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외치지만, 정부 금융지원 ‘가뭄’...청년·스타트업 허리휜다 [들어봤습니다]

‘프론트원’ 입주사 대표 3인이 전하는 혁신·성장의 길

기사승인 2020-08-04 06: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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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외치지만, 정부 금융지원 ‘가뭄’...청년·스타트업 허리휜다 [들어봤습니다]
프론트원 1층 로비에 입주기업사를 보여주는 박스들이 쌓여있다. /송금종 기자

[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신생 창업기업(스타트업)이 겪는 애로 중 하나는 자금이다. 이런 경우 투자자를 찾거나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입이 쉽지 않다. 지원을 받으려 해도 수개월을 하릴없이 기다리기도 한다. 쿠키뉴스는 지난달 말 개관한 창업지원기관 ‘프론트원’에 입주한 기업대표 3인을 만났다. 보금자리가 생겼지만 그들이 전하는 현실은 여전히 ‘장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이디어만으론 지원 못 받아…혁신시도 환경 조성돼야”

설립 5년차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초창기 입주공간이 없어 자취방에서 일을 했다. 회사를 일구기까지 카드대출 등 이곳, 저곳에서 손을 벌려야 했다. 정부지원 사업은 많았지만 자금을 따기는 어려웠다. ‘흔한’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A씨는 “사업을 시작할 때 정부지원 사업이라는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우리 아이템으로 재정 지원받기 어려웠다”며 “서비스 자체가 허들이 낮고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비슷한 아이템을 가진 기업 50개가 지원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디어만 가지고 지원받는 건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어 “규제는 우리도 영향을 받은 적이 있지만 법제화가 아직 덜 된 부분이 있다”라며 “기존 산업이 영향을 덜 받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세스 느리고 심사비 ‘헌터’ 많아…지원과정 투명해야”

정부 금융지원을 받다 보면 처리속도가 느려 적시 지원이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또 실속만 챙기고 심사는 허투루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현실을 말하길 조심스러워한 모 스타트업 대표 B씨는 “정부 연구개발 과제 중 민간비용을 부담하고 나면 3개월 동안 돈이 안 들어올 때가 있다”며 “그만큼 프로세스가 느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불편함은 안고 갈 수 있지만 심사비만 챙기는 ‘헌터’들이 특히 문제”라며 “정부 지원을 받을 때 멘토링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심사랍시고 시간 때우고 돈만 챙기는 경우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투자를 받으려고 VC(벤처캐피탈)에게 자료를 넘기면 연락이 끊기는가 하면 사업이전(피봇)이 가능한 팀에게 자료를 넘겨 정보가 새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많은 스타트업이 느끼는 고충이지만 어쩔 수 없이 딛고 일어서야한다”며 “업계가 활성화되려면 모든 과정이 투명해야한다”고 말했다. 

“성장성 못 보이면 지원도 어려워…스타트업 관점 바뀌어야”

마지막으로 만난 기업은 정부 금융지원을 한 차례 받으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설립한 지 반 년도 안 된 신생기업이지만 이미 제품이 있었고 시장반응도 좋다. 이 기업도 정부 지원을 받기까지 숱한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이 기업 대표 C씨가 진단한 혁신·성장의 길은 바로 ‘관점의 전환’이다. 

C씨는 “스타트업 특징에 따라 다른데 성장성이 불명확한 기업은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것 같다”며 “서비스 기업은 지표로 승부를 보면 좋지만 기술 스타트업은 기술은 지표가 없어서 지원이 어려울 것 같다. 이럴 땐 역량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이 실패할 이유는 많다”면서도 “정부지원을 평가하는 심사위원이 스타트업을 볼 때 실패요인만 집중하지 말고 ‘이게 된다면 이렇게 될 거야’라는 식으로 말을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은 현실적인 조언보다는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업계를 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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