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 종결…수사 본부장 일문일답

기사승인 2020-07-02 17: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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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 종결…수사 본부장 일문일답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2일 오전 10시 경기 수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종합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 김희란 인턴 기자
[쿠키뉴스] 김희란 인턴 기자 =지난 30년간 해결되지 않았던 장기 미제사건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가 종결됐다.

경찰은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 살인사건 수사결과를 종합 발표했다. 

경찰은 “이춘재가 약 5년간(1986~1991) 저지른 총 14건의 살인과 34건의 강간·강간미수 사건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이춘재의 DNA가 검출된 살인사건은 5건이다. 경찰은 이춘재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나머지 9건의 살인사건 또한 이춘재의 범행으로 인정했다. 

이춘재가 자백한 34건의 강간·강간미수 사건에서는 9건이 실제 범행으로 인정됐다. 경찰은 나머지 25건도 이춘재가 실제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진술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점, 피해자가 진술을 원하지 않는 점 등으로 인해 나머지 사건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춘재는 자신의 욕구 해소와 주도권 표출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의 고통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경찰은 과거 수사 당시 수사 관계자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찰은 과거 ‘8차 사건’이 범인으로 윤모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재수사를 통해 당시 윤씨를 검거한 경찰관 및 담당 검사 8명이 폭행, 허위자백 강요 등을 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들을 직권 남용 감금 등의 혐의로 송치했다.

‘화성 초등생 살해사건’ 피해자의 유류품과 시체를 은닉한 당시 형사계장 등 2명 또한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 송치 예정이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 공소시효가 완료돼 처벌은 불가하다.  

경찰은 “이춘재를 조기에 검거하지 못하고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된 점, 그리고 이춘재 범행의 피해자와 유가족, 윤모씨 등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깊은 사죄를 드린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살인사건 당시 이춘재에 대해 총 세 차례의 수사를 진행하였으나 현장에서 확인된 용의자의 혈액형(B형)과 족장의 크기(255mm)가 이춘재의 것(O형, 265mm)과 불일치하다는 이유로 이춘재는 용의선상에서 배제됐다. 이런 부분을 볼 때 당시 수사 현장에서 증거 수집에 오류 혹은 조작이 있었다는 의심이 가는데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이루어졌나.
 
▲당시 비가 굉장히 많이 왔다. 옆에 흙도 무너져 내리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보니 족장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혈액형 결과는 오염의 정도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수사의 한계 때문에 지금 수사를 해도 그러한 문제점은 있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1989년 벌어진 ‘오목천동 여고생 살인사건’도 이춘재가 저지른 살인사건에 포함이 되어있나. 

▲오목천동 살인사건을 저질렀다는 진술은 없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접견 당시 이춘재는 자신의 모든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세 번째 접견에서는 본인이 먼저 종이에 ‘살인은 12+2, 강간은 19번, 미수는 15번’이라고 쓰며 자신의 범행을 진술했다. 그 안에 오목천동 살인사건은 포함되지 않는다. 

-초반에는 미안하다고 얘기했다고 했는데 범행 당시를 진술하면서 힘들어하는 기색이 있었는지

▲ “반성한다”, “미안하다”는 진술은 형식적인 대답으로 보인다. 실제적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함, 반성, 공감은 없었다. 

-이춘재의 첫 살인사건은 단순히 살해가 목적인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우연히 시작된건가. 첫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자신의 성욕 해소를 위해 성범죄를 저지르다가 피해자가 완강하게 저항을 해서 결과적으로 살인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춘재 본인도 그렇게 진술했으며, 그 부분에 대한 별다른 죄책감과 죄의식이 없다.

-이춘재는 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다 전역 후 단조로운 생활로 인한 욕구불만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군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했나.

▲이춘재는 가부장적인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동생이 물에 빠져 익사해 사망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러한 충격과 감정을 드러내는 가정환경이 아니었다. 이후 군대에 갔는데 탱크를 운전하는 기갑부대에 배정됐다.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누르던 억눌린 상태에서 탱크를 몰며 앞으로 갈 때, 자신의 뒤로 부대가 따라오는 걸 보고 매우 큰 우월감과 희열을 맛봤다. 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이춘재는 항상 신이 나 있었다. 

-이춘재의 범행 중 사체를 훼손한 사건이 많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당시에 피해자가 반항을 심하게 했다거나 기분이 나빴을 땐 사후행위를 했다고 자백했다.

-화성 초등생 살해사건 중 증거물을 은폐해 입건된 2명의 경찰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나.

▲ 수사 단계에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살해대상을 여성으로만 한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범행동기 자체가 성욕 해소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수사는 종결된 것인지. 앞으로의 진행과정은?

▲사건에 대한 수사는 마무리가 됐다. 오늘이나 내일이라도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면 경찰 수사는 완전히 종결된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수사본부는 해체되고, 이후 추가적인 신고가 들어오면 경기남부경찰청의 미제사건팀이 수사할 예정이다. 
heeran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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