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처음 눈뜬 순간, 다른 시선 ‘워터 릴리스’

인세현 / 기사승인 : 2020-08-06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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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터 릴리스’ 포스터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첫사랑과 성장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는 셀 수 없이 많다. 영화 ‘워터 릴리스’(감독 셀린 시아마)도 그중 하나다. 우리가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하지만 ‘워터 릴리스’는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들과는 사뭇 다르다. 무책임한 낭만도 서투름을 핑계로 내세운 음담도 없다. 대신 각자 다른 자리에서 다른 모양으로 처음을 통과하는 세 명의 소녀가 있다.

‘워터 릴리스’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국내에서도 크게 주목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이 2007년에 세상에 내놓은 그의 첫 영화다. 시아마 감독이 10대 시절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갈라 경기를 관람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이 영화가 제60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황금 카메라 부문에 초청돼 호평받으며 시아마 감독은 데뷔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리(폴린 아콰르)는 친구 때문에 억지로 간 수영장에서 우연히 싱크로나이즈드 경기를 보고 팀의 주장인 플로리안(아델 에넬)에게 완전히 매료된다. 하지만 플로리안은 모든 남성들의 선망을 받으며 남자들과 자유로운 관계를 맺는 것처럼 보인다. 마리는 플로리안의 모든 것을 알고 싶고, 갖고 싶은 마음에 그의 곁을 맴돌기 시작한다. 한편 마리의 친구이자 싱크로나이즈드 선수인 안나(루이스 블라셰)는 수영부 남학생 프랑수아와 첫키스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는 각자 다른 욕망과 혼란을 품고 있는 10대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여타 청춘물처럼 그들을 대상화하지 않는다. 시아마 감독은 여성의 시선으로 10대 여성들이 겪는 감정과 그로 인한 변화를 담담하고 섬세하게 조명한다. 마리와 안나가 나누는 몸에 관한 대화나, 플로리안이 안나에게 털어놓는 말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경기 중 수면 아래 필사적인 몸짓 등은 영화 속 일반적인 청춘에 대한 묘사와 다르고,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톰보이’ 등 시아마 감독의 영화를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시아마 감독의 첫 순간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감각적이고 도발적이면서도 사려 깊은 시아마 감독의 시선은 출발선부터 빛났다.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훌쩍 지난 작품이라는 것을 믿기 힘들다. 영화 중간 깜짝 등장하는 반가운 얼굴도 있다.

오는 13일 국내 개봉. 15세 관람가.

inout@kukinews.com