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겠다” ‘기부 포비아’ 어떻게 극복할까

/ 기사승인 : 2019-12-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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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문화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비영리기구들이 기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구세군자선냄비는 올해부터 ‘스마트 자선냄비’를 선보였다. 교통카드와 스마트폰 QR코드를 활용해 1000원씩 소액 간편기부를 할 수 있는 자선냄비다. 기존 구세군 냄비와 달라진 모습도 시민들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스마트 자선냄비는 올해 서울 시내 100여 곳에 설치됐으며 내년부터 점차 수도권과 지방으로 확대 설치될 예정이다.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스마트 자선냄비를 통해 기부한 백현숙(55·여)씨는 “사람들이 점점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니,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박초희(24·여)씨는 “기부를 하면 ‘감사합니다’하는 음성이 나와서 재밌다”며 “외관이 특이해 관심이 갔고, 간편하고 부담 없는 모금 방식도 기부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기부문화는 점차 위축되는 양상이다. 기부문화연구소 기빙코리아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평균 기부금액은 2003년 5만7000원, 2015년 24만4000원까지 증가했다가 지난 2017년 13만3000원까지 떨어졌다. 특히 2017년에는 새희망씨앗재단이 기부금 128억원을 횡령한 사건,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기부금 부정 지출한 사건 등이 일어나 자선단체와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했다. 

기부 참여가 저조한 원인은 무관심과 저신뢰였다. 지난해 발표된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부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설문에서 2위를 차지한 응답은 26.9%를 기록한 ‘기부에 관심이 없어서’와 ‘방법을 몰라서’였다. ‘기부단체를 신뢰할 수 없어서’라는 응답도 8.9%로 집계됐다. 이에 비영리단체들은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저마다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부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 방식도 고안됐다.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는 기부자맞춤기금을 시작했다. 이 사업에서는 기부처가 기부자와 논의해 기금사업 내용과 기금운용 방향을 설정한다. 기부자 개인이 작은 재단을 설립한 것과 같다. 기금 규모의 고액 기부가 아니더라도 기부자 의사를 반영해 기부금 사용처를 결정하는 기부자지정기탁 사업도 운영 중이다.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IT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기부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부자와 기부처가 기부금 활용 내역과 단체의 활동 상황을 모두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비영리기구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해외 선례도 있다. 미국의 자선단체 피델리티 자선기금(Fidelity Charitable)은 지난 2015년부터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모금을 진행해 성과를 내고 있다.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 본부장에 따르면 기부처와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진 기부자는 참여 의지와 기부 충성도가 높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을 활용해 기부자들의 지속적인 기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부처와 기부자가 공익사업에 대한 이해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부 방법보다는 기부금이 활용될 공익사업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 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연희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기부처와 공익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기부 참여로 연결된다”며 “기부처가 사업을 치밀하게 구상하고, 사업성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그 자료를 기부자와 예비기부자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해진 기부 경로를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법, 기부금품모집법 등 관련 제도의 균형 있는 집행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모금활동 관련 규제를 엄격하게 구축하면 공익법인과 시민단체의 활동이 위축된다”면서도 “규제를 과하게 간소화·유연화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부처와 기부자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규제와 완화의 중간지점을 설정해야 한다”며 “비영리단체 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