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붕괴 악몽 25년 흘렀지만...제2의 삼풍백화점 곳곳에 여전

안세진 / 기사승인 : 2020-06-2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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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악몽 25년 흘렀지만...제2의 삼풍백화점 곳곳에 여전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오늘로부터 25년 전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서울 서초구에 위치했던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건물 붕괴 원인은 뇌물로 이뤄낸 불법용도 변경과 부실시공, 안전을 무시한 무리한 구조 변경 등이었다. 25년이 지난 지금, 이같이 ‘인재’로 일어난 사고는 줄어들었을까.

업계는 이같은 사고는 도처에 여전히 만연하다며 기업처벌 강화 등을 통해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건설업계 특성상 ‘시간이 곧 돈’인 만큼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변화의 조짐은 느리지만 있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다. 골자는 당초 지방자치단체에 맡겨놨던 중대한 건설사고를 일으킨 건설사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을 중앙정부가 갖도록 하는 방안이다. 솜방망이 처벌 지적에 따른 조치다.

◇25년 전 어떤 일 있었나=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502명이 숨지고 937명이 다쳤다. 건물이 붕괴한 원인은 뇌물로 이뤄낸 불법용도 변경과 부실시공, 안전을 무시한 무리한 구조 변경이었다.

당초 삼풍백화점은 삼풍랜드라는 이름으로 바로 옆에 있던 삼풍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대단지 종합상가로 설계됐다. 우성건설이 시공권을 잡았다. 그런데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 건축주인 이준 회장은 건물 용도를 백화점으로 변경하고, 우성건설에 4층이었던 건축물을 5층으로 지을 것을 요구한다. 우성건설은 붕괴 위험성을 이유로 증축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우성건설과의 계약을 중도에 파기시키고, 자사 계열사인 삼풍건설산업에게 시공을 넘긴다. 건축물은 설계 변경 시 구조 전문가의 검토가 필수적이나, 이 회장은 수익을 위해 건물의 안전성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구조 설계를 변경했다.

이렇게 부실시공 된 건축물에 붕괴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제공한 건 백화점 옥상에 위치해있던 에어컨 냉각탑이었다. 옥상에는 에어컨 냉각탑이 3대 있었는데, 이 냉각탑들의 무게는 총 36톤이었다. 냉각수까지 채우면 무려 87톤에 달해 옥상이 견뎌낼 수 있는 하중의 4배가 넘는 무게였다. 이 때문에 개장 초기부터 미세한 진동과 물이 새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건설 초기에 냉각탑은 삼풍백화점 옥상 동쪽에 설치되어 있었지만 냉각탑의 소음 때문에 인근의 삼풍아파트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이에 백화점 측은 1989년 12월부터 90년 정식 개장 전까지 이 냉각탑들을 반대편 우면로 측으로 옮겼다.

통상 이같이 무거운 물건은 건물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크레인을 사용해 옮겨야 한다. 하지만 백화점 측은 예산을 줄이기 위해 냉각탑 아래에 바퀴를 장착해 직접 끌어 반대쪽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옥상 바닥과 지지 구조물에 영향을 줬고, 여기에 개장 이후 냉각탑에서 발생한 진동이 건물에 균열을 냈다.

1996년 8월 23일, 대법원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삼풍백화점 회장 이준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5년 이하의 금고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가중되어 징역 7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삼풍백화점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설계변경 등을 승인해 준 전 공무원은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초 이준 회장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붕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이를 의도했다는 증거가 없어 법적 처벌이 어려웠다. 당시엔 몰랐지만 이마저도 상당한 처벌이었다.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기업과 경영 책임자, 담당 정부 관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계속해 있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며 처벌 수위 또한 낮았다.

◇25년이 지난 지금은?=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20년 동안 많은 개선 조치들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같은 대규모 인재는 여전히 곳곳에 만연해 있다.

지난해 7월 27일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에서 불법 증축된 복층 구조물이 무너지며 2명이 숨지고 34명이 다쳤다. 해당 클럽은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춤 허용 조례’ 혜택을 받아 춤을 출 수 있는 업소로 운영됐다. 담당자는 해당 조례를 얻기 위해 관련 공무원에게 부정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8년 12월 17일 고3 학생 10명이 강릉 펜션에 투숙했다가 이튿날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검찰은 가스보일러 시공업자가 공사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시설기준에 부적합하게 시공되고, 가스안전공사 검사원이 이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완성검사 합격판정을 내 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증축 사실이 들어나 건축주와 소유주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등을 제정 및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업계는 건설 산업의 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다양한 건설현장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고는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다”며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최저낙찰제로 인한 저가수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짧은 공사기간 등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관리·감독 조항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반면, 솔직히 국내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삼풍백화점 등과 같은 일련의 사건이 계속 터지는 이유 중 하나는 부실시공 시 영업정지 몇 개월 등으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속도는 느리지만 현재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기업처벌 강화와 관련한 법안들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맡겨놨던 중대한 건설 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을 중앙정부가 갖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른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이후 3년간 국토교통부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지자체에 영업정지 처분을 요청한 117건 가운데 실제 처분으로 이어진 것은 26건(22.2%)에 불과했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도 지난 22일 고의 또는 과실로 부실시공을 한 건설사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한 건설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과징금을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또 최근 3년간 2회 이상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한 경우에는 추가로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동안 우리나라 건설업은 개발에만 초점을 맞춰 발전해왔기 때문에, 사고예방 등 안전에 관한 노력은 부족했다”며 “규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제도적 보완과 함께 업계 내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