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 길어지니 마스크도 벗는다…‘버스‧헬스장’ 감염 노출

코 노출되면 비말 차단 효과 볼 수 없어…호흡 힘들면 '비말차단용' 착용 도움

기사승인 2020-08-01 05: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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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마 길어지니 마스크도 벗는다…‘버스‧헬스장’ 감염 노출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긴 장마로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자 곳곳에서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에서도 기본 생활방역 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소재의 한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A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운동하는 회원들과 이를 방치하는 운영자 때문에 시설을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 5월 발생한 이태원발 집단감염 때까지만 해도 마스크 착용이 잘 이루어졌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마스크를 벗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날이 습해지자 운영자도 쉬는 시간에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공지했다. A씨는 “환기를 시킨다고는 하지만 해당 시설이 지하에 있고 밀집한 공간이라 마스크라도 착용해야 할 것 같은데 숨이 찬다는 이유로 아예 마스크를 벗고 오는 회원들이 있다”며 “게다가 요즘은 장마 때문에 에어컨을 트는 날이 많아 환기도 잘 안 시킨다. 말이라도 안 하면 좋겠는데 꼭 마스크를 안 쓴 회원들이 대화를 많이 한다”고 꼬집었다. 

신체적 접촉이 일어날 수 있는 태권도 도장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격한 운동을 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는 게 가능하냐. 엄청 답답할 것 같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이는 “운동하면 숨이 찰 텐데 마스크까지 쓰면 위험하지 않겠느냐. 입구에서 열체크만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아이가 다니는 태권도장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운동할 때 호흡이상이 올 수 있다며 힘든 운동을 안 시킨다고 한다. 힘들 것 같다고 말하면 살짝 내려써도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 미술학원 강사는 “거의 3개월간 (학원 운영을) 쉬었다가 이제 좀 살 것 같았는데 인근 태권도장과 어린이집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한다. 얘기 들으니 태권도장에서 마스크를 안 끼고 수업해서 이 사단이 났다고 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비교적 젊고 건강한 성인이 이용하는 헬스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 네티즌은 “헬스장에서 마스크를 쓰는 건 당연한 건데 어떤 사람은 코까지 다 쓰고, 어떤 사람은 입만 가리고, 어떤 사람은 턱에 걸친다”며 “(내가 다니는 시설은) 호흡문제로 턱에 걸치고 운동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트레이너도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최근 방역수칙 위반으로 안전신문고를 통해 신고된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아파트단지 헬스장에서 10여명의 트레이너와 회원들이 마스크를 입만 가린 채 착용하는 등 마스크 착용 미흡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운동시설 외에서도 코로나19 전파가 우려되는 위험행동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대중교통 탑승 시 마스크 미착용자를 엄벌해 달라’는 국민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고 있다고 밝힌 청원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마스크를 입에 걸치고 버스에 탄 승객에게 마스크를 바르게 착용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욕설이 돌아왔다. 사정도 해봤지만 아예 마스크를 벗고 소리를 질렀다”라면서 “기사가 확진되면 그 기사가 운행하는 노선은 임시 폐선이다. 마스크 착용을 깜박하고 버스를 타는 분들은 말하면 바로 착용하지만 고의적으로 거부하는 승객들이 있다”고 호소했다. 

안전신문고를 통해 신고된 사례 중에는 ▲동호회 행사 관광버스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선 채로 음주 가무를 한 사례 ▲종교시설 내 물놀이시설 및 탈의실을 설치해 밀집된 환경에서 별도 행사를 한 사례 등도 있었다. 

밀접‧밀폐‧밀집된 시설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크기 때문에 비말(침방울)을 차단할 수 있는 마스크 착용이 매우 중요하다. 무증상 또는 경증 감염자일 경우 본인의 침방울이 남에게 가는 것을 막아주고,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서 나온 침방울이 본인의 입이나 코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코를 노출하면 차단 효과를 볼 수 없고, 그 과정에서 마스크 표면을 계속 만졌을 땐 표면에 묻은 오염물질이 손을 통해 눈·코·입으로 들어갈 수 있다. 때문에 마스크 착용 시에는 손 세정을 같이 해주고 가급적 표면을 만지지 않아야 한다. 코와 입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다.  

날이 더워 호흡이 불편하다면 가볍고 통기성이 좋은 ‘비말차단용’ 또는 ‘수술용 마스크’ 착용으로도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단, 미세입자나 비말 등의 차단 성능이 검증된 제품은 ‘의약외품’이기 때문에 구매 시 반드시 의약외품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돌보거나 기저질환자라면 KF80, KF94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수건이나 휴지를 사용할 경우 밀착력이 떨어져 성능이 저하되므로 덧대지 말아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곤란, 어지러움, 두통 등 이상 반응이 발생할 경우, 개별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고 휴식을 취한 후 증상이 완화되면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도 여름철 마스크 미착용 사례가 늘고 있는 점을 우려하며 기본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한 상태다. 

정 본부장은 지난 31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가족·지인모임, 소모임 등 일상생활에서도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하고, 2m 거리두기, 손씻기 등의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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