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들 “추미애 지시 부당”…장고 들어간 윤석열

기사승인 2020-07-06 17: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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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들 “추미애 지시 부당”…장고 들어간 윤석열
사진=윤석열 검찰총장/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발동한 ‘검언유착’ 사건 수사 지휘권 수용 여부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대검이 6일 검사장 간담회 발언을 취합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전문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함이 상당하고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임 검사 도입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중 검찰총장 지휘감독 배제 부분은 사실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 또는 부당하다는 게 검사장들의 대다수 의견 내지 공통된 의견이다. 또 검사장들은 이번 사안이 윤 총장 거취와 연계될 사안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르면 이날 중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윤 총장의 입장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권 수용 여부에 대해 그만큼 깊이 고심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 총장은 법조계 원로 등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입장을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지난 2일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중단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배제 등을 담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검찰청법 제8조 규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추 장관은 같은날 대검에 지휘 공문을 보내 “수사 중인 상황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전문자문단 심의를 통해 성급히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진상규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윤 총장에게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라고 지시했다.

거론되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부분 수용’이다. 수사자문단 절차 중단 지시는 수용하되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배제는 재고해달라고 법무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안이다. 지난 3일 열린 검사장 회의에서 참석자 다수가 추 장관의 지휘는 검찰청법 12조에 명시된 총장의 지휘, 감독 권한을 제한한 것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 수용은 윤 총장에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수사 지휘를 받아들이게 되면 앞으로도 장관이 검찰 수사에 구체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김종빈 전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했다. 김 전 총장은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부당하지만 법에 따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사표를 냈다.

검사장들 “추미애 지시 부당”…장고 들어간 윤석열
사진=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태현 기자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지휘 수용과 거부 중 어느 쪽도 택하지 않고 권한쟁의 심판이라는 우회로를 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들이 권한 범위를 놓고 다툴 때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다만 헌재가 검찰이 법무부 산하기관이라는 점에서 심판 대상으로 아예 삼지 않고 각하할 가능성도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에 대해 “갈등이 끝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총장이) 검찰 조직을 전부 다 위기에 몰아넣는 선택은 안 할 거라고 생각한다. 윤 총장이 물러나지 않겠다는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박 의원은 절충안으로 ‘특임검사’ 제도를 거론했다. 박 의원은 “이제라도 특임검사를 하되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했던 수사를 다 중단시키고 완전히 새로 세팅을 해서 한다는 것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에게 숨통을 터주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문제는 추 장관이 연일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윤 총장이 검찰 내부 의견을 받아들여 이의를 제기할 경우 추 장관이 이를 수사지휘 거부로 간주할 수 있다. 이 경우 추 장관은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법무부 감찰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검언유착 논란은 채널A 기자가 올해 초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한동훈 전 검사장과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리를 제보하라고 협박한 의혹을 받으면서 불거졌다.

사건에 연루된 한 전 검사장이 윤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사실 때문에 윤 총장의 전문자문단 소집이 수사를 무마할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문수사자문단 관련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고 이를 대검이 거부해 갈등을 빚었다.

jjy479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