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法상담 시민에게 대뜸 “장애인 아니죠?”

기사승인 2020-03-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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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法상담 시민에게 대뜸 “장애인 아니죠?”[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정상인을 가리켜 ‘장애인이 아니냐’고 묻는 건 실례다. 하물며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는 어떨까 싶다. 기자는 얼마 전 취재를 위해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료법률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다 얼떨결에 신상조회에 응해야 했다. 

상황은 이랬다. 전날 예약한 시각에 맞춰 변호사와 연락이 닿았다. 그런데 변호사가 대뜸 이름과 나이, 집 주소를 캐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아니죠?”라더니 정보 제공에 동의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유를 묻자 ‘기록카드에 적어야 해서…’라며 말끝을 흐린다. 

상담은 끝났는데 영 개운치 않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저렇게 묻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 듣는 이가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이었다면 분명 언짢을 게 뻔하다. 게다가 허가된 시간도 30분이 전부인데 상담은커녕 정보수집부터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센터 변은 이랬다. 상담은 원래 대면으로만 하고 상담카드에 주소나 직업, 전화번호, 성별, 보훈·장애여부 등을 기입한다고 한다. 

그런데 유선으로 상담을 하는 게 처음이고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보니 부득이 변호사에게 신상조회를 맡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정보는 통계에만 사용되고 즉시 폐기된다고도 했다. 

그렇게 센터 측 사과도 받았지만 아쉬움은 있다. 좋은 취지인 만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도움을 기다리는 이들은 많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공무가 할퀴어서 되겠나.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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