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원 자녀, 아동수당 필요 없어도 선별 지급은 안돼”

요아킴 팔메 교수 방한... 보편적 사회보장 강조

기사승인 2019-12-05 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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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아동수당 지급 방식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있었다. 제1야당은 자유한국당은 선별적 복지를,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보편적 지급을 주장했다. 우선 선별 지급 방식이 취해졌지만, 지급 대상의 선별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이 보편 지급에 드는 비용을 상회하면서 한국당의 입장은 머쓱해졌다. 결국 대상 아동 모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혹자는 “정부가 세금을 퍼준다”고 비난하고, 반대 측은 포용적 복지 혹은 복지국가를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고 맞선다. 또 다른 이는 무의미한 논쟁이라고 치부키도 한다. 그러나 논쟁은 현재진행형이고,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다. 

“삼성 이사의 자녀가 아동수당을 필요로 하지는 않겠지만, (선별 지급을 하다보면) 지급 대상은 소수로 전락, 대다수 세납자는 여기에 세금을 쓰는데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수당 수준을 빈약하게 만들어 정책 효과가 있을 수 없다.” 

요아킴 팔메 스웨덴 웁살라대학 교수의 말이다. 스웨덴 복지모형을 설계한 장본인으로 알려진 팔메 교수는 아동수당 등 선별적·보편적 사회보장 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내놓는다.  “선별적 사회보장 제도는 장기적으로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며, 보편적 사회보장 제도가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

팔메 교수를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노동기구(ILO), 유럽연합(EU) 둥지에서 활동하는 경제·사회·복지·노동 분야 석학들이 방한했다. 5일 개막하는 ‘2019 사회보장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문한 석학들을 미리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팔메 교수는 경제·인구구조의 변화와 사회 양극화의 심화 등 불평등의 증가,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가 풀어야 할 난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개발과 복지국가라는 두 마리 토끼라는 또 다른 화두를 던진다. 

그간 우리사회는 ‘지속가능한 개발 및 성장’과 ‘복지국가’는 대척점에 놓여있었다. 요아킴 교수는 복지국가를 위한 지속가능한 정책 접근은 경제와 정치 모두의 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전망한다. 우리사회와 정치권을 지배하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대결이란 특수상황은 표가 필요한 정책입안자의 역량에만 맡길 수 없다. 요아킴 교수는 세원을 확보하고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 전 생명주기에 걸쳐 사회적 투자와 사회보장의 ‘적절함’이 요구된다고 했다.  

“삼성 임원 자녀, 아동수당 필요 없어도 선별 지급은 안돼”

◇ “현금 지급? 장점 많다”

아동수당이나 청년수당 등을 위시한 현금 지급에 대해 국내에서는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세금을 쏟아 부어 지급한 수당을 흥청망청 쓰면 어떡하느냔 우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팔메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아동수당 등 이른바 현금 복지 프로그램은 정책적 효과가 있다. 다만, 현금성 복지는 정책 목표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크리스티나 베런트 국제노동기구(ILO) 사회보호국의 사회정책총괄도 장점을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현금 복지는 당연히 장점이 있다. 덴마크의 경우, 현물 지급에 대한 경험이 많은데, 이러한 사회적 지출은 분배가 중요하며, 누구에게 득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사회적 지출은 곧 사회적 투자다”라고 말했다. 

야니크 반더보르트 벨기에 세인트-루이스-브뤼셀대학 교수는 선별적 사회보장의 단점을 지적했다. 그는 “조건적(선별적) 지급은 비용이 발생시킨다. 조건을 부여하다보니 수급의 권리가 있는 사람이 제외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사회정책은 도덕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수급자가 지급받은 현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선 우리나라에서의 ‘아동수당’과 관련한 논쟁에 대한 팔메 교수의 견해가 궁금했다. 그에 따르면, 유럽에서 아동수당이 도입된 것이 2차 세계대전 직후로, 지금의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보편적 지급 방식이 선택됐다. 팔메 교수는 “아동수당은 빈곤감소 효과를 가져와 국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면서 “유럽에서도 보편주의만 계속 된 것은 아니고, 덴마크에서는 보편적 지급에서 선별적으로 바뀌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이탈주민이 경제적 이유로 삶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독일내 대거 유입된 난민에 대한 독일 정부의 사회보장은 어떻게 이뤄져왔을까. 또 이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크리스티나 베런트 ILO 사회정책총괄의 견해가 궁금했다. 

“중요한 것은 평등한 대우다. 물론 쉽지 않지만 평등한 대우의 원칙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노동시장에 대한 형평성이 떨어진다. 비록 노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들의 기본소득 보장과 사회통합은 중요하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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