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기적 대장 내시경 검사, 암 예방의 첫걸음

기사승인 2020-07-24 14: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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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기적 대장 내시경 검사, 암 예방의 첫걸음
[사진=배규환 원장, 대구 속튼튼내과의원 제공]
지난 해 말 필자의 병원을 찾은 회사원 최모(52세)씨는 당시 건강검진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암 진단을 받게 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적이 없었고, 금식, 검사 전 장을 비우는 과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검사를 미뤄왔다. 만약 정기적인 내시경 검진 등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조금 더 일찍 알고 조기에 발견했더라면 치명적 질환까지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장암은 대장의 점막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특히 대장 용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잦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세계암연구기금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1~2위를 다툰다. 많은 이들이 특이한 증상이 있을 때에만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초기 대장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혈변이나 변비, 설사, 복통처럼 체감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대장내시경 전에 장을 비우는 과정을 힘들어하거나 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검사를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장 정결제가 개선돼 예전보다 검사 준비가 수월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대장내시경 전에 물 4리터를 마셔야 했지만 현재 기본 2리터로 줄어들었으며, 이보다 약 절반으로 줄어든 양을 먹는 장정결제도 출시됐다. 또한 설사약을 먹지 않는 대장내시경 시술법도 있다.

국립암센터 등은 직계가족 중 대장암이 없는 경우라도 50세 이상은 5년에 1번씩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력이 있거나 용종이 발견된 경우라면 나이와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됐다면, 별도의 수술 없이 내시경을 통해 용종을 제거할 수 있으며, 만일 대장암으로 발전했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종양의 크기가 작거나 전이가 이뤄지지 않은 초기 단계의 경우 제거 수술과 부가적인 치료를 병행한 치료를 통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대장질환은 의사와 환자가 검사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생활습관병’이라고도 불리는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검진만큼이나 꾸준한 관리와 실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소한 의학 지식을 수동적으로 전달받기만 하면 진료실을 나와 기억이 나지 않아 정작 생활 습관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필자 또한 이를 돕고자 환자가 대장내시경 검사로 내원하면 검사 방법이나 검사 전후의 고려사항에 대해 충분히 소통하고, 환자의 검사 결과나 일상생활 습관 등을 반드시 메모해두고 맞춤형 관리를 처방한다. 또한 디지털 환자교육 플랫폼 등을 활용해 다양한 시각 자료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녹음하며 환자를 교육하고, 환자 별 상태와 주의할 점을 직접 적어 진료 후 메시지로 공유하고 있다. 

굳이 먼 길까지 발걸음 하지 않아도 자신의 생활 반경 내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자신의 생활반경에서 가까운 정기 검진 병원을 정해 두고, 대장 상태에 대해 의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 대장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검사를 고민하고 미루는 많은 환자들이 망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가까운 동네 병원 문을 두드리고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가길 바란다. 

글. 대구 속튼튼내과의원 배규환 원장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