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투표시간 9초, 조합장 무리한 통과 의혹”…투표함을 사수하라①

안세진 / 기사승인 : 2020-07-14 0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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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금지명령에도 총회 강행 후 개표 시도

13일 오전 9시 30분경 성동구청 11층 주거정비과 사무실 앞 복도에 모인 서울숲벨라듀2차 지역주택조합사업 조합원들 / 사진=안세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서울 강북의 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에서 조합장과 업무대행사가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총회 안건을 일부 조합원의 동의없이로 통과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4일 서울숲벨라듀2차 지역주택조합사업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 10일 조합은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인근 웨딩홀에서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 안건은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시공사 선정 동의 여부’였다.

하지만 총회 장소의 관할 구청인 강남구청은 이날 조합 측에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당초 약속한 인원수인 200명 이상이 총회 현장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앞서 강남구청은 총회 현장에 200명 이상이 운집할 시 ‘집합금지명령’을 내릴 것이라 사전 경고한 상태였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조치다.

결국 조합장은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오후 8시 20분 경 “임시총회 무산”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내 조합장은 말을 번복하며 개표를 하려 시도했다. 

현장에 있던 한 조합원은 “무산 선언을 한지 10분 만에 ‘무산이 아닌 끝’이라고 말을 바꾸고 투표함의 개표를 시도했다”며 “모두 투표하지도 않은 투표함을 무리하게 개표하려는 것은 조합원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투표가 시작된 것은 7시 27분이고 구청의 해산 명령을 받은 것은 8시다. 30분의 투표 시간은 참석자 총 220여명이 투표하기에 부족한 시간”이라며 “단순 계산해 봐도 1인당 주어진 투표시간은 9초”라고 비판했다.

결국 대치 상태가 이어지자 조합 집행부와 비대위는 사업지인 성동구청으로 장소를 옮겼다. 이에 오후 10시 성동구청 앞 광장에는 100여명의 조합원이 운집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대치 상황은 투표함을 열지 않고 구청 측에 보관토록 하면서 일단락되었다. 

조합장은 “투표함은 성동구청 11층 주거정비과에 보관할 것이며 13일 오전 10시 30분 비대위와 집행부가 동시에 이를 회수해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월요일 오전 집행부 측에서 투표함을 가지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 투표함이 열리면 사업은 이들 바람대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무슨 수라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부는 이날 현장에 아직 선정되지도 않은 시공사 직원을 데려온 것도 이상하다”며 “일반 시민의 꿈인 내 집 마련을 담보로 조합원을 기망하고 있는 현 집행부와 업무대행사의 행태에 분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한편 14일 오전 조합장 측으로부터 반론 내용을 전달받았다. 이들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진행된 임시총회였으며, 비대위 측에서 사업을 무산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장은 “임시총회는 6시부터 입장하여 조합원 성원이 이루어진 후에 진행된 정상적이며 합법적인 임시총회였다”며 “오히려 비대위에서 총회를 무산시키려 난동과 소란을 피웠다. 코로나 방역 방침을 준수하기 위하여 투표를 마친 조합원들이 현장을 나가려는 것도 막고 강남구청에 전화하여 총회를 방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동구청에 투표함을 맡긴 것도 비대위 측에서 투표함을 갈취해 총회를 무산시키려 해 어쩔 수 없이 성동구청에 임시 보관한 것”이라며 “자신의 이득을 위한 일부 조합원 때문에 500명이 넘는 다른 조합원들이 금전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숲벨라듀2차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1가 671-178번지 일대 인근 1만7329㎡에 총 528가구 규모의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2015년 사업이 시작돼 지난해 5월 성동구로부터 정식 사업인가를 받았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무주택자나 소형 주택(전용면적 85㎡) 소유주에게만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다. 원래 조합원들이 모여 직접 사업 부지를 매입하고 아파트를 건립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조합원들이 직접 원주민 토지를 매입하기 어려워 업무대행사를 낀다.

지난 10일 임시총회 때 나온 투표함을 성동구청에서 보관해 달라는 조합 측의 요청서 /사진=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