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료용 대마오일, 약국에서 다시 구매 가능할까?

한성주 / 기사승인 : 2020-07-28 03: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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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족으로 중단된 희귀환자 약국 수령… 부활해도 '한해살이'사업 우려

그린위치 바이오사이언스의 ‘에피디올렉스’/사진=그린위치 바이오사이언스 홈페이지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뇌전증 환자에 절실한 의료용 대마오일은 동네 약국 선반에 놓일 수 있을까. 당장 올해는 가능하겠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7일 3차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희귀필수의약품 사전구매 비축 비용 42억원을 확보한 가운데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 공급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에피디올렉스는 의료용 대마 오일 칸나비디올(CBD) 성분의 의약품으로, 중증 뇌전증 치료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식약처는 추가 확보된 예산을 활용해 상시적 수요가 있는 필수의약품, 중증·응급 치료에 필요한 희귀의약품 등을 수요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미리 구매해 놓을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추경으로 확보한 예산을 통해 의료용 대마 오일 2~3개월분 물량을 선구매해 비축해놓게 됐다”며 “지금까지는 환자들의 요청이 들어오면 약을 주문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앞으로 환자들이 요청하면 바로 비축분에서 공급해 조달 기간이 단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개월간 에피디올렉스는 환자들에게 원활히 공급되지 못했다. 환자들에게 공급 창구가 되어주던 희귀의약품 거점약국 사업이 무기한 중단되면서다. 거점약국 사업은 식약처가 희귀질환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 식약처의 산하기관인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이하 희귀센터)의 주관으로 지난해 3월 시범사업 운영에 돌입했지만, 10여개월 만인 지난 1월 종료됐다. 

이에 따른 불편은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량 구매와 거점약국 사업이 중단되면서 약가가 올라가고 수령 방법도 까다로워진 것이다. 에피디올렉스 1병당 가격은 기존 약 165만원에서 6만원가량 뛰었다. 환자들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직접 방문해 약을 수령해야 했다. 불가피한 경우 센터 측 직원들이 지방의 환자 주소지를 직접 찾아가 약을 전달하기도 했다.

약사들도 나서서 우려를 표했다. 대한약사회는 에피디올렉스가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치료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약품이라고 설명하며 안정적인 공급이 절실하다고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거점약국 시스템이 없어져서 나타날 가격 상승, 수입과 통관에 소요되는 시간비용, 약을 받기하기 위해 서울 소재 센터까지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 등 환자에게 전가될 피해도 크다는 지적이었다.

희귀의약품 거점약국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예산 확보였다. 희귀센터는 거점약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100억원 이상 예산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29억94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기재부는 이미 지난해보다 15%가량 예산을 증액했기 때문에 추가 예산은 무리라는 입장이었다. 희귀센터는 에피디올렉스 재고 확보를 위해 이미 약 20억원을 대출받았을 정도로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상태였다. 예산 확충에 실패한 식약처와 희귀센터에게는 거점약국 사업 중단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실정이다.

최근 식약처의 추경안이 관철되면서 거점약국 사업에도 다시 시동이 걸렸다. 희귀센터는 곧바로 거점약국 사업을 재개할 준비에 착수했다. 센터 관계자는 “기존에 시행했던 사업의 인프라를 활용해 사업에 참여했던 약국들을 재참여 시키는 방향으로 약사회 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3차 추경으로 올해 거점약국 사업 재개 비용을 충당할 수 있으며, 향후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예산도 배정받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만약 추가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센터 측이 대량구매를 통해 희귀의약품을 일정량 미리 확보해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는 거점약국 사업의 재개 가능성에 반색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기존에 시범 운영한 경험이 있는 사업을 다시 가동하는 것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 재개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거점약국이 많지 않았지만, 전국 지자체당 1곳 이상은 있었다”며 “약사회 차원에서 홍보를 한다면, 참여 약국은 얼마든지 확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거점약국 사업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추가 확보한 예산은 올해의 ‘희귀필수의약품 사전구매 비축 비용’ 명목이다. 약값으로 지출할 수 있는 돈이 늘어난 것일 뿐, 사업 운영비가 생긴 상황은 아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품 구매비용과 동시에 거점약국 사업 관련 예산도 확보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올해는 약품 구매비용만 확충하게 됐다”며 “희귀센터측과 약사회의 노력으로 거점약국 체계가 가동될 수는 있지만, 늘어난 예산 자체는 희귀·필수 의약품 구매비 명목”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들은 거점약국이 ‘한해살이’ 사업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국뇌전증협회 관계자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고충이 높은 약값”이라며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약을 구하기 위해 서울까지 가야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환자들의 일상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제주도에 사는 환자가 약 한 병을 사기 위해 주기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서울까지 날아와야 하는 상황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