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거부하고 태움 지적한 ‘사이다’ 신규 간호사 논란

네티즌 반응 “당연한 일”, “용기 있었다면 일 안 그만뒀을 것”

기사승인 2020-01-09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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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협회 “충분한 교육시간‧업무범위 규정 등 필요”

‘당신의 아버지를 신규 간호사에게 맡기고 싶은가’ 국민청원

 

회식 거부하고 태움 지적한 ‘사이다’ 신규 간호사 논란

‘태움’(후배나 신규 간호사가 업무 미숙 등을 이유로 선배 간호사에게 당하는 심한 질책이나 괴롭힘)에 대항한 한 신규 간호사의 사례가 화제다. 수개월 전 간호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최초 게재됐던 사례담은 지금까지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이 신규 간호사는 간호 사회에서 관행처럼 이루어지던 행위들을 거부하고 선임자의 부당한 업무지시의 시정을 요청해왔다. 게시자는 신규 간호사에 대해 “일 처리가 느리다고 지적하면서 막내 일(소모품 채우기, 투약카드 정리하기 등)까지 시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무분장을 다시 해달라고 수간호사에게 상담했다”라고 소개했다.

또 “나오오데 듀티(간호사의 3교대 근무표. 나이트 업무 후 이틀 오프)인데 두 번째 오프 때 회식 참여하라고 하니 힘들다며 거부하기도 했다”라며 “프리셉터(간호업무에 대해 전반적인 것들을 알려주는 일종의 멘토)에게 선물 주는 것도 거부했다. 오히려 ‘가르쳐준 게 없고 태움만 조장한다. 일이 힘들어지면 사직하겠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5년차 올드(선임 간호사)가 차팅(charting)을 실수했을 때 일화도 있다. 액팅(acting)인 신규가 잘 확인했어야 했다고 혼을 냈더니, ‘액팅하느라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갔다. 몸이 부서지도록 뛰어다녔는데 앉아서 차팅만 하는 사람이 한 실수를 왜 나한테 집어 씌우느냐’라고 지적했다”며 “그 후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서 수간호사에게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티즌들은 해당 간호사를 지지하며 태움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시글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당연한 것 아니냐”, “저런 용기가 있었더라면 지금까지도 일을 다니고 있었을 것”이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태움’은 병원 내에서 당연시되던 문화다. 작은 실수로도 한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위계질서가 생긴 것이다. 때문에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간호사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괴롭히는 방법 중 가장 빈번한 것은 폭언(63.6%)이었다. 상급자(65.0%)가 주로 괴롭히는 가해자였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간호사의 이직 경험률은 73.0%나 됐으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간호업계에서는 태움 문화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들은 실수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를 태움으로 인식하는 건데, 실수가 안 생기도록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교육 기간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어떻게 한 달 만에 업무를 숙지하느냐. 프리셉터도 신규 간호사 교육 외의 업무가 또 있다. 신규 간호사의 퇴직률이 근무 8주차에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교육이 끝난 후 실제 현장이 투입되는 시기”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태움 사건들로 인해 현장에서 수간호사들이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근무환경이 개선돼야 근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 간호사는 ‘당신의 아버지를 두 달 된 신규간호사에게 맡기고 싶으신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지난 7일 국민청원에 게시하고, 간호사가 직접 해야 하는 처치들을 숙지하지 못한 채 업무에 투입되고 있는 현실을 토로했다.

이 간호사는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신규 간호사다. 대한민국 Top5병원이라 불리며 명성이 높고, 간호사 연봉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라며 “그런데 대학에서 주사기 몇 번 못 만져본 신규 간호사들은 입사와 동시에 고위험 약물을 다뤄야 한다. 입사 전에는 두 달의 트레이닝 기간 동안 병동에서 하는 모든 액팅을 다 배우는 줄 알았지만,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은 트레이닝 때 한 번도 못 본 수술, 시술 준비/후 처치, 고위험 약물 등을 내게 맡기고 책임도 지게 한다. 쉬는 날에도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엄청 나다”라며 “국가와 병원이 진정으로 환자안전을 생각한다면 간호사가 병동을 배정받은 뒤 그 병동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두 달은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다”라고 주장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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