를 권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OECD 자살율 또 1위.특단 대책 필요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의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살사망자는 1만 3670명으로 전년대비 1207명(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6.6명로 전년보다 9.5%늘었다. 루 평균 3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연속 1위를 지속하다 2017년 리투아니아(인구 10만 명당 24.4명)가 OECD 회원국에 추가되면서 한 계단 아래인 2위(24.7명)로 내려왔다. 그런데 지난해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26.6명을 기록하면서 다시 1위 자리에 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년째 자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데도 국가적인 지원이나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노 교수는 "국가적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현재 자살예방센터에 대한 지원조차 피상적인 수준에 그친다. 가평 지역 자살예방센터의 경우 24시간 자살 상담·대응 인력이 3~4명에 불과하다. 교대근무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자살 대책을 위해서는 음주 소비에 대한 사회적 맥락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17년 OECD 자살률 1위 국가였던 리투아니아는 그해 술 소비를 줄이기 위한 알코올 규제를 자살 예방 정책으로 시행했다"며 "최근 국내 20·30대 여성의 자살률 증가에는 고위험 음주량 증가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도 음주와 자살과 연관성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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