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저버리고 돈만 챙기는 부모들…‘구하라법’ 21대 국회 문턱 넘을까

이소연 / 기사승인 : 2020-06-02 0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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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자녀를 부양하지 않은 부모가 수십 년 만에 나타나 자녀의 사망보험금 등을 받아 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혼 후 32년 간 두 딸과 연락을 끊고 살던 생모가 둘째딸의 순직 후 나타나 유족 급여와 퇴직금을 받아 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다. 지난해 1월 수도권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던 A씨(여·당시 32)가 구조과정에서 얻은 극심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인사혁신처는 같은 해 11월 A씨 가족에게 순직 유족 급여를 지급했다. 

갈등은 인사혁신처가 A씨의 생모 B씨에게도 유족 급여와 퇴직금 등 약 8000만원을 지급하며 불거졌다. 이를 알게 된 A씨의 친부는 B씨를 상대로 1억8950만원의 양육비를 청구하는 가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988년 이혼 후 자녀를 보러오거나 양육비를 부담한 적 없다는 이유에서다. A씨 측 가족은 장례식에 오지도 않은 B씨가 돈을 나눠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B씨는 “전 남편이 아이들과의 접촉을 막아왔다”고 맞섰다.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의 유산·연금 등을 상속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지난해 6월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로 가족을 잃은 여성이 “자격 없는 친권은 박탈해달라”는 청원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그는 “슬픈 상황에서 (동생을) 키우지도 않은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 동생의 목숨값을 타내려 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청원자에 따르면 역주행 사고로 사망한 피해자는 부모의 이혼으로 1살 무렵 친척 집에 맡겨져 한 가족처럼 살아왔다. 결혼을 앞뒀던 피해자의 청첩장에도 청원자의 부모가 부친과 모친으로 이름을 올렸다. 청원자는 “친모는 동생의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다”며 “사태가 잠잠해지자 보험회사를 돌며 (동생의) 사망보험금을 신청하고 다닌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지난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와 세월호 참사 직후에도 수년간 연락을 끊고 살던 생부 또는 생모가 나타나 자녀의 사망보험금과 배상금을 챙겨 논란이 됐다. 법정 소송으로 번졌지만 보험금과 배상금 등을 일부 가져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현행법상으로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상속 결격 사유가 인정된다. 

부양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상속을 법으로 막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다. 이른바 ‘구하라법’이다. 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사망 이후 연락이 끊겼던 친모가 나타나 재산분할 등을 요구했다. 이에 고 구씨의 친오빠 구호인씨가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한 어머니는 상속 자격이 없다”며 국회에 입법을 청원했다. 10만명이 동의하는 등 관심이 쏟아졌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계속 심사’ 결론이 나며 처리가 불발됐다. 

구하라법 입법을 추진해온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측은 “20대 국회 법사위에서도 구하라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며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해 빠른 시일 내에 21대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