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르스 경험 없던 지역선 '코로나' 기습 무방비

/ 기사승인 : 2020-05-28 0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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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메르스 경험이 없어서 감염병을 막을 준비가 안 됐던 거지. 대구 지역 의료진한테 (감염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해도 ‘환자도 없는데 뭐 하러요’라고 답하더라고요. 그러다 기습을 당한 거예요.”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배경에 대해 한 감염병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감염병’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대처가 코로나19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2015년 발생한 메르스 감염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수도권 내 의료기관에서는 제2의 메르스 사태 예방을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해왔고, 감염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며 원내 감염 관리를 강화했다. 실제로 다수의 병원이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되기 전부터 집중 감시체계를 가동하며 감염 차단 활동에 나섰다. 혹시 모를 긴급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회의를 수시로 가질 수 있도록 전담팀을 꾸린 곳도 많았다.

물론 철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틈새를 뚫은 코로나19는 결국 의료기관 내 감염을 일으켰다. 메르스 사태 당시 직격탄을 맞은 삼성서울병원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수술방이 일시 폐쇄되기도 했다.

반면 지역 의료기관은 말 그대로 무방비 상태였다. 설상가상 원내 감염도 발생하면서 대구에서만 하루 최고 741명의 환자가 나왔다. 전문 의료진과 병실마저 부족해지면서 자택에서 입원을 기다리던 환자가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앞선 전문의의 말처럼 메르스 사태를 겪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최근 ‘K-방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상황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지만 초기 대구 상황을 보면 ‘우수 방역국’이라는 타이틀을 갖기엔 갈 길이 멀다. 우리는 감염병 경험이 없던 지자체의 대응능력을 봤다. 또 지역별 의료 인력의 수급 불균형과 의료자원의 지역적 불균형을 확인했다.

감염병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더 철저한 준비뿐이다. K-방역을 홍보하기 전 국내 감염병 관리 수준부터 짚고, 감염병 관리에 대한 지역간 격차부터 줄일 필요가 있다.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