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에 빠진 아이돌

이은호 / 기사승인 : 2020-05-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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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에 빠진 아이돌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무대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요.”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말했다. 그는 무대에 두 얼굴이 있다고 했다. “무대에서의 2시간 반 동안 내가 너무 살아있다고 느끼”지만, 무대 밖에서는 “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RM은 무대에 오르는 일이 “미치면서 동시에 미치지 않기 위한 싸움”이라고 했다. 지난 21일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공개된 방탄소년단 다큐멘터리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Break the silence) 5화 ‘반대편’(The opposite side)의 내용이다.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는 방탄소년단이 2018년 11월 시작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아시아 투어부터 2019년 10월 연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서울 파이널 콘서트까지 351일간의 월드투어 여정을 보여준다. 지난 12일 1, 2화가 베일을 벗었고, 오는 28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한 편씩 총 7화가 공개된다.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아티스트의 민낯을 만나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숙소에서 가사를 쓰며 키득대다가도 금세 진지한 얼굴로 메시지를 정리하고, 새로운 공연 환경에 난처해하다가도 “사람은 느껴봐야 안다. 느껴본 만큼 배우고 성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며, 컨디션 난조로 괴로워하다가도 팬들이 불러주는 노래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등 방탄소년단으로서의 삶을 지탱하고 성장해나가는 일곱 청년의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방탄소년단은 앞서 ‘윙스 투어’(Wings Tour) 뒷얘기를 담은 ‘번 더 스테이지’(Burn the stage), ‘러브 유어셀프’ 투어 중 서울, 북미, 유럽 콘서트의 모습을 담아낸 ‘브링 더 소울’(Brign the soul) 다큐 시리즈를 통해 무대 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솔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두 작품은 영화 버전으로 재편집돼 극장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어길이 막힌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아이돌 스타들의 다큐멘터리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그룹 빅뱅의 멤버 태양은 지난 18일부터 유튜브를 통해 첫 다큐멘터리 ‘백야 | 화이트 나이트’(白夜 | WHITE NIGHT)를 공개하고 있다. 4주에 걸쳐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공개되는 이 다큐에는 태양이 2017년 8월 발매한 정규 3집 ‘화이트 나이트’ 제작 과정을 비롯해 투어, 결혼 그리고 입대까지 과정이 담겼다.

그룹 세븐틴도 지난 15일부터 위버스와 유튜브를 통해 다큐멘터리 시리즈 ‘ 세븐틴 : 힛 더 로드’(SEVENTEEN : HIT THE ROAD)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세븐틴이 지난해 개최한 월드투어 ‘오드 투 유’(ODE TO YOU)의 뒷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프롤로그 영상을 포함해 총 15부작으로 구성된다. 앞서 공개된 1~4회는 각각 우지·원우·에스쿱스·호시를 중심으로 내용을 꾸렸고, 남은 회차에서도 멤버 개인의 테마를 조명해 그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여성 아이돌 가운데서도 다큐 시리즈로 팬들을 만나는 팀이 있다.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룹 트와이스는 유튜브 오리지널 다큐 시리즈 ‘트와이스: 시즈 더 라이트’(TWICE: Seize the Light)를 통해 지난해 펼친 첫 번째 월드투어 ‘트와이스라이츠’(TWICELIGHTS) 준비 과정과 무대 뒷모습을 공개했다. 멤버들의 연습생 시절과 트와이스로서의 성장, 새로운 무대를 향한 도전도 만나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쇼적인 요소가 부족해 드라마나 예능에 비해 환영받지 못하는 콘텐츠였다. 하지만 아이돌 다큐멘터리는 다르다. 방탄소년단의 지난 다큐 시리즈처럼 온라인에서 극장·TV로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에 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앞서 방탄소년단의 다큐 시리즈를 통해 아이돌 다큐멘터리의 시장성과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확인되면서 여러 아이돌 스타들이 다큐멘터리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목적성이 있는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다큐멘터리는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쭉 담아내는 일종의 기록물”이라며 “팬들에게는 좋은 추억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