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캐릭터가 현실로… 요즘 SNS 부캐 활용법

이준범 / 기사승인 : 2020-06-1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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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캐릭터가 현실로… 요즘 SNS 부캐 활용법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지난달 18일 배우 유아인을 닮은 ‘오준우’라는 이름의 청년이 자신의 SNS를 개설했다. 프로필에는 ‘생존자 있으면 DM주세요’, ‘나는 아직 #살아있다’, ‘#생존스타그램’이라는 설명이 적혀있다. 짧고 노란 머리의 청년은 자신의 사진과 함께 “게임만 하다가 첨으로 인스타 입성. 이렇게 하는 거 맞음?”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홀로 바깥세상이 심상치 않아 집에 고립된 상황을 일기처럼 적었다. 결국 자신이 머물고 있는 집 주소를 자신으로 찍은 다음 “나와 같은 생존자가 있다면 이걸 보고 #응답바람”이라는 생존 신고를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한 달 동안 오준우의 SNS를 팔로우한 유저의 숫자는 1만1400여명에 달한다.

오준우는 개봉을 앞둔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에서 배우 유아인이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이다. 오준우의 SNS는 영화사 측에서 영화 홍보를 위해 만든 일종의 가짜 계정이다. 하지만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소개하거나, 개봉 날짜와 어떤 배우가 출연하는지 같은 홍보성 내용은 전혀 없다. 실제로 영화에 오준우가 SNS에 자신의 생존신고를 올리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에서 착안해 준우의 SNS가 현실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시간 순서대로 그가 느꼈을 외로움과 답답함을 녹여냈다. 영화 스틸컷을 활용할 뿐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찍은 소품 사진과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 가족들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했다. 개봉 전부터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신선한 재미를 주는 방식이다.

오준우(유아인)처럼 작품 속 캐릭터의 SNS로 활동하는 홍보 방식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가수 겸 배우 이지은(아이유)은 자신이 맡은 장만월의 계정을 직접 운영해 화제를 모았다. 이지은은 극 중 장만월의 말투로 현장 사진 위주의 게시글을 140개가 넘게 올렸다. 드라마 종영과 함께 ‘#영업종료’라는 마지막 게시글이 올라왔지만 계정은 여전히 존재해 언제든 드라마 팬들이 볼 수 있게 했다. 현재 장만월의 SNS 팔로워수는 81만명을 넘었다.

올해 초 방송된 SBS ‘하이에나’의 배우 김혜수도 극 중 캐릭터인 정금자의 SNS를 직접 운영했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일상 사진을 섞어 올리며 실제 정금자가 살아가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드라마 속 설정과 상황에 맞춰 극 중 인물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에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드라마가 종영한 이후엔 계정 이름을 바꿔 배우 본인의 SNS로 활용 중이다.

MBC ‘그 남자의 기억법’의 배우 문가영의 경우는 더 본격적이다. 극 중 SNS 팔로워 860만명이 넘는 차세대 라이징 스타로 설정된 여하진의 실제 SNS인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연기했다. 드라마에서 여하진이 자신의 스캔들을 부인하는 SNS를 직접 올리는 장면을 그대로 옮겨 첫 게시물을 올렸고, 이후에도 제작진과 함께 여하진의 성향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운영했다. 극 중 인물인 앵커 이정훈(김동욱)과의 라이브 방송을 드라마처럼 진행하는 것도 신선했다는 평을 받았다.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여하진이 어디선가 살아가는 듯 SNS 게시물을 올려 시청자들의 몰입을 도왔다.

배우들의 SNS 활동에 반응해주는 네티즌의 역할도 중요하다. 네티즌들은 오준우의 SNS에 “저도 생존자예요”라는 댓글을 달고, 여하진의 SNS에 “‘나의 첫사랑’(여하진의 주연작) 잘 봤다”는 글을 남기고 있다. SNS가 일방적인 콘텐츠 게시 플랫폼을 넘어, 배우와 팬이 작품으로 소통하는 창구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속 세계관을 현실로 확장하는 동시에 팬덤과 소통까지 가깝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배우들과 제작진은 캐릭터 SNS 활용을 고민해볼 만하지 않을까.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