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여행 1번지 강진에서 “맘 확 풀고 일주일 살아 볼래요”

곽경근 / 기사승인 : 2020-07-15 05: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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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서 ‘맘 확 푸소-일주일 살기’

강진만생태공원을 산책하는 정춘자(81), 우은정(49) 모녀 /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프로그램 ‘푸소체험’은 모처럼 고향의 정과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전남 강진은 농어촌 체험뿐 아니라 볼거리, 즐길거리, 인정 넘치는 남도답사 일번지다.

- 감성은 올리고, 스트레스는 날리고.
- ‘맘 확 푸소-일주일 살기’ 프로그램 1인 15만원
-일상에 지친 도시인에게 인기몰이
-밀폐, 밀집, 밀접 ‘3밀’ 피할 수 있는 청정 강진
-1차 마감, 2차 이달 20일경 모집 예정 

[쿠키뉴스] 전남 강진‧ 곽경근 대기자 =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헤드셋을 쓰고 악보를 들고 장단을 맞추며 모녀가 부르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구성지다.

전라남도 강진 오감통 음악창작소에서 ‘나만의 음반 만들기’ 체험 중인 모녀를 만났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이틀째인 모녀는 오늘 읍내 나들이에 나섰다. 그 첫 번째로 ‘나만의 음반 만들기’ 체험을 통해 낯선 여행지가 편안하게 다가온다. “노래를 부르다 보니 마음에 쌓였던 뭔가가 쑥 내려가면서 시원함이 느껴지네요” 어머니 정춘자(81)씨가 말한다.
강진 읍내를 모녀가 손을 꼭 잡고 돌아보고 있다.

부산에서 어머니와 함께 강진을 찾은 우은정(49) 씨의 강진에서 하루를 동행 취재했다. 가슴 속 답답함을 소리로 풀어낸 모녀는 다정히 손을 잡고 다음 장소인 대구면 고려청자박물관로 향한다. 승용차로 읍내에서 20여 분 만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모녀가 청자 컵 만들기에 도전한다. 앞치마를 두르고 전기 물레 앞에 앉아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이렇게 양손을 안쪽으로 힘을 주고 모으면서 모양을 만듭니다. 물레질 몇 번에 흙덩어리가 컵의 모양을 찾아간다. 성형작업에 집중하는 팔순 노모의 얼굴은 호기심 가득한 소녀의 모습이다. 자신이 만든 컵이 신기한 듯 이내 웃음보가 터졌다.

이렇게 완성된 컵과 찻잔 등은 잘 말려서 유약을 바른 후 가마에 구워 집으로 보내준다. 어머니 정 씨는 “조금을 떨렸지만 가수처럼 마이크 앞에 서서 노래도 부르고 도자기도 만들어 보고 이게 무슨 호강인지 모르겠다. 다 자식을 잘 둔 덕”이라며 다정하게 딸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딸 은정 씨 역시 “어머니하고 여행을 오랜 전부터 계획했었는데 이렇게 단둘이 시간을 보내며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감사한 마음이다”며 “어머니 건강이 허락할 때 부지런히 모시고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이후 모녀는 푸른 갈대가 장관을 이룬 강진만생태공원을 찾았다. 남해안 하구 최대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강진만생태공원은 탐진강과 강진만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인공적 둑이 없는 열린 하구로 생태자원이 풍부하다. 짠물과 민물이 섞여 있는 기수역 좌우로 길게 분포된 갈대군락지는 무려 20만 평에 이른다. 


생태공원의 4km가 넘는 생태탐방 데크를 따라 걸으며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갈대의 노래 소리와 함께 자연이 주는 넉넉함을 만끽한다. 갈대밭 사이를 여유롭게 산책하는 모녀 뒤로 어느 새 긴 여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푸소 민박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모녀가 민박업소 안주인 윤순화 씨와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저녁식사 후 기자는 모녀가 묵고 있는 푸소 민박 ‘산정호수’를 찾았다. 푸소(FUSO)란, 필링-업(Feeling-Up),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로 강진 농가(푸소 체험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훈훈한 정과 감성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안주인 윤순화 씨는 멀리서 찾아준 모녀를 위해 찹쌀로 새알을 만들고 녹차를 준비했다. 멀리 시내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민박집 데크에 앉아 세 여인은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운다. 바깥주인은 여인들과 마주앉기가 어색한 듯 반려견과 함께 호숫길 가로등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

 다음날 아침 모녀를 전통 5일장이 열리는 읍내 오감통시장에서 다시 만났다.  장터에는 텃밭에서 아침 일찍 수확한 푸성귀를 소쿠리 소복히 담아놓고 지나는 사람들을 부르는 할머니들부터 과일, 생선, 뻥튀기에다 알록달록한 몸빼 바지까지 없는 것 빼고는 정말 다 있는 소도시 오일장 풍경이다. 그래서 오일장이 서는 곳은 늘 고향에 온 것처럼 훈훈하다.
지역의 5일장은 물건값을 흥정할 수도 있고 잔칫집처럼 시끌벅적 늘 흥겹다. 장 구경과 함께 빠질 수 없는 먹을거리와 주전부리도 넉넉하고,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도 장 장터를 한바퀴 돌고나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진다.

적당히 물건을 깎아도 큰소리를 조금 내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할머니를 따라 나선 할아버지는 장에서 만난 친구와 벌써 파전에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얼굴이 불콰하다. 정씨 모녀도 장을 봐서 점심은 집에서 만들어먹겠다며 꼼꼼히 식재료를 구입하고 있다. 

 신현림 시인은 그의 에세이 집 “엄마 계실 때 함께 할 것들”에서 “함께 햇볕을 쬐고 바람 속을 거닐며 여행가기”를 권한다. “자연과 함께 숨 쉬고 고동치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래서 당신도 당신의 어머니도 생의 에너지로 뜨거워지기를.”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를 통해 우은정 씨는 시인의 말처럼 “본인도 어머니도 생의 에너지로 활기찬 날들이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사의재를 전기자전거로 돌아보고 있는 연인

1박2일 짧은 모녀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다음 약속 장소인 사의재로 향했다.

사의재 내부 전경

사의재(四宜齋)는 다산 정약용이 1801년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 묵은 곳이다. 강진군이 오랜 고증을 거쳐 2007년에 동문 안쪽 우물가 주막터를 복원했다. 현재 조만간(조선을 만나는 시간) 마당공연과 한옥체험관이 운영 중이다.

사의재 내의 주모상

사의재에서 만난 김원철(24‧가명) 씨는 여자 친구와 사진찍기 좋은 곳을 찾아 강진여행에 나섰다며 연신 인생 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푸소 체험객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전기자전거를 타고 사의재 골목골목을 답사하고 있다. 사의재를 나선 연인은 낮은 언덕을 넘어 강진군청 바로 옆에 위치한 영랑생가에 자전거를 세웠다. 

강진 일주일 살기 체험객이 전기자전거로 강진군청을 지나고 있다.

도시에서의 자전거 여행은 차처럼 세상풍경을 스쳐 지나지도 않고 도보여행처럼 체력과 시간을 너무 소모하지는 않는 적절한 이동수단이다.

영랑생가는 영랑 김윤식이 태어난 곳이다. 생가에는 시의 소재가 되었던 샘, 동백나무, 장독대, 감나무 등이 아직 남아 있으며 모란이 많이 심어져 있다.
영랑생가에서 문화관광해설사(사진 오른쪽)가 마희정(24), 윤상(23) 씨에게 영랑의 생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영랑은 1930년 박용철·정지용·이하윤·정인보·변형윤 등과 『시문학』지를 창간하고 그 지면에 ‘모란이 피기까지는’,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등을 발표하면서 영랑은 본격적인 시작 활동에 들어갔고 1935년에 『영랑시집』을 발표했다. 

‘북에 소월, 남에 영랑’이라는 말이 있듯이 영랑은 우리나라 순수시, 서정시의 대표적 시인이다.
영랑생가 마루에 슬쩍 걸터앉아 그의 시 한 편 되새겨보는 것도 강진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
강진문화관광재단 임채성 팀장은 “요즘처럼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적은 시기에 볼거리도 먹거리도 풍부한 청청 강진에서 일주일을 보내면 정말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강진에서 맘 확 푸소’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으로서 일상에 벗어난 지역에서 일주일 동안 생활하면서 지친 심신을 치유하고 지역민과의 공감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가는 체류형 관광의 한 형태이다. 국비지원으로 체험객의 부담은 최소화하고 혜택은 풍성하고 다양하다. 생활관광 사업은 경쟁을 통해 강진군과 대구시 북구 단 2곳 만 선정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실제 연인은 취재에 응하기 어려워 강진군문화관광재단 마희정(24) 씨와 윤상(23) 씨가 대역했다.

-스트레스는 풀고 감성은 채워가고
‘청정 강진에서 맘 확~푸소’를 슬로건으로한 푸소체험은 감성은 채우고 일상의 스트레스는 풀어내라는 의미다. 농어촌 마을 민박에서 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여유와 따뜻한 감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정된 30여 농가 민박에서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다. 강진의 문화, 관광 등 농어촌의 일상을 통해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체류 생활형 관광이다. 

한 농가에서 6박 7일을 보낼 수도 있고, 시간이 부족한 이들을 위해 3박 4일씩 나누어 사용할 수도 있다. 2달 안에 다시 방문해 생활도 할 수도 있어 형편에 맞춰 나누어 써도 된다.
정춘자‧ 우은정 모녀가 푸소 민박 '산정호수'에서 정갈하게 준비해준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산정호수 제공) 

푸소의 매력은 저렴한 참가비로 아침과 저녁을 시골밥상으로 든든히 챙길 수 있고, 점심은 강진 곳곳을 여행하며 남도음식의 진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또 전기자전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활기차게 시내권(영랑권) 관광을 즐길 수 있다.

-‘푸소체험’은 이렇게
대중교통으로 강진 도착 시 터미널 픽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처음 강진에 도착하면 푸소체험을 주관하는 ‘강진군문화관광재단’에 방문, 회원카드를 발급받고 일주일 생활 관련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 회원카드는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강진군의 ‘맘 확 푸소’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 생활관광 공모선정사업으로 국비지원으로 체험객의 부담은 최소화하고 혜택은 풍성하고 다양하게 준비되었다. 

강진 청자마을에서 고려청자 컵을 만드는 체험을 무료로 제공하고, 전남음악창작소에서는 노래를 부르면 나만의 음반을 만들어 준다. 강진군에서 운영 중인 고려청자박물관과 다산박물관은 무료입장이다. 한국민화뮤지엄과 가우도 짚트랙, 제트보트 등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6박7일 일정의 숙박과 하루 2끼(아침과 저녁) 식사가 제공되며 참가비는 1인 15만원, 2인 이상 신청할 수 있다. 

-볼거리·즐길거리 가득한 남도답사 1번지
남도답사 1번지의 볼거리·즐길거리는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의 강력한 매력이다.
정호승 시인이 뿌리길로 명명한 언덕길을 따라오르면 강진만이 한 눈으로 들어오는 만덕산 기슭에 자리한 다산초당이 나온다. 초당으로 현판을 달았지만 기와집이다. 다산이 9줄기 강과 하천이 만나는 구강포 바닷가를 내려 보았던 자리엔 천일각이 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 중 제자들을 가르치고 저술 활동을 했다.
가우도에서 제트스키 즐기는 관광객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백련사의 명승 혜장 선사를 만나기 위해 오가던 사색의 길이다. 길이는 800m이며 도보로 30분 정도 소요된다.
길 주변에는 동백나무와 차나무가 어우러져 있어 경관이 아름답고 경사도 완만하여 걷기 코스로 제격이다. 오솔길 중간 지점에는 해월루가 있어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무위사와 백운동 원림, 강진다원, 세계모란공원, 영랑생가, 사의제, 절길이 고운 고성사 등을 가는 곳마다 명승이고 보아야 할 곳이 넘쳐난다. 백련사, 주작산 휴양림, 석문공원 출렁다리도 장관이다.

가우도 출렁다리 야경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 1위에 선정된 가우도는 출렁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출렁다리로 들어가 섬 한 바퀴를 도는 트레킹코스, 강진만 물살을 가르는 제트보트가 한여름 무더위를 날리고, 낚시마루에서 안전하게 즐기는 바다낚시의 짜릿한 손맛과 물때가 맞으면 가우도에서만 잡힌다는 황금 가오리를 만날 수도 있다. 가우도 정상에 25m 높이로 조성된 청자타워에서 출발해 대구면의 저두 해안까지 약 1㎞(973m)의 바다 위 하늘을 시원하게 가르며 눈 깜짝할 새에 도착하는 가우도 짚트랙의 짜릿함을 즐길 수 있다.
가우도짚라인(짚트랙)

고려청자박물관에선 온 가족이 함께 청자 도자기 빗는 물레성형체험을 할 수 있다. 본인이 빗은 도자기는 소성과정 등을 거쳐 착불로 집에서 받아 볼 수 있다.  한국민화박물관에서는 옛 서민들의 그림과 함께 부채, 액자, 가죽지갑등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미항인 마량포구에서 까막섬을 들러보는 것도, 마량놀토수산시장에서 싱싱한 자연산 생선회의 식감을 느껴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 밖에도 전라병영성과 돌탑 곱게 들어선 오지마을 옴천사 등도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다.
주작산 일출

강진군문화관광재단 임석 대표는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프로그램을 통해 강진의 문화와 역사, 아름다운 자연을 직접 체험하면서 즐거움과 행복 가득한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면서 “이번 여름휴가는 강진에서 확실하게 감성은 올리고 스트레스는 확 풀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고 여름휴가가 임박하면서 대부분 국내 유명관광지의 숙소는 거의 구하기 어렵거나 숙박비용이 크게 올라 있는 상태다.
코로나 감염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밀폐, 밀집, 밀접의 ‘3밀’은 가급적 피하는게 상책이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어릴 적 방학이 시작되면 책가방 내던지고 달려갔던 외할머니 댁으로의 추억 여행이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단점 때문에 남도여행 일번지 강진은 아직 조용하고 깨끗하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1차 예약은 마감되었으며, 7월 20일 이후 2차 예약 접수예정이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 드론촬영=왕고섶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